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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최태원·최창원 사촌형제, 제약사업은 누가 더 잘하나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6-13 09:12:19
  • 수정 2020-09-13 14: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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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회장, BMS 아일랜드 생산공장 통 큰 인수 … SK바이오팜, CNS신약 美서 진검승부 예고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백신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 설립 추진 … 국내 프리미엄 백신 시장 선점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SK그룹이 제약·바이오사업에 가시적성과를 거두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주회사인 SK가 거느린 100개의 계열사 가운데 제약·바이오 사업 자회사는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 최창원 부회장이 지휘하는 SK케미칼 등 3사가 대표적이다.

회사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과 달리 SK바이오팜이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cenobamate) 등 합성의약품, SK케미칼이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과 같은 생물학적제제 연구개발(R&D)에 강점을 지녔다. SK바이오텍은 화합물 성분의 원료의약품(API)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고(故) 최종현 선경그룹(현 SK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최창원 부회장과 사촌형제 지간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선경그룹을 창업한 고 최종건 선경합섬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최종건 회장이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친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선경그룹을 이어받았다.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의 백신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SK바이오사이언스’라는 이름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안건이 통과하면 국내 프리미엄 백신 시장을 선점하면서 지주사 체제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2월 SK케미칼을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인 SK케미칼로 인적분할했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6년에 SK케미칼 대표로 부임한 이후 최태원 회장의 영향을 받지 않고 회사를 독립적으로 경영해왔다. SK케미칼은 자회사로 SK가스·SK신텍·SK플라즈마, 손자회사로 SK디앤디·SK어드밴스드 등을 거느려 SK의 사업회사이면서도 준지주사로 여겨졌다. 최태원 회장은 SK케미칼의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최창원 부회장은 섬유회사인 SK케미칼을 친환경소재와 바이오 중심으로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꼼꼼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그의 리더십 아래 SK케미칼은 2016년에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4가’)를 상용화했다. 이듬해엔 대상포진 예방백신 ‘스카이조스터’를 출시, 한국MSD의 ‘조스타박스‘의 독점적 지위를 깼다. 앞서 2009년엔 주 2회로 투여횟수를 줄인 A형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 관련 기술을 세계 3대 혈액제제 회사인 호주 CSL에 수출했다.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과 달리 항생제나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달걀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도 접종할 수 있다. 완제품을 생산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유정란 방식(6개월)보다 약 절반 이하로 짧은 것도 장점이다.
 
SK케미칼은 2012년에 경북 안동에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 등 모든 종류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L하우스’ 공장도 세웠다.

SK바이오텍은 지난해 6월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스워즈공장을 약 17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 중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설비를 통째로 사들인 곳은 이 회사가 최초다. 최태원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로 제약·바이오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SK바이오텍은 연간 8만1000ℓ 규모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유럽 바이오 전초기지를 마련함으로써 2020년까지 세계 상위 10위 안에 드는 위탁생산(CMO) 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최근 10여년간 BMS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해오며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인수합병(M&A)에 성공, 스워즈공장의 생산설비는 물론 전문 인력과 공급 계약까지 확보했다. BMS와 화이자의 경구용 항응고제(NOAC) ‘엘리퀴스’(아픽사반, apixaban) 등 12종 이상의 원료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2011년에 설립된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중추신경계(CNS) 질환 신약 두 품목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치료제 ‘솔리암페톨’(solriamfetol)은 SK가 1993년에 제약사업에 진출한 지 25년 만에 내놓은 첫 결실로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전면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3상 임상에 진입한 세노바메이트가 지난해 약 1조원어치가 팔려 세계 뇌전증치료제 시장 1위를 기록한 벨기에 UCB제약의 ‘빔팻’(라코사미드, lacosamide)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과뿐 아니라 1일 1회 경구 복용해 1일 2회 복용하는 빔팻보다 투여 편의성도 우수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신약후보물질 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3상 임상에서 유효성 평가를 면제받았다.

솔리암페톨은 1상 임상이 끝난 단계에서 아일랜드 재즈파마슈티컬즈(Jazz Pharmaceuticals)에 수출됐다. 지난 3월 FDA에 이 약의 시판허가를 신청한 재즈는 솔리암페톨을 자사의 ‘자이렘’(옥시베이트나트륨, sodium oxybate) 후속 제품으로 키울 방침이다. 자이렘은 세계 수면장애치료제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대형 품목으로 지난해 연매출이 12억2000만달러(약 1조3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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