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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2018 정책 … ‘보여주기식 아니면 모르쇠’ 8가지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2-21 20:17:20
  • 수정 2021-05-30 18: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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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란·간편식 HACCP 인증 의무화? … 허술한 HACCP 관리체계 보완이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4일 올해 업무계획을 공개하고 식품·위생용품 안전성 및 의약품 공공성 강화, 신기술 의료기기 규제 혁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나 소비자가 개선을 촉구한 문제 중 시급하거나 마무리가 필요한 것은 뒷전으로 밀렸고, 보여주기식 행정의 함정에 빠져 실질적인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기자가 취재하며 느낀 8가지 사례로 문제의 본질에 더 다가가길 촉구한다.    

1. 엄격한 HACCP 관리 체계 구축 
식약처는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에 따른 조치로 산란계 농장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해썹) 통과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소비가 급증한 간편식에도 HACCP 인증 의무화를 추진해 먹거리 안전을 강화할 계획이다. HACCP 인증률을 높이기에 앞서 엄격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HACCP 인증을 받은 제품도 안전성을 믿을 수 없고, 가짜 HACCP도 유통된 사례가 잇달아 적발됐기 때문이다. 본래 도입 취지와 달리 일부 업체가 매출 증대 목적으로 안전성 왜곡해 악용하고 있다. 따라서 HACCP 인증 의무화 대상 확대는 생산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소비자에게도 이렇다할 도움을 주지 못할 공산이 크다.

HACCP는 식품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해요소를 지속 관리해 안전성을 보증하는 제도로 1995년 12월 국내에 도입됐다.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 지난해 8월 정부가 전국 산란계 농장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계란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 총 49곳 가운데 29곳(약 59%)이 HACCP 인증을 획득한 곳으로 드러났다. 한 달 전엔 HACCP 마크를 도용한 수산물 8억원어치가 유통됐다. 식약처로부터 HACCP 인증을 받으면 도안을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고 정기적 감시·관리 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대장균 떡볶이’를 납품하다 걸린 송학식품은 식약처에서 HACCP 인증을 담당했던 4급 공무원 김모 씨를 채용한 뒤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HACCP 인증업체 마크를 손쉽게 획득했다. HACCP 인증 업체가 수 차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도 영업정지 2개월 미만 행정처분만 받으면 인증이 유효한 것도 문제다. 

2. 히알루론산 성분 인공눈물 일반의약품 생산 유인책 마련 
약국에서 환자들이 많이 찾는 히알루론산 성분의 점안액(인공눈물)을 제약사가 전문의약품뿐 아니라 일반의약품으로 생산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히알루론산은 다른 일반약 인공눈물 성분에 비해 수분 보충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안전성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3년 3월에 기존 전문약에서 전문약(쇼그렌증후군 등 각막·결막 상피장애 치료)·일반약(습윤 효과에 따른 안구 건조감·이물감·피로감 개선) 동시분류 의약품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점안제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에서 영향력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 의사들의 눈치를 봐 이 성분 제제를 전문약으로만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히알루론산 제제는 2016년 일회용 점안액의 건강보험 청구액(약 1585억원) 중 79.1%(약 1255억원)를 차지, 가장 많이 처방됐다.

많은 환자가 히알루론산 성분의 인공눈물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불편함과 진료비 지불을 감수하고 있다. 식약처는 제약사가 히알루론산 점안액을 일반약으로 생산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수 년간 되풀이하며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어서다. 일반약·전문약 동시분류 제도는 2012년 6월 처음 논의될 때부터 식약처가 의사와 약사의 밥그릇 싸움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해 허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3. 편의점 상비약 확대 논의 재개  
최근에도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편의점 상비약 확대를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정책에 반대하는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이 자해를 시도하면서 논의는 지지부진해졌다. 일부 전문가는 소비자 접근성 확대를 위해 인공눈물·화상연고·알레르기치료제 등을 편의점 상비약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약사회는 약 복용은 편의성보다 안전성이 중요하고, 심야 공공약국 운영으로 해결될 문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4. 신약 PMS 증례수 기준 현실화 
식약처가 신약의 시판후 안전성조사(PMS, post market surveillance) 보고 증례수를 질환별 처방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6년내 3000례 이상으로 고정해 의료·제약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PMS 재심의를 거쳐 기준을 완화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행정력과 기업경쟁력을 소모할 필요 없이 식약처가 처음부터 품목별로 현실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5.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규제 완화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규제가 까다로워 관련 스타트업이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어렵고, 힘겹게 출시한 후에도 시장성을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예컨대 네오펙트의 스마트 재활 솔루션인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국내와 달리 원격의료가 허용되는 미국·유럽 시장에 주력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의사에게 보내고 의사가 이를 토대로 진단·진료 행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체온계 ‘써모케어’를 개발한 엠트리케어는 2015년 11월 크라우드펀딩(대중 모금)을 추진하다 식약처로부터 사전광고 금지 규정 위반으로 고발조치를 당했다. 개발되지 않은 의료기기 성능과 디자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초기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기능과 서비스를 미리 공개하고 대중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에선 이같은 투자금 유치가 불가능하다.

