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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스케어 삼킨 한국콜마, 5년내 ‘톱5 제약사’ 목표 현실성은?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3-09 15:48:01
  • 수정 2020-09-13 15: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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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약업계 “대형 품목 없고, 신약 파이프라인 약해” … “시너지효과 글쎄”
한국콜마가 1조3100억원에 CJ헬스케어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  CJ의 의약품 파이프라인과 콜마의 현재 자산을 감안하면 비싸고 무리한 투자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0일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및 의약품위탁생산(CMO) 기업 한국콜마는 CJ제일제당의 제약·기능성음료 자회사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신약개발 중심의 톱5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이 회사의 당찬 포부 관련 제약업계와 증권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CJ헬스케어는 현재 연매출 300억원이 넘는 품목이 하나도 없고, 신약개발 파이프라인도 약하다”며 콜마의 목표에 공통적으로 물음표를 달았다. 국내 제약사 중 지난해 매출 기준 톱5 자리에 △유한양행(1조4622억원) △GC녹십자(1조2879억원) △대웅제약(9603억원) △한미약품(9166억원) △종근당(8844억원) 등이 올랐다.

인수 조건으로 CJ헬스케어의 이천공장(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을 CJ제일제당에 양보하는 것까지 포함돼 인수 매력이 더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천공장은 CJ헬스케어가 가진 3개 공장(오송공장·대소공장등) 중 부지가 16만9377㎡(5만1297평)으로 가장 넓다. 땅값만 770억원(평당 약 15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당수의 증권사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윤동한 회장의 꿈인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의약품을 아우르는 종합제약사로 발돋움할 것이라 전망했다. 인수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21일 콜마 주가는 최근 1년 중 최고치(9만8400원)를 찍었다.

한 국내 대형제약사 직원은 “콜마는 화장품 ODM 사업 중심의 회사고, CJ헬스케어의 대표 치료제 품목은 의약품 시장에선 매출이 고만고만(연매출 200억원 내외)한 수입약과 제네릭(복제약)”이라며 “두 회사의 제약사업 시너지 효과는 콜마의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수는 두 업체가 상호 보완했다기보다 CJ헬스케어가 대기업 제약 부문 계열사에서 중소제약사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두 회사의 최근 사업 실적을 살펴보면 콜마는 지난해 연매출이 총 8216억원으로 이 중 71.4%(5866억원)가 화장품 사업에서 나왔다. 의약품 사업이 나머지 28.5%(2395억원)를 차지했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5208억원)보다 1.4% 하락한 513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679억원) 대비 19.9% 증가한 81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의약품이 약 85%(약 4400억원), 숙취해소음료(‘헛개수’·‘컨디션‘ 등) 사업이 약 15%(약 770억원)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연매출 기준으로 국내 제약기업 중 연매출 순위가 10위권에서 맴돈다. 질환·기전별로 세분한 각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영업력을 바탕으로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연매출 200억원가량인 CJ헬스케어의 주요 의약품 품목으로 △혈관확장제 ‘헤르벤’(딜티아젬, diltiazem) △만성신부전치료제 ‘씨제이크레메진’(구형흡착탄, spherical adsorptive carbon) △혈소판응집억제제 ‘안플레이드’(사포그릴레이트, sarpogrelate) △고혈압 복합제 ‘엑스원’(발사르탄·암로디핀, candesartan·amlodipine)  등이 있다.
이밖에 개량신약인 고지혈증 복합제 ‘로바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rosuvastatin·ezetimibe), ‘마하칸’(칸데사르탄·암로디핀, candesartan·amlodipine) 등이 최근 시장에 안착했다.

CJ헬스케어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중 상용화가 임박한 품목은 역류성식도염치료제 테고프라잔(tegoprazan, 개발명 ‘CJ-12420’), 지속형 빈혈치료제 일본 쿄와하코기린 ‘네스프’(다베포에틴알파, darbepoetin alfa)의 바이오시밀러 ‘CJ-40001’ 등 2종이다.

테고프라잔은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가역적으로 억제한다.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시장을 대표하는 양성자펌프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를 이을 차세대(best in class) 위산분비억제제로 분류된다. PPI보다 약효발현이 빠르고, 야간속쓰림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식사와 관계 없이 복용해 식사 전에 투여해야 하는 PPI보다 복용 편의성도 향상됐다.

테고프라잔은 CJ그룹이 의약품 연구개발(R&D) 투자 30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신약이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 약의 허가신청을 했고, 보험급여 등재를 거쳐 오는 12월에 출시할 계획이다. 테고프라잔이 국내에서 약 3500억원 규모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 PPI를 대체, 연매출 1000억원 품목으로 성장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구세대 PPI가 건재한 가운데 국산신약·개량신약·제네릭 등의 성장세도 무서워 경쟁이 만만하지 않다. 기존 PPI의 단점을 개선한 차세대 PPI인 일양약품의 ‘놀텍’(일라프라졸, ilaprazole), 한국다케다제약의 ‘덱실란트DR’(덱실란소프라졸 서방정, dexlansoprazole delayed-release) 등도 기존 PPI인 에소메프라졸(esomeprazole, 오리지널약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 등의 기세를 아직 꺽지 못하고 있어서다. 

