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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공짜 복지는 없다’ …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보험료 인상 필연적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2-08 09:51:13
  • 수정 2020-09-13 15: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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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건보료 2.04% 올라, 10년 후 인상폭 6% 넘을수도 … 비급여 과소추계도 우려
대한의사협회 산하 국민건강수호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작년 12월 10일 서울시청 앞에서 문재인케어 전면 철폐를 외치며 총궐기대회를 갖고 있다.
올해부터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문재인케어’가 본격 시행되면서 보험료 인상 등 국민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3.4%에서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1인당 환자 본인부담금은 18%, 비급여 부담은 6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필요 예산 중 15조~16조원을 건강보험 적립금(흑자누적분), 10조원을 건강보험료 인상분, 나머지 5조원은 국고보조금으로 충달할 계획이다.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당장 올해부터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 장기요양보험료 등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보험료가 줄줄이 인상됐다. 지난달 25일부터 적용된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6.24%로 전년의 6.12%보다 2.04% 올랐다. 건보료 인상 폭은 2012년 2.80% 인상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가입자가 절반, 사업자가 나머지 절반을 부담한다. 지역가입자는 자신이 전액 부담한다. 직장가입자 1인당 월 평균 건보료는 2017년 10만276원에서 올해 10만2242원으로 1966원, 지역가입자는 세대당 월 보험료가 8만9933원에서 9만1786원으로 1853원 올랐다.

임금이나 연봉협상으로 보수월액(월급)이 오른 직장인은 실제 체감하는 보험료 인상폭이 커질 수 있다. 건보료는 보수월액에 건강보험료율(올해 6.24%)을 곱해 계산되기 때문에 월급이 오르면 보험요율 인상분만큼 추가 부담이 커진다.

원래 정부는 문재인케어 실행에 드는 재원을 마련하고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건보료를 3.2%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에 대한 반대여론에 부딪혀 인상폭을 낮췄다.

실제로 절반 이상의 국민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엔 찬성하지만 정작 그에 따른 보험료 인상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월 전국 20~69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은 희망 건보 보장률로 75.9%(현재 63.4%)를 제시했다.

또 응답자의 59.5%가 ‘문재인 케어에 따라 건보 보장성이 확대되는 건 좋지만 건보료를 더 내는 건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면 건보 보장 확대 시 건보료를 더 낼 용의가 있다는 응답자는 4명 중 1명(25.1%)에 그쳤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국민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한 높은 요구에 비해 보험료 부담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험료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현 정부 5년간은 버틸 수 있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3년경에 바닥나고 2025년에는 20조1000억원 적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등으로 노인 의료비가 폭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비급여 항목을 전환해 건강보험 급여를 늘리면 건보재정이 더 빨리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료는 더 오를 전망이다. 수년 내 건강보험료 인상폭이 건보 재정이 악화됐던 2000년대 중반 수준인 6%대 중반(올해 2.04%)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태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구고령화가 가속화되면 생산가능 인구의 건강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007년과 2008년에도 건강보험료율을 각각 6.5%, 6.4% 인상하고 입원 환자의 병원 밥값과 6세 미만 어린이의 입원료 부담을 늘렸다. 당시 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수백억~수천억원 적자를 기록해 취한 조치다. 이후 2008년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자 정부는 보험료율을 동결시켰지만 2010년 다시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내자 2011년 5.9% 인상한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2025년에 고갈되는 것을 막으려면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을 2026년에 4.90%, 2027년 3.79%까지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율은 2027년에 8.48%(올해 6.24%)까지 치솟게 된다.

정부가 비급여 규모를 너무 적게 추산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현재 비급여 의료비 부담액이 연간 13.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2016년 6월 발표된 ‘2014년 국민보건계정’에 따르면 총 국민의료비 105조원 중 비급여 본인부담금은 24.9조원에 달했다. 김주한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비급여 규모의 과소추계는 재정소요액의 과소추계로 이어져 건보재정 파탄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 사이에 보험료율이 가파르게 뛰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보장성을 확대하려면 보험료 인상에 대해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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