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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내년부터 폐암검사 무료 … 저선량CT 안전 속단은 시기상조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2-22 09:39:05
  • 수정 2020-09-13 15: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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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사선노출 일반CT보다 적지만 X-레이 100배 … 한번만 찍어도 年 권고량 초과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한달 이내에 CT를 재촬영하거나, 정밀진단을 위해 여러 부위의 CT를 동시에 찍을 경우 방사선 노출량이 급증할 수 있다.

폐암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동의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암종이다. 통계청의 ‘2016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률은 폐암이 35.1명으로 가장 높았고 간암(21.5명), 대장암(16.5명), 위암(16.2명), 췌장암(11.0명) 순이었다. 폐암 환자의 5년생존율은 26.7%로 췌장암(10.8%) 다음으로 낮다. 과거엔 흡연이 주요 발병원인으로 꼽혔지만 최근 미세먼지나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발병도 증가하는 추세다.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발견이 늦어서다. 다른 암에 비해 초기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조기진단이 어렵고, 흉부 X-레이로는 병변이 잘 발견되지도 않는다. 그나마 발견율이 높은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은 방사선 노출이 우려스럽다. 최근에야 방사선 조사량을 대폭 줄인 저선량 CT가 도입돼 방사선 노출에 대한 우려를 조금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저선량 CT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반 CT보다 방사선피폭이 적을 뿐 저선량 CT 자체도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다. 장기흡연자 등 폐암 고위험군은 매년 저선량 CT를 찍어야 하므로 소량의 방사선이 체내에 지속적으로 쌓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내년부터 국가암검진에 폐암 검사가 포함돼 검사 건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선량 CT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정확한 이해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는 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이 국가암검진에 포함되며, 질환별 대상자는 전액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다.

CT는 방사선을 빠른 속도로 인체에 통과시켜 황단면상을 얻는 영상검사로 심장, 가슴, 복부 등 움직이는 신체 부위나 미세 염증을 진단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X-레이는 앞뒤 영상이 겹쳐 보이지만, CT는 신체의 일정 부위를 절단해 보는 것처럼 깨끗한 2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다.

X-레이보다 방사선 노출량이 높은 게 흠이다. 복부나 골반 CT검사의 1회당 방사선노출량은 약 10m㏜(밀리시버트·사람에게 쬐는 방사선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X-레이(0.03~0.05m㏜)보다 월등히 높다. 뇌두경부 CT는 회당 8~10m㏜,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은 10~25m㏜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한국인의 연간 자연방사선(일상생활에서 자연적으로 받는 방사선) 총 피폭량이 2~3.5mSv임을 감안하면 CT의 방사선량은 높은 편이다.

저선량 CT는 1회당 방사선 노출량이 2m㏜로 일반 CT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지만 방사선 노출이 적은 만큼 영상 화질이 떨어져 진단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단 저선량 CT만으로도 폐암 종양이나 결절을 발견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회 방사선노출량이 적더라도 매년 주기적으로 저선량CT를 찍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정한 연간 방사선 노출량 권고 기준치는 자연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제외하고 일반인은 1m㏜ 이하, 방사선 관련 직업인은 50m㏜ 이하다. 이론상으로는 저선량CT를 한번만 찍어도 권고량을 초과하게 된다. 게다가 의료 목적의 방사선 노출 권고 기준치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또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 옮겨다니며 CT를 중복해서 찍거나, 정밀진단을 위해 여러 부위의 CT를 촬영하거나, 정기검진을 위해 매년 주기적으로 CT를 찍을 경우 방사선 노출량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 따르면 1회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100m㏜ 이상이면 향후 20~30년간 암에 걸릴 위험이 0.5%, 1000m㏜ 이상이면 5% 증가한다. 1회 노출량이 아닌 평생 누적방사선량이 100m㏜를 넘으면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인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세포와 DNA가 손상된다. 망가진 세포·DNA가 자연 복구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생성 및 증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암세포로 변이된다.
방사선에 의한 인체 영향은 ‘결정적 영향’과 ‘확률적 영향’으로 구분된다. 결정적 영향은 일정량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증상으로 피부이상, 탈모, 백내장, 백혈구 감소, 불임 등이 대표적이다. 보통 한번에 1000m㏜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결정적 영향이 나타난다.
확률적 이상은 암 발생과 유전적 영향으로 같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더라도 어떤 사람은 아무 이상 증상이 없는데 다른 사람에선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 CT 등 방사선 영상검사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CT 촬영 건수는 2010년 525만건에서 2015년 770만건으로 늘었다. 국내 의료기관의 CT 장비 수도 2011년 2147대에서 2016년 2300대로 늘었다. 국민 10만명당 4.5대의 CT 장비가 있는 셈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5대보다 월등히 많다.

보장성 확대 및 건강염려증에 따른 의료쇼핑과 중복검사도 문제다. 심평원 조사 결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환자의 18.4%(2013년 기준)가 CT를 다시 찍는다. 환자는 자신이 어느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의료진도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실정이다. 의료진조차 영상검사별 정확한 방사선 노출량을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홍세리 국립암센터 암정보교육과 박사팀이 국가암검진 사업에 참여 중인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 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70%가 폐암검진을 위한 흉부 X-레이와 저선량 CT의 방사선 노출량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김승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료기기로 인한 방사선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으려면 불필요한 검사를 자제해야 한다”며 “특히 단기간, 한달 이내에 병원을 옮겨다니며 재촬영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검사 시간이 짧을수록 노출되는 양이 적으므로 미리 검사요령을 숙지해 전문의의 지도를 잘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세리 박사는 “저선량 방사선 노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잠재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가설이 인정받고 있다”며 “특히 임산부는 태아가 방사선에 과다 노출될 수 있고, 어린이는 암 위험이 최대 15배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돼 CT 검사 외 대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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