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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15차 공판, 검찰 심문 무뎠다 … 마케팅 용어풀이 반복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5-18 16:13:31
  • 수정 2019-06-10 17: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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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불법 판촉활동, 은어로 은밀히 이뤄져” … 전 임원 B씨 “PM들 일탈 몰랐다”
한국노바티스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C모, M모 의약전문지 등 5개 매체를 통해 의사들에게 25억9000여만원의 리베이트를 우회적으로 제공한 혐의를 놓고 진행 중인 15차 공판이 지난 17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308호 법정에서 열렸다.

서울서부지법(형사5단독)은 피고인들의 요청에 따라 노바티스에서 항암제 사업부 마케팅 엑설런스 헤드와 BF 헤드(브랜드관리 총괄)를 지낸 임원 B씨를 증인으로 불러 심문했다. 그는 한국MSD·릴리·BMS제약 등 여러 다국적 제약사에서 약 17년간 마케팅을 담당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들과 직급이 비슷했던 임원 B씨의 증언으로 전문지를 통한 리베이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확인하려 했다. 반면 검찰 측은 “B씨 등 이들 임원은 한국법인 내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회의를 통해 마케팅 예산 집행 현황과 계획을 정기적으로 논의했을 뿐아니라 매월 아시아 상위 지사에 사업보고서(Monthly Breifing Reports)를 올렸다”며 “리베이트는 피고인들의 묵인 아래 이뤄진 일”이라고 맞섰다.    

B씨는 “광고비 결제권을 아래 직급인 PM들이 갖고 있었다”며 “약사법을 위반하지 않은 수준에서 전문지를 전문의약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을 뿐”이라고 피고인들과 일관되게 주장했다.  
또 “큰 틀에서 마케팅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아 PM들이 구체적으로 집행한 광고비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며 “직접 서명한 보고서에선 광고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의사들에게 고액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B씨는 “KPI는 연간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월별로 재무·영업·의학·마케팅 등 여러 부서에서 높은 직급도 모여 사업 현황을 점검하는 자리”라며 “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 조목조목 따지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2014년 초 전체 사업부에 강도 높은 내부감사가 이뤄졌지만 결과가 별도로 공지된 것은 아니어서 문제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노바티스의 전문약 판촉 활동이 은어로 은밀하게 이뤄져 리베이트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임을 지적하려 했다. 하지만 용어풀이에 관한 질문이 길어지면서 판사로부터 요건만 심문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증인이 재직하지 않은 기간에 노바티스를 비롯한 다른 제약사가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방식 등을 추궁하자 변호인단이 불평했다.      

검찰 측은 “주요 대형병원 의사를 초청해 좌담회를 열고 기사화하는 등 판매촉진 활동 관련 보고서에 업게 종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RTD(원형테이블 토의, Round Table Disscussion) △RTM(원형테이블 미팅, Round Table Meeting) △전문가미팅(Experts Meeting) △서밋미팅(Summit Meeting) △소그룹미팅(Small Group Meeting) △학술활동 어페어(Medical Activity Affair) 등 각종 은어가 등장한다”며 축약 용어의 원이름과 뜻을 일일이 물었다. 검찰 측 심문이 흐려진 이유다.

B씨는 “제약사 직원이면 알 만한 마케팅 용어로 만들기 나름”이라고 해명했다. 피고인 중 일부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 문제를 삼냐’는 듯 실소했다.   

검찰은 또 세계적인 의학저널을 발간하는 E출판사가 노바티스에 전달한 ‘주요 오피니언 리더 관리’(KOL Management, Key Opinion Leaders Management) 사업보고서를 통해 전문지와 노바티스의 리베이트 관련 연결고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B씨가 “제안받았지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답하면서 검찰 측은 심층적으로 추궁하지 못했다.

판사는 “검찰 측은 사건을 지나치게 총론적으로, 변호인단은 너무 지엽적으로 접근한다”고 지적했다. 양측 시각이 평행선을 달려 공판이 더 지지부진한 상태다. M매체 대표 S씨가 사망하면서 그를 제외한 18명의 피고인이 재판을 받게 됐다.

노바티스는 이번 사건 수사에서 매출액 규모가 비슷한 다른 제약사와 비교해 이들 매체에 지급한 광고비가 유독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전문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된 문서에 따르면 매체가 노바티스에 보낸 견적서에 행사 당일 식대·골프접대·교통비·회식비·자문료 등이 포함됐다.

이 회사는 올해 2월 그리스, 지난해 3월 중국, 2016년 한국, 2014년 미국 등 여러 지사에서 잇달아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세계 정상급 제약사’라는 명성이 무너지고 있다.

문학선 전 대표는 2016년 1월 취임 하자마자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서게 됐다. 휴직 처리된 후인 지난해 말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엔 된 그의 서명이 적혀 있다. 스위스 본사가 파견한 클라우스 리베(Klaus Ribbe) 임시 대표가 국내 사업을 이끌고 있지만 문 전 대표가 법적 대표여서 어쩔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노바티스 전세계 그룹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 토대를 구축해왔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내 준법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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