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적 행동 지속시 ‘타임아웃’ … 청소년기 적당한 자유·개성 보장해야
자녀 양육에서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것만큼 중요한 게 올바른 훈육이다. 아이들은 훈육을 통해 제대로 된 행동규범, 가치관, 책임감을 배운다. 아이를 훈육할 때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아이를 부드럽게 대하되 일단 결정된 것은 일관성 있게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래야 아이가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한 결과와 잘못된 점을 깨닫게 된다.
이문수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올바른 훈육은 부모의 합리적인 사고와 자녀의 성장 시기에 따른 적절한 인내와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아이를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 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훈육한다면 아이는 그 노력에 맞는 반응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훈육 중 화가 나더라도 아이를 때리거나, 체벌하거나, 욕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것은 금물이다. 정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에 언어적·신체적 폭력에 노출되면 성장 후 폭력성이 강해지고 우울증, 성격장애 등 정신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3살 때 부모에게 체벌받은 아이는 체벌 경험이 없는 아이보다 5살 때 ‘이야기를 침착하게 듣지 않는 행동’을 할 위험이 약 1.6배, ‘약속을 지키지 않을’ 위험이 약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소아과학회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성인 8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어릴 때 체벌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인이 된 뒤 자살위험이 37% , 마약복용 가능성은 33% 높았다.
‘사랑의 매’를 이유로 구타나 체벌을 당하며 자란 아이는 성장 후 똑같은 행위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제프 템플 미국 텍사스주립대 의대 정신과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릴 때 체벌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연인을 상대로 데이트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평균 2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인간은 자신이 겪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나쁘고 아무 의미 없었던 일’로 여기기보다는 어떻게든 좋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다보니 어린 시절 당했던 체벌이나 폭력을 ‘원래 그게 옳다’ 또는 ‘맞았던 게 확실히 도움이 됐다’는 식으로 합리화, 이상화(idealization)하게 돼 성장 후 자신이 겪었던 물리적 폭력을 상대에게 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꼭 상처나 피멍이 들 정도의 폭력이 아니더라도 막대기로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리는 수준의 가벼운 체벌도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스웨덴을 비롯한 50여개 국가에서는 아동을 체벌할 경우 법적 조치를 받게 된다. 국내에서도 2015년 9월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따라 훈육 목적의 아동 체벌이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훈육을 위한 체벌에 대해 ‘매를 들어서라도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며 관대한 입장을 보이는 사람이 적잖다.
이문수 교수는 “부모도 사람이라 분노나 짜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체벌, 폭력, 욕설 등은 훈육은커녕 아이와 부모에게 상처만 남게 된다”며 “훈육 중 화가 난다면 아이와 함께 있지 말고 잠시 자리를 벗어나 감정을 가라앉힌 뒤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훈육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자녀의 부정적인 행동이 지속되면 방 같은 조용한 장소에 아이를 잠시 격리시키는 ‘타임아웃’ 방법이 효과적이다. 연령당 1분 정도 해당 장소에 머물게 한 뒤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줘야 한다. 반대로 자녀가 긍정적인 행동을 하면 바로 안고 쓰다듬어 주기, 만화 보여주기, 친구들과 놀게 해주기 등 보상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청소년기 아이에서 나타나는 반항적인 태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강압적으로 막거나 심하게 꾸짖으면 아이를 더 반항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 자녀와 부모의 갈등은 대부분 서로에 대한 비난에서 시작된다”며 “자녀의 행동이 사회규범에서 크게 어긋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자유와 반항을 허용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모는 자녀의 거울로서 아이가 당황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더라도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거친 행동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을 부모 스스로 행동해 아이가 보고 배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