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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종아리 얇아지고, 걷는 속도 느려지고 … 근감소증 주의보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5-09 02:23:51
  • 수정 2020-09-13 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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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m 걷는데 5초 이상 걸리면 정밀진단 필요 … 방치시 당뇨병·고지혈증·낙상 위험 증가
키·성별과 관련 없이 65세 이상이면서 종아리 둘레가 32㎝ 미만이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근육이 줄고 근력이 떨어진다. 보통 30대 이후부터 근육량이 매년 0.5~1%씩 줄어들며 남성은 40세 전후, 여성은 55세 전후에 근육 감소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또래 남성보다 근육 감소 속도가 빠르거나, 종아리 굵기가 지나치게 얇거나, 걷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노화 외에 스트레스, 영양불균형, 운동부족 등이 겹쳐 팔·다리 등 사지의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것을 근감소증이라고 한다. 국내 70세 미만 성인의 15~25%, 80세 이후 여성의 40%와 남성 50%가 근감소증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근감소증 진단기준(AWGS, Asian working group for sarcopenia)’에 따르면 인바디검사 결과가 남성은 7.0㎏/m²(체표면적당 근육의 무게), 여성은 5.7㎏/m²미만일 때 근감소증으로 진단한다.

종아리 굵기는 근감소증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원장원·김선영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신체의 사지근육량은 종아리 둘레와 비례했으며, 근감소증 환자의 82%가 종아리둘레 32㎝ 미만으로 나타났다. 원장원 교수는 “종아리는 지방이 적고 보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위라 근감소증을 진단에 적합하다”며 “키·성별과 관련 없이 65세 이상이면서 종아리 둘레가 32㎝ 미만이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보행 속도도 근감소증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60세 이상이고 4m를 걷는 데 5초 이상 걸리면 정밀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근감소증 환자는 각종 부상 및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의 근감소증 환자는 병원 입원 및 사망률이 5배 이상 높고 기본적인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겨 삶의 질이 급감한다”며 “걸음이 느려지고 앉았다 일어날 때 힘들거나, 기존에 있던 관절통이 악화되거나, 기운이 없고 쉽게 피곤해지거나, 푹 쉬어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거나, 자주 어지럽고 넘어지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빨리 치유되지 않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근감소증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근육이 부족해 체온이 내려가면 콜레스테롤·중성지방·당 성분이 충분히 연소되지 않아 고지혈증과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 허리와 허벅지 근육이 감소하면 요통과 무릎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허리근육이 잘 발달된 육체노동자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사무직 종사자보다 요통 환자가 적은 이유다.

근육 감소는 노안 등 눈 노화와도 연관된다. 눈 수정체 주변 근육인 모양체근은 수정체 두께를 조절해 원·근거리를 모두 볼 수 있게 해준다. 노화로 이 근육이 감소하면 시력이 떨어지고 거리 조절이 어려워진다.
이밖에 근육량이 감소하면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끼쳐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 같은 감염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감소증은 음식을 제대로 씹거나 삼키지 못하는 연하장애도 유발할 수 있다. 노화와 근감소증으로 몸 전체의 근육이 줄어들면 혀, 저작근, 인두근육도 점차 위축돼 음식물을 삼키고 넘기는 기능까지 약화된다. 이럴 경우 음식이 정상적인 경로로 이동하지 못하거나, 위까지 이르는 시간이 지연돼 영양실조, 무기력을 유발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심할 경우 흡인성 폐렴 등으로 이어져 입원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을 초래하게 된다.

근감소증은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예방이 최선이다. 근육량 감소를 늦추려면 시간당 5㎞ 속도로 40~60분, 1주일에 4~5회 걷는 게 좋다. 특히 허벅지와 엉덩이근육은 전체 근육의 4분의 1이 몰려 있어 앉았다 일어나기 등으로 근력을 길러줘야 한다.
운동과 함께 단백질, 특히 류신(Leucine)의 섭취를 늘리면 근육량과 근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 치아 문제로 육류 섭취가 쉽지 않을 땐 하루에 계랸을 2~3개 먹으면 된다. 근력운동의 경우 웨이트장비보다는 팔굽혀펴기 등 체중을 이용한 운동이 효과적이다.

이은주 교수는 “노인이 되면 당연히 근육이 줄고 근력도 떨어진다는 생각에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방치하는 환자가 적잖다”며 “노인의 근육 감소는 건강 악화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 병행, 단백질 및 비타민D 섭취에 신경쓰고 근감소증 증상 발생시 바로 전문의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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