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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젠 ‘스핀라자’, RNA치료제 세계 첫 출시 … ‘가격’은 넘어야할 산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2-02 19:50:32
  • 수정 2023-10-24 15: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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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유전질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 … 年 약값 4억원 이상, 환자에겐 ‘그림의 떡’

세계 최초로 출시된 RNA치료제인 바이오젠코리아의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 nusinersen)가 2016년 12월 미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지 1년 만인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도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 약은 RNA치료제의 상용화 걸림돌이었던 안정성·세포내 전달력·결합특이성 등이 떨어지고 면역 부작용이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NA치료제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단백질 발현 문제를 정상화해 유전질환의 근본 원인인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으로 교정하는 유전자가위와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 희귀난치 유전질환치료제뿐 아니라 항암제·예방백신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RNA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핵산(nucleic acid)으로 DNA 중 일부가 전사(transcription)돼 만들어진다. 구조와 기능에 따라 △DNA 유전정보를 옮겨 적어 단백질 합성 시 청사진 역할을 하는 전령RNA(mRNA, messenger RNA) △세포기관 리보솜을 구성하는 리보솜RNA(rRNA, ribosomal RNA) △mRNA로부터 정보를 받아 리보솜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운반RNA(tRNA, transfer RNA) △효소처럼 작용하는 RNA인 리보자임(ribozyme) 등으로 분류된다. mRNA는 세포 핵 안 DNA 중 필요한 유전정보만 선별·암호화해 세포질로 빠져 나온다. 세포기관인 리보솜과 tRNA는 mRNA의 암호를 풀어 단백질을 합성한다.

RNA치료제로는 mRNA, 작은간섭RNA(siRNA, small interfering RNA), RNA앱타머(RNA aptamer) 등이 활용되고 있다. mRNA 기반 치료제 성분은 단백질 발현을 정상화하는 mRNA 결합물질, 선천면역반응을 유도해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mRNA 등을 이용한다. siRNA는 RNAi(RNA간섭) 작용제로 타깃 mRNA를 분해,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관련 단백질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한다. RNA앱타머는 항체의약품처럼 어떠한 분자와도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RNA로 표적치료제로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스핀라자는 5번 염색체(5q) 내 SMN1 유전자 결실로 생존운동신경원(SMN, survival motor neuron) 단백질이 감소해 발생하는 SMA를 치료한다. 미성숙mRNA(pre-mRNA) 내 SMN2 유전자 부위에 결합해 SMN 단백질 총 발현량을 늘린다. SMN2 유전자는 SMN1과 염기서열이 거의 같다.

SMA는 척수와 뇌간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위축되는 신경근육계 유전질환이다. 신생아 1만명당 1~2명꼴로 발생한다. 인지기능은 정상이지만 근육 긴장성이 떨어지고, 혀 근육이 수축되는 등 정상생활이 어렵다. 발병 연령, 신체발달 지표 등에 따라 4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6개월 미만 신생아에서 발생하는 SMA 1형은 대표 유형으로 증상이 심각해 대부분 만2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 근육 형태 변형과 기능장애를 완화하는 물리치료 외에 마땅한 약물요법이 없어 신약개발 요구가 높았다.

스핀라자는 현재까지 유일한 SMA 치료제로 3상 임상 ‘ENDEAR’ 등에서 위약 대비 운동기능 개선, 생존률 상승 효과가 입증됐다. 이 약으로 치료한 환자 중 일부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앉거나, 서거나, 걷게 됐다.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경과가 좋았다. 주요 부작용으로 혈소판 감소, 신장독성 등이 보고됐다.

이 약은 진단 후 가능한 빨리 0, 14, 28, 63일째에 요추천자로 경막 내 투여한 다음 4개월마다 같은 방식으로 주입한다. 미국 기준 1회 주입비가 12만5000달러(약 1억3000만원)에 달해 총 6회 투여하는 치료 첫해에 75만달러(약 8억1000만원), 이후엔 매년 3회 투여하므로 연간 37만5000달러(약 4억원)가 든다.

지난해 12월 11일자 ‘미국의사협회 소아학회지’(JAMA Pediatrics) 온라인판에는 연구개발비와 치료제의 혁신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스핀라자의 가격이 너무 비싸 환자의 접근성이 우려된다는 보고서가 실렸다. 미국 의료 전문지 ‘메드스케이프’(Medscape)에 따르면 바이오젠 측은 “스핀라자 상용화에 9억달러(약 980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며 “출시 후에도 진행 중인 임상연구 비용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스핀라자는 미국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즈(Ionis Pharmaceuticals)가 개발했고, 미국 바이오젠이 이 약의 전세계 개발·판매권을 갖고 있다. 바이오젠은 글로벌 3상 임상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2016년 8월 아이오니스에 계약금 7500만달러(약 807억원)를 지불하고 스핀라자를 사들였다. 계약금과 별도로 허가·판매에 따른 수수료는 총 1억5000만달러(약 1614억원)로 책정됐다.  

바이오젠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은 국내와 달리 의료보험이 사보험 형태로 운영된다”며 “사보험 가입자는 치료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스핀라자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준비 중”이라며 “국내 1형 SMA 영아 환자는 약 49명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대 주주로 삼성이 개발한 TNF-α(종양괴사인자) 억제제인  ‘엔브렐’(에타너셉트, etanercept, 개발사 암젠)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와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 infliximab, 개발사 얀센)의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 2종을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 따르면 두 품목은 지난해 유럽에서 각각 3억7080만달러(약 원), 900만달러(약 원) 어치 팔렸다. 두 품목 합해 한화로 4178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77% 증가했다. 

스핀라자 외 mRNA 기반 치료제로는 독일 큐어백(CureVac)의 광견병 예방백신 ‘CV7201’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1상 임상결과가 세계 의학술지 ‘란셋’(Lancet)에 실렸다고 발표했다. 큐어백은 CV7201 개발에 성공하면 1회 주사비 1달러(약 1000원)에 공급할 계획이다. 2a상 임상에서 1차 평가변수 충족에 실패한 mRNA 기반 전립선암 예방백신 개발도 지속한다.

세계 첫 siRNA 치료제 허가를 두고 미국 알니람(Alnylam)의 파티시란(patisiran)과 아이오니스의 이노터센(inotersen)이 경쟁하고 있다. 두 신약후보물질은 공통적으로 hATTR 아밀로이드증(hereditary ATTR amyloidosis with polyneuropathy)을 치료한다. 이 질환은 간에서 생성되는 트랜스티레틴(TTR, transthyretin)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에 변형이 일어나 비정상 단백질이 응집돼 발생한다. 말초신경·심장 등에 비정상 TTR 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손상을 초래한다. 두 회사는 연내 시판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선 올릭스가 기존 siRNA의 면역반응 유발, 비표적 유전자 억제 등 부작용을 줄인 자가전달 RNAi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비대흉터치료제 ‘OLX101’를 개발, 최근 아시아 기업 최초로 siRNA 임상시험 진입에 성공했다. 올해 폐섬유화치료제 ‘OLX201’와 황반변성치료제 ‘OLX301’도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바이오니아가 고효율 생분해성 자가조립 나노입자인 ‘SAMiRNA’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siRNA 관련 임상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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