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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난임 35% 남성 원인, 정계정맥류 위험 … 꽉끼는 바지 피해야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3-29 15:12:13
  • 수정 2020-09-13 15: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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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고환음경 사이에 정맥류 관찰, 정자 운동성 감소 … 열 노출 줄이고 금연·절주 필요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불임 요인은 정계정맥류가 37%, 원인불명이 23%, 정관 폐쇄가 13%, 정류고환·고환이상이 각각 3%, 사정장애·면역학적 이상이 각각 2%, 유전적 원인이 1% 정도를 차지한다.
예전부터 유교 문화권인 한국에서 출산은 전적으로 여성이 책임져야만 했던 일이었다. 이 때문에 아이를 못 낳을 경우 극심한 핍박과 설움을 견뎌내야 했다. 과거 드라마에선 아이를 못 낳은 며느리 혹은 아내가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구박받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다.

최근에야 여권 신장, 스트레스 및 환경호르몬 노출, 비만, 의학기술 발달 등으로 남성난임의 유병률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난임은 여성과 남성, 부부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퍼져가기 시작했다. 난임 발병 원인은 여성측 요인 약 45%, 남성측 요인 약 35%, 양측 요인 10%, 원인불명은 약 10% 정도로 추측된다.

특히 최근들어 남성 난임 환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남성 난임 환자는 6만1903명으로 2011년보다 55%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남성 난임 환자 증가율은 여성보다 13배나 높았다.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불임 요인은 정계정맥류가 37%, 원인불명이 23%, 정관 폐쇄가 13%, 정류고환(출생 후 태아 때 배 안에 있던 고환은 점차 아래로 내려와 음낭에 위치하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고환이 여전히 뱃속이나 복벽 내부에 정체된 상태)·고환이상이 각각 3%, 사정장애·면역학적 이상이 각각 2%, 유전적 원인이 1% 정도를 차지한다.

남성난임의 가장 큰 요인인 정계정맥류는 음낭 내 고환의 정맥이 나가는 길에서 역류해 확장되는 질환이다. 오른쪽보다 왼쪽 고환이 정맥의 길이가 길고 혈관 가지가 많아 정맥압이 높아지며 역류가 쉽게 일어난다. 실제 대부분 정계정맥류는 왼쪽 고환 부분에서 관찰된다. 고환과 음경 사이에 지렁이처럼 꼬불꼬불하게 나타난다. 심하면 고환을 혈관 다발이 둘러싸고, 고환이 퇴화돼 크기가 작아진다. 일반 남성 중 10%가 앓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계정맥류를 앓으면 음낭의 혈관이 늘어나면서 정자의 수가 줄어들고 운동성도 감소한다. 정자는 생성되지만 지나가는 통로(부고한, 정관 사정관)가 막힌 폐쇄성무정자증과 고환 자체에 문제가 생겨 정자가 생성되지 않는 비폐쇄성무정자증도 남성 난임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정계정맥류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진호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샤워 전 배에 힘을 주고 자신의 고환 혈관을 만져보는 것만으로 정계정맥류를 진단할 수 있다”며 “서 있을 때 음낭에서 포도송이처럼 울퉁불퉁한 정맥류가 보이거나 만져지는 것도 주요 증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계정맥류 환자는 막힌 고환의 정맥에서 열이 발생해 고환을 손상되고 정자의 수, 운동성, 형태 등이 악화된다. 또 고환 한쪽이 당기거나 뻐근한 증상이 나타나 일상 생활에 불편함을 준다. 정계정맥류로 인한 통증이 심하거나 난임 원인으로 밝혀지면 혈관색전술 등으로 문제되는 고환정맥을 차단한다.

늦은 결혼 탓에 출산시 남편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것도 남성불임의 주요 이유다. 국내 남성의 초혼 연령은 1994년 만 28.6세, 2004년 만 30.9세, 2014년 만 32.8세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여성이 나이들수록 생식능력이 떨어지듯 남성도 나이를 먹을수록 정액 사정량, 정자 수, 운동성 등이 감소한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질병, 유해약물, 작업환경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 부적절한 생활습관 등 정액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난임 위험을 높인다.

흡연, 음주, 스트레스도 남성난임을 유발할 수 있다. 흡연을 하면 담배 속 독성물질이 정자의 DNA 구조를 변경시키고 정자 몸체 부분을 공격한다. 이러면 정자의 운동성과 밀도가 떨어지고 정액 양이 감소하게 된다.

가볍게 한두 잔 마시는 술은 정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과음은 남성호르몬 농도를 감소시켜 생식능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술을 많이 마시면 척수반사(spinal reflex)가 줄면서 음경의 신경이상을 초래해 발기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몸매 관리를 위해 먹는 스테로이드 함유 단백질보충제는 난포형성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 분비를 저해해 정자의 밀도와 운동성을 감소시킨다. 심하면 고환위축, 무정자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치료제, 전립선비대증 및 탈모 치료제, 항진균제 등도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또 제철·전자·염색·섬유산업·발전소 등에 종사해 직업상 독성물질을 다루거나, 보호복 착용 및 고온의 작업환경에서 근무하는 남성도 임신 전 관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열도 정자를 생성하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 최근 연구결과 고온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제빵사, 운전자, 용접공 등 직업군은 정상적인 정자의 비율이 다른 직업군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사우나나 뜨거운 욕조를 자주 이용하면 생식력이 감소할 수 있음을 반증한다. 같은 이유로 스키니진이나 히트텍 등 꽉 조이는 옷을 자주 입으면 고환 부위가 높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돼 남성난임을 유발할 수 있다.

남성의 임신 전 관리는 주된 위험요소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임신계획 수립 여부 △질병력과 수술력 △투여약물 △가족력과 유전적 위험요소 △사회력(작업환경) △위험행동 △영양섭취 △정신건강 △신체검사 등 9개 영역에서 이뤄진다. 부부의 경제력과 나이, 연상·연하 등 특수성을 임신계획에 반영하고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과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수술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액검사는 남성 난임 평가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정자의 농도, 정자 활동성(운동성), 정자의 형태(기형정자 비율) 중에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수정 능력이 떨어질 위험이 2~3배, 둘 이상 문제가 있으면 5~7배, 셋 모두 문제가 있으면 16배나 상승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정자검각 정상 기준은 정액양 1.5㎖ 이상, 정자 수 1500만/㎖ 이상, 정자 운동성(활동성) 40% 이상, 정상형태 정자 4% 이상 등이다.

최진호 교수는 “임신 전 남성관리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다수 남성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임신이 되지 않아 병원을 찾은 뒤에는 이미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위험요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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