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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26억원 리베이트 혐의’ 부인 … “법령해석부터 근거신빙성까지 문제 있다”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2-09 22:05:06
  • 수정 2020-09-13 1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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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학술활동 빙자 불법 판촉” vs 노바티스 임원들 “부하 PM 일탈행위, 몰랐다”
지난 8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308호 법정에서 한국노바티스가 의약전문지를 통해 의사들에게 25억9000여만원의 리베이트를 우회적으로 제공한 혐의를 두고 공판이 열렸다.

한국노바티스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C모, M모 의약전문지 등 5개 매체를 통해 의사들에게 25억9000여만원의 리베이트를 우회적으로 제공한 혐의를 놓고 진행 중인 12차 공판이 지난 8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308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검찰은 노바티스가 1억원 넘는 비용이 드는 임상연구를 언론매체에 불과한 C사에 의뢰하고 막상 그 연구결과에는 정작 관심을 가지지 않은 점, 매체에 집행한 광고비와 별도로 여기에 30~50%의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한 점 등을 집중 추궁했다.
 
서울서부지법(형사5단독 판사 홍등관)은 이날 공판에서 C매체에서 마케팅·광고·학술 업무를 담당했던 전 직원 M씨를 불러 2차 심문했다.

M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언론사는 광고비로 먹고 살기 때문에 제약사 PM들을 접대해야 한다”며 “노바티스 PM들(K씨, L씨 등)이 요구하면 개인 신용카드를 빌려줬다”고 시인했다. 검찰은 “노바티스 PM들이 M씨 카드로 호텔·스파·룸살롱 (비용) 등을 결제한 것이 개인적 용도인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입증할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려면 (관련 PM들에 대한) 영장 청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PM들은 C매체가 주최한 학술행사가 없는 날에도 이 카드를 사용했다.

의약전문지 마케팅 직원 개인카드로 의사 접대 의혹 … 광고비 외 수수료 30~50% 지급

검찰은 또 노바티스가 C매체에 광고비(학술기사 게재비)로 지급한 내역에서 수수료가 30~50%나 붙은 것을 추궁했다. M씨가 카드를 빌려준 것은 접대용이라고 했는데 왜 수수료를 붙여 되돌려 받았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판사는 “C매체가 노바티스와 거래를 하면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손해 볼 일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M씨는 지난번 심문에서 “결제할 광고비가 수십억원인데 너무 비싸다는 의문이 든 적이 없었냐”는 검찰의 질문에 “노바티스 PM이 순수한 광고비로 처리해달라고 요구해 이를 의심하지는 않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또 “노바티스 사무실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PM을 만났다”며 “행사 진행비는 사전에 결재받아야 하므로 이를 사내 윗선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2013년 상반기 노바티스의 당뇨병치료제 ‘가브스’(빌다글립틴) 전국 심포지엄이 C매체와 M매체를 통해 비슷한 시기에 수차례 개최된 것을 예로 들며 “노바티스와 C매체가 공동 진행한 행사는 순수한 학술활동이 아닌 의사들을 초청해 식사 등을 대접한 판매촉진활동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C매체 서류에 행사진행비는 광고비 중에서도 행사대행료(agency fee)로 표시돼 광고비 상당 부분이 행사대행료로 전용됐음을 시사했다.

M씨는 “노바티스 PM들이 모 대학병원 P교수님 등과 언제 어디서 좌담회·소규모마케팅회의(RTM, Round Table Meeting) 등을 갖기로 했으니 준비해달라는 구체적인 요청에 따라 학술행사를 준비했다”며 “C매체 직원들이 행사 현장에서 이들 의사에게 자문료·강연료 등을 거마비(車馬費, 교통비)조로 약 50만원의 현금을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 “의사 계좌 맞다. CIF까지 확인” vs  노바티스 변호인 “한 사람 필체로 서명, 가짜 영수증”

좌담회 참여 비용 처리와 관련, 노바티스 안과사업부를 총괄했던 임원 C씨 변호인은 “영수증 내 각 교수의 사인 필체가 (한 사람이 쓴 것처럼) 같다”며 “영수증은 가짜이므로 증거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검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에 검찰은 “해당 영수증에는 서명 외에도 계좌번호가 기입돼 있다. C매체의 계좌 출납일에 해당 행사에 참석한 5명의 입금내역을 고객정보조회서(CIF, 계좌 소유자의 인적사항과 계좌 현황, 직장 정보 등이 포함된 문서)로 확인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돈을 받은 자의 인적사항이 명백한 이상 필체가 동일한 것은 혐의 증거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M씨는 “전체 학술행사 중 약 70%는 제약사의 요구로 개최했다”며 “홍보·이벤트 대행사처럼 행사만 진행한 경우도 있었고, 언론사로서 의사들 멘트를 녹취해 기사로 정리한 것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스폰서 의약품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의사가 드물었다”며 “제약사가 후원하지 않으면 행사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 제품 홍보에 불리한 내용을 순화해 기사화했다”고 덧붙였다.

