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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면역항암제’ 시장, 2022년엔 107조원 … 국내 기업도 속속 진입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2-06 15:14:52
  • 수정 2021-06-10 19: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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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한양행 이뮨온시아,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 국내 최초 임상 승인
한미약품·ABL바이오, ‘이중항체’ 기술로 치료반응률 높인다 … 새 타깃 발굴도
이뮨온시아·삼양바이오팜, CD47/SIRPα 면역관문억제제 파이프라인 확보   


유한양행 자회사 이뮨온시아의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 ‘IMC-001’(왼쪽)과 한미약품의 이중항체 플랫폼기술 ‘팬텀바디’ 작용기전

유한양행과 삼양바이오팜이 면역관문억제제, 한미약품과 ABL바이오는 면역항암제 효과 제고에 필요한 이중항체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혁신적인 면역항암제 신약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면역항암제 자회사 이뮨온시아는 지난 1일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IMC-001’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머지 않아 국내사가 개발한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가 도입되면 환자와 정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된다.  

IMC-001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와 미국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와 같은 계열인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 분류된다. 정광호 이뮨온시아 대표는 “IMC-001은 MSD와 화이자가 공동 개발해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바벤시오’(아벨루맙, avelumab)와 분자 구조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두 약은 2014년 나란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처음 시판허가를 받았다. 연간 치료비(비급여)가 약 1억원에 달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츠(Research and Markets)는 옵디보와 키트루다가 발매 약 5년 만인 2019년엔 전세계 매출이 각각 43억달러(약 4조7000억원), 29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잠든 면역체계를 일깨워 다양한 암종을 제거한다. 치료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오랜 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게 장점이다.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은 면역체계 조절인자로 인체 면역체계가 건강한 면역세포를 무분별하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표지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체내 면역체계를 조종해 면역세포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장하는 특징을 역이용해 개발됐다. 암세포의 자기위장을 방해, T세포가 쉽게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 표면단백질 PD-L1(programmed death-ligand 1, 프로그램된 세포사멸 수용체-1 결합물)이 체내 T세포 표면의 PD-1(programmed cell death receptor-1, 프로그램된 세포사멸 수용체-1) 단백질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한다.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T세포의 PD-1에 결합하는 항PD-1 항체, 바벤시오와 IMC-001은 암세포의 PD-L1에 달라붙는 항PD-L1 항체라는 게 차이다. 이들 약은 공통적으로 면역관문 PD-1과 PD-L1의 상호작용을 차단한다. 

이뮨온시아는 미국 임상단계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소렌토테라퓨틱스(Sorrento Therapeutics)와 유한양행이 2016년 9월에 공동설립한 조인트벤처다.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를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와 차별화 전략으로 CD47/SIRPα를 타깃으로 한 면역관문억제제 ‘IMC-002’도 개발 중이다.

IMC-002는 항CD47 항체로 암세포 표면의 CD47 단백질이 탐식작용을 하는 대식세포 표면의 SIRPα(신호조절단백질α, signal regulatory protein alpha)에 결합해 체내 면역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작용을 차단한다. 암세포는 CD47을 통해 대식세포에게 ‘나를 잡아먹지 마세요’(Don’t eat me)라고 신호를 보낸다. T세포와 관련해 PD-1, CTLA-4(세포독성 T림프구 항원-4, cytotoxic T-lymphocyte associated protein-4)의 기능 저하를 막는 게 기존 면역관문억제제라면 IMC-002는 대식세포의 SIRPα를 표적으로 대식세포의 무력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 표면에 CD47이 발현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치료예후가 나쁜 편이다. 정광호 대표는 “CD47을 억제하면 면역세포 사령관인 수지상세포가 T세포의 암세포 공격력을 높일 수 있다”며 “대식세포 기능 활성화를 돕는 면역항암제가 T세포 기능 활성화 면역항암제 못잖게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삼양바이오팜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부터 CD47/SIRPα 면역관문억제제 독자기술을 약 50억원(계약금 5억원 및 임상단계별 마일스톤 45억원, 판매 로열티는 별도)에 확보했다. 이 기술을 공동 개발한 김인산 KIST 박사와 이은정 경북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철의 저장과 운반에 관여하는 생체유래 단백 소재인 페리틴(ferritin) 나노입자 표면에 SIRPα 단백질을 표출한 신약후보물질로 쥐실험을 한 결과 면역세포의 암세포 탐지기능을 향상시켜 암세포 성장이 현저히 저해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미약품과 ABL바이오의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BsAb) 플랫폼 기술은 면역항암제의 치료반응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에 드라마틱한 반응을 보이는 암환자는 20~3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중항체는 한쪽이 면역세포에, 다른 한쪽이 암세포에 각각 결합해 T세포가 암세포로 모이게 한다. T세포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키메릭항원수용체(CAR, chimeric antigen receptor)를 삽입하는 CAR-T와 유사한 효능을 갖는다.

한미약품의 관련 기술 ‘펜텀바디’(Pentambody)가 적용된 PD-1/HER2 표적 이중항체 ‘BH2933’은 체외 세포실험(in vitro)에서 HER2(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2) 표적 유방암치료제 스위스 로슈의 ‘허셉틴’(트라스투주맙, trastuzumab)이나 항PD-1 면역항암제를 각각 단독 또는 병용투여할 때보다 종양 억제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확인됐다. BH2933의 한쪽은 T세포 표면의 PD-1에, 다른 한쪽은 암세포 표면의 HER2 단백질에 결합한다.

한미약품의 다른 파이프라인인 PD-1/PD-L1 이중항체 ‘BH2941’은 세포실험 결과 기존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항PD-1 항체 또는 항PD-L1 항체)보다 비소세포폐암 공격력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펜텀바디는 이 회사 중국법인 북경한미약품의 주도로 중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바이오기업인 이노벤트(Innovent)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BH2933과 BH2941은 전임상 단계에 있다.

ABL바이오의 관련 기술 ‘ABL10X’ 이중항체는 TNFα수용체 슈퍼패밀리(tumor necrosis factor alpha receptor superfamily)로 분류되는 T세포 관련 보조 면역자극인자(co-stimulator, stimulatory checkpoint molecule)와 암항원(TAA, tumer associated antigen, 암세포 표면 특정 단백질)에 항체의 두 팔이 동시에 결합한다.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는 “우리 회사의 이중항체 기술은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안에서만 T세포를 특이적으로 활성화해 항암 효과와 안전성이 높다”며 “면역항암제에서 새로운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는 TNFα수용체 슈퍼패밀리와 암세포 사이에서 가교역할(cross-linking)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소암·삼중음성 유방암 등에 특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70~80% 암환자를 위한 혁신신약(first in class)을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글로벌 기업이 TNFα수용체 슈퍼패밀리를 표적으로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로는 BMS의 항OX40 항체, 미국 바이오기업 VLST의 항CD40 항체(2012년 화이자로부터 인수)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ABL바이오는 지난달 동아에스티와 이중항체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지온마켓리서치(Zion Market Research)는 면역항암제 시장이 2016년 429억7000만달러(약 47조1000억원)에서 연평균 14.6% 성장해 2022년에는 973억4000만달러(약 106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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