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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중년부부 ‘황혼순결’ … 갱년기 호르몬 감소가 원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4-11 01:52:29
  • 수정 2020-09-13 15: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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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경기 여성, 에스트로겐 줄어 성적 만족도 감소 … 남성갱년기, 발기부전 등 유발
국내 50대 이상 부부 중 ‘섹스리스’ 비율은 43.9%로 전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40대 이상 중·장년층 부부에게 성(性) 생활은 귀찮고 번거로운 일로만 여겨진다. 결혼 후 열심히 일하며 집 대출금을 갚고,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 전선에서 싸우다보면 부부관계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난다. 젊었을 때보다 기력도 떨어졌는데 하루종일 회사 업무나 집안일에 시달리고 나면 침대에 눕기 무섭게 잠이 들어버린다. 큰 마음을 먹고 스킨십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부부관계도 소원해진다.

최근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50대 이상 부부의 43.9%가 ‘섹스리스’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로 전세계 평균은 20% 정도다. 최근 1년간 성관계 횟수가 월 1회 이하이면 섹스리스 또는 쇼윈도부부라고 지칭한다. 최근엔 결혼 후 성 생활과 담을 쌓고 지내는 중년부부를 빗대어 ‘황혼순결’, ‘혼후순결’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스킨십 부재로 정서적 유대감이 약해지면 이혼 같은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7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부부 10만7328쌍 중 30.4%가 20년 이상 동거했던 부부였다. 20년 이상 동거한 중년부부의 이혼 비율은 2012년 26.4%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나이들수록 성 생활을 멀리하는 것은 체력적인 문제 외에도 갱년기에 따른 성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여성 갱년기는 폐경 전후 시기를 의미한다. 갱년기가 오면 난소에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안드로겐 등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든다. 이럴 경우 생식세포 감소로 난소 반응이 둔감해지고, 배란 횟수가 감소하며, 성욕이 감퇴된다.

또 비뇨생식기가 위축되고 질 분비물이 감소해 성교통이 동반되고 성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밖에 안면홍조·발한·우울증 등이 동반돼 삶의 질이 떨어지고, 골다공증이 심해져 작은 충격에도 뼈가 골절되기 쉽다.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고환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은 30대부터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해 40대가 지나면 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3.5ng/㎖ 미만이면 남성갱년기로 진단한다. 하루 중 호르몬 변화가 있기 때문에 오전 7~11시에 검사받아야 한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남성갱년기의 발생 빈도는 20~30%로 추정된다. 연령별로는 40대 남성의 24%, 50대와 60대는 각각 28%, 70대 이상은 44%가 갱년기증상을 겪는다.

여성갱년기와 가장 확실하게 차이나는 부분은 발기부전 등 성적인 문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면 성욕 감소, 성 행위에 대한 불안감 및 두려움, 성기능에 대한 자신감 결여 등이 동반된다.

음경조직은 혈관(해면체)으로 이뤄져 있으며, 성적 자극을 받으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성기가 발기된다. 테스토스테론은 혈관을 확장해 음경 내로 혈액을 유입시켜 발기를 돕는 역할을 한다. 즉 이 호르몬의 농도가 떨어지면 발기가 잘 되지 않는다.

박민구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남성갱년기가 오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어 성욕감퇴, 발기부전, 조루 등이 동반된다”며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우울증이 심해져 자주 눈물을 흘리며, 인지기능과 기억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갱년기 증상은 남성·여성호르몬을 투여해 개선할 수 있지만 완치 개념이 아니고 증상 발현을 억제하고 늦추는 효과에 그친다.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의학적 치료보다 부부가 적극적인 대화 및 스킨십으로 정서적 유대감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성생활은 심리적·정신적 안정감을 준다. 미국 앨프리드 킨제이 보고서는 성관계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성생활에 충실한 사람은 불안·폭력,·적개심이 적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주일에 3회 이상의 성관계를 가지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감소한다는 연구도 보고됐다.

또 부부간 스킨십과 성생활은 ‘사랑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 이 호르몬은 신체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저항반응으로 뇌하수체에서 분비된다.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낮춰주며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호르몬의 생산을 억제해 여러 만성질환의 발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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