6. 임상용 NGS 유전자검사 표준화·적응증 구체화 
의료기관이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검사를 무분별하게 시행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새고 있다. 바이오업계는 식약처가 임상용 NGS 검사의 분석절차를 표준화하고,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된 유전자 돌연변이를 적응증으로 허가해야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NGS 임상검사는 분석기관마다 상이한 연구용 분석시약과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해 검사실에 따라 분석결과가 다르게 나올 여지가 크다. NGS 임상검사의 건강보험 행위수가가 유전자 개수 혹은 유전자 길이에 따라 산정돼 임상적 유용성이 낮은 유전자를 임의로 추가하거나 유전자 길이를 늘리는 일이 분석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다.

7. 신생아 유전자검사법 표준화·과장 마케팅 감시
국내 신생아 유전자검사 시장이 성장하면서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방식의 유전자분석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어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임상적으로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질환으로서 의미가 없는 너무 미세한 염기변이도 검출해 피험자 및 보호자가 불필요한 걱정을 하게 된다. 바이오진단 업계에 따르면 E사는 연구용 DNA칩을 수입 허가·신고 없이 해외에서 들여와 관련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가 수집한 유전자정보가 고객의 허락 없이 해외에서 떠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유전자학회(ACMG)는 2010년 산후 유전자검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DNA 복제수변이(CNVs, copy number variants) 질환 유전자분석 1차 검사법으로 마이크로어레이 기반 고해상도유전체검사(CMA, cytogenomic microarray)로 추천했다. CMA보다 해상도가 높은 분석법으로 제대로 검사하려면 비용이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CMV 외 다른 유전자분석 방식 서비스가 저가에 출시됐다. 검사 정확도나 임상적 유용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8. 기증제대혈은행 운영 활성화·올바른 제대혈이식 정보 전달  
식약처와 복지부의 제대혈 관리·감독이 허술해 국내 제대혈 보관사업은 상업성이 짙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의료계·시민단체 등은 제대혈 보관 비용부담을 낮추고 제대혈 활용도를 높이려면 해외처럼 보건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기증제대혈은행 운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선 막 출산을 한 산모를 대상으로 제대혈 보관 마케팅을 하는데 제대혈을 이용해 다양한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장밋빛 이야기만 듣고 30년이나 평생 보관하는 고액 상품에 계약하는 소비자가 적잖다. 가족제대혈은행 대부분은 체중이 20㎏ 미만인 미취학 아동을 치료할 수 있는 양(평균 유핵세포수 3억~4억개)의 제대혈만 이식용으로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체와 산부인과 간 리베이트 거래로 제대혈이식 관련 정보가 산모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정부 차원에서 제재할 필요가 있다. 

요즘 식약처 보도자료는  ‘~습니다’로 끝나는 공손체 문장을 쓴다. 류 식약처장이 지난해 8월 취임하자마자 △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 △계란 파동 수습과정 중 꼼수 휴가 등을 겪으며 언론의 질타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대국민 소통 차원에서 공손체로 보도자료를 내는 것 같다. 하지만 보도자료는 공공성과 효율성을 겸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과거처럼  ‘~했다’,  ‘~한다’로 끝나는 서술형 문체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식약처는 고객인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되 헬스케어산업의 주역인 관련 업체의 실타래처럼 얽힌 규제를 풀어주는 데 진력을 다해야 한다. 행정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늑장을 부리고 온갖 법규와 관행을 들이대며 애를 먹히는 식약처 공무원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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