언론매체에 후향 임상연구 의뢰? … 병원에 2000만원 넘는 연구용역비 전달   

C매체가 노바티스 PM의 요청에 따라 노인성질환에 관한 후향 임상연구를 진행한 것과 관련, 검찰은 증인에게 “작은 신문사에게 약 1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들여, 약도 아닌 질환 자체를 연구해달라는 제약사의 요구가 불순하다는 의심이 들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임상연구 결과를 자신의 집 창고에 보관해놓은 것과 관련해 M씨는 “노바티스는 연구결과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고 답했다. 그는 앞서 “의미를 도출한 분석 데이터는 회사가 소장하고 있으며, 원 데이터(raw data)를 보관할 자리가 없어 집에 가져다놓은 것”이라고 증언했다.

후향 임상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지 않아도 돼 임상시험기관 내 윤리심의위원회(IRB)만 통과하면 법적 문제가 없다. C매체는 노바티스가 의뢰한 임상연구 용역비로 병원별로 산하 기관에 2300만~2800만원씩을 지급했다.

검찰은 또 M씨에게 “언론사는 임상연구자를 취재해 기사를 쓰는 게 할 일이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인 C 리서치회사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면서까지 연구를 수행했어야 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연구용역으로 수 천만원이 오가는데 C매체 윗선이 모를 리 없고 이를 방조한 데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M씨는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Y씨(현직 의대 교수)와 일부분 상의했다”며 “후향 임상연구 결과를 추후 실버산업 기관과 공유하면 회사 차원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거라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C매체가 국내 B제약사와도 개원가 항생제 사용 실태 등 8가지 설문조사 연구를 수행하는 등 유사한 패턴을 반복해왔다고 반박했다. 

노바티스 변호인 “담당 PM이 상사 몰래 한 일” … K임원만 “부서장급은 리베이트로 인지” 시인

노바티스 중추신경계질환사업부를 총괄했던 임원 B씨 측 변호인은 “C매체가 각 의약품 담당 PM들과 논의하고 비용을 집행해 (PM 직속상관인) B씨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M씨는 “PM이 광고비 결제권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으나 다른 회사(노바티스)의 내부 보고 체계가 어떤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2016년 9월 22일 1차 공판이 시작된 노바티스 리베이트 사건은 1년 6개월 사이에 담당 검사와 판사가 모두 바뀌면서 공판이 장기화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도 입석해 강력한 혐의 입증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내달 열리는 공판에는 노바티스에서 심혈관·대사질환사업부를 이끈 임원 K씨가 신청한 증인이 나올 예정이다. 국내 다른 다국적 제약사 E사 대표로 전직한 K씨는 문학선 한국노바티스 대표 및 다른 임원들과 달리 수사과정에서 검찰 측이 제시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K씨는 “일부 마케팅 직원의 행동 중 세부적으로 몰랐던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의사 접대비를 의약전문지 광고비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부서장급은 인지하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2010년 쌍벌제 시행 후에도 리베이트 수수 관행 여전 … 노바티스, 韓·美·中·그리스서 ‘오명’

노바티스는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를 피하기 위해 의학전문지를 창구로 의사를 불법 접대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2016년 8월 노바티스 전현직 임원 6명, 의약전문지 5곳, 보건의료계 출판업체 1곳 등 관련자 34명을 불구속 기소, 법정에 세웠다. 이 중 대형병원 의사 15명은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아 법정에 나오지는 않았다. 현재 19명의 피고인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사 명단은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2009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조사·발표한 노바티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명단과 상당히 겹친다고 검찰 측은 설명했다. 쌍벌제가 시행됐음에도 리베이트 수수관행은 변한 게 없고 오히려 전문지를 통해 학술행사를 빙자한 변종수법만 생겨났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노바티스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근거로 △2010년 이후 노바티스가 (단독) 주최한 RTM이 급격히 줄고 의약전문지 광고비 집행이 최대 25배까지 늘어난 점 △자사 제품 처방량 등에 따라 의사 등급을 S1~S4로 나눈 뒤 자문료 등을 차등 지급한 점 △학술행사 참석자 섭외부터 접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노바티스가 깊이 관여한 점 등을 꼽았다. 매출액 규모가 비슷한 다른 제약사와 비교하더라도 노바티스가 이들 매체에 지급한 광고비가 유독 많았다고 밝혔다. 의약전문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된 문서에 따르면 매체가 노바티스에 보낸 견적서에 행사 당일 식대·골프접대·교통비·회식비·자문료 등이 포함됐다.

노바티스의 리베이트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의약품 매출·기술력·윤리규정 등 다방면에서 세계 정상급을 지향한다는 회사 명성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에도 그리스 검찰은 노바티스 그리스지사가 전직 총리 2명과 장관 8명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미국에서 3억9000만달러(약 4250억원), 지난해 3월 중국에서 2500만달러(약 272억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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