에소메프라졸 성분의 오리지널 품목인 넥시움은 전세계에서 연간 2조원 이상 팔리고 있다. 국내에선 원외처방액 기준 지난해 약 356억원(전년 대비 6.8% 증가)어치가 팔려 PPI 제제 중 1위를 지켰다. 넥시움의 특허를 회피한 개량신약인 한미약품 ‘에소메졸’(S-오메프라졸스트론튬사수화물, S-omeprazole strontium tetrahydrate)은 약 226억원(6.5% 증가)로 다케다제약의 ‘란스톤’(란소프라졸, lansoprazole, 약 281억원, 전년 대비 1.3 감소)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놀텍이 전년 대비 25.1% 급증한 약 230억원어치가 팔려 4위에 올랐다. 덱실란트DR은 6.8% 늘어난 137억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
종근당과 대웅제약도 경쟁에 가세했다. 종근당은 에소메프라졸·중탄산나트륨 복합제, 대웅제약은 PCAB 기전의 ‘DWP14012’을 각각 개발 중이다.

네스프는 2세대 에리트로포이에틴(EPO, erythropoietin, 조혈호르몬) 제제로 적혈구를 생성해 만성신부전 및 암 환자의 빈혈을 치료한다. 주 1회 또는 2주에 1회 투여해 주 3회 주사하는 1세대보다 투여 편의성이 높다. 국내 EPO 시장은 규모가 작고, 네스프 개발국인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에선 아직 비용이 저렴한 1세대가 여전히 선호되고 있다.    

2016년 연매출 기준 전세계 EPO 시장 규모는 약 8조원으로 2세대 제제 시장이 37.5%(약 3조원)를 차지했다. 국내 EPO 시장은 약 700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으며, 이중 2세대(네스프)가 약 200억원어치 처방된다. 네스프는 일본에선 약 6000억원, 중국에선 약 1000억원어치가 팔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대웅제약의 1세대 EPO인 에포디온’이 현제 EPO 시장에서 약 47%를 점유해 1위를 달리고 있다.     
CJ-40001는 지난해 3월 3상 임상에 들어갔다. CJ헬스케어는 내년 안에 국내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국내 경쟁업체가 한발 빠른 출시로 시장 선점효과를 노리고 있어 긴장해야 하는 입장이다. 종근당은 CJ헬스케어보다 한발 앞서 연내 국내 허가를 목표로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해외진출에 중점을 두고 유럽 3상 임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본에선 2016년에 이미 3상 임상을 시작했다.

CJ헬스케어가 보유한 다른 R&D 파이프라인은 모두 개발 초기 단계여서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래가치를 구체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상 임상을 진행 중인 황반변성치료제 ‘CJ-40012’을 비롯해 전임상 단계에 있는 △수족구병예방백신 ‘CJ-40010’ △3세대 천연두(두창)치료백신 ‘CJ-40011’ △야누스키나제(Janus Kinase, JAK)억제제 계열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CJ-15314’ △비알코올성지방간치료제 ‘CJ-14199’ 등이 있다. CJ-40012는 한국노바티스의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라니비주맙,ranibizumab)의 바이오시밀러다.

인수가 1조3100억원은 회계 전문가가 제시한 인수가 범위에 들어가는 합리적 수준이라고 볼 수 있지만 CJ헬스케어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이나 콜마가 가진 현재 자산을 고려하면 비싸거나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이 적잖다. CJ헬스케어 가치는 삼정회계법인이 현금흐름할인법(DCF)을 활용해 1조1528억~1조4725억원(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산정했다. 콜마는 고용 보장(직원 5년·임원 3년), 처우 유지 등을 내걸어 더 높은 가격(1조4000억원)을 제시한 한앤컴퍼니를 제치고 CJ헬스케어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콜마는 매각대금 전액을 내달 6일까지 CJ제일제당에 현금 지급하기로 했는데 바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자산이 60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신용평가회사 NICE는 이번 인수로 콜마의 재무건정성이 크게 우려된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콜마는 이번 인수자금의 69%인 약 9000억원을 차입, 1조원에 육박하는 빚을 지게 됐다. 3000억원은 콜마가 직접 빌리고, 6000억원은 특수목적법인(SPC, 한국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 등으로 구성)을 설립 SPC로부터 6000억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4100억원 중 현금자산 600억원을 제외한 3500억원은 재무적투자자(FI)가 출자한다. FI로 미래에셋자산운용 프라이빗에쿼티(PE)·스틱인베스트먼트·H&Q코리아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콜마는 막대한 재무부담을 덜기 위해 CJ헬스케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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