윤성우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팀이 옻나무 추출물의 췌장암세포 억제 기전을 밝힌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옻나무는 전통적으로 암환자에게 꾸준히 사용되는 한약재로 전통 한의서에 ‘건칠(乾漆)’이라는 약재로 소개돼 있다. 어혈(瘀血)과 적취(積聚)를 없앤다고 나와 있는데 이번에 항염·항암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MUC4(mucin4)와 FAK(focal adhesion kinase)는 췌장암세포에서 암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윤 교수 연구팀은 알레르겐을 제거한 옻나무 추출물이 MUC4와 FAK의 발현을 억제해 췌장암세포의 침습과 전이를 막는 기전을 증명했다. 알레르겐을 제거한 옻나무 추출물이 MUC4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최초로 SCI급 학술지 ‘Oncology Reports’에 게재됐다.
인체엔 DNA 특정 부위에 결합해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전사인자’라는 단백질이 있다. 이 전사인자를 통해 생명체를 이루거나 생명현상을 일으키는 요소인 단백질을 만드는데 암세포도 이와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특정 전사인자가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고 종양이 성장하면 암이 된다. 연구결과 옻나무 추출물이 종양 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사인자의 활동을 감소시켜 췌장암 세포의 침범과 이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옻나무 추출물이 STAT1과 STAT3 전사인자의 신호전달 경로를 하향 조절했다”며 “전사인자 활성화가 억제돼 췌장암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mucin4 단백질 발현도 감소했고 이는 췌장암의 잠재적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에 활용된 옻나무 추출물 같은 천연물기반 항암치료보조제는 암환자에게 안전하면서도 치료효과를 높이고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알레르겐 제거 옻나무 추출물은 신장암, 폐암, 위암 등에서 단독치료로 종양이 퇴행하거나 위축된 사례를 담은 논문이 나온 바 있다. 위암, 대장암, 폐암 등에선 환자 생존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임상연구가 보고됐다.
윤 교수는 “중국에선 강래특(Kanglite)이라는 율무추출물을 항암치료보조제로 사용해왔는데 최근 미국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옻나무 추출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1~2015년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0.8%로 모든 암 생존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