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벽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는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혈관벽이 파열돼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뇌동맥류 중 지름이 25㎜ 이상인 경우를 ‘거대 뇌동맥류’라고 하는데, 그 중 ‘소아 거대 뇌동맥류’는 매우 희귀해 전문적인 치료기술이 필요하다.
서대철 서울아산병원 신경중재클리닉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두 달 전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소아 거대 뇌동맥류로 진단받은 한모 군(15)이 신경중재 코일색전술을 받고 건강히 퇴원했다고 18일 밝혔다.
코일색전술은 사타구니 쪽 혈관을 통해 미세 카테터를 뇌동맥류로 접근시켜 코일을 채워넣는 시술법이다. 부푼 혈관이 파열돼 뇌출혈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다. 수술로 두개골을 열고 뇌동맥류에 클립을 끼워넣어 부푼 부위를 막는 클립결찰술이 힘든 경우에 시행된다. 소아는 혈관벽이 약해 색전술을 할 때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뇌동맥류가 터져 출혈이 생기면 사망 및 운동기능, 발음 장애 가능성이 30~40%일 정도로 매우 높은데, 소아의 경우 혈관벽이 성인보다 약해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서 교수팀은 뇌동맥류의 위치와 모양이 수술을 하기에는 까다로웠던 환자에게 코일색전술을 시행해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서 교수는 “소아에서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극심한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거대 뇌동맥류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팀은 최근 아래턱뼈를 지나는 혈관이 기형적으로 연결돼 압력 차이로 파열되기 직전이었던 10대 소아 환자를 신경중재 코일색전술로 치료하기도 했다.
정상혈관은 동맥, 미세혈관, 정맥으로 이어지는데 이 환자는 아래턱뼈를 지나는 혈관이 기형적으로 동맥이 미세혈관 없이 정맥으로 바로 연결돼 있었다. 정맥이 견딜 수 있는 혈압이 동맥보다 매우 낮아 아래턱뼈에 있는 정맥이 터질 위험이 매우 컸는데, 서 교수팀이 즉각적으로 코일색전술을 시행해 위험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