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이 큰 수술이나 항암 방사선치료 대신 나노물질로 암세포를 빠르게 분열시키는 온열치료가 한 차원 진화했다.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강건욱 핵의학과 교수, 박기호 안과 교수는 배성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전자과 교수팀과 함께 마그네슘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치료의 효과를 입증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치료법은 암세포에 자성을 가진 나노입자를 넣은 뒤 외부에서 자기장을 거는 방식으로 열을 발생시켜 암세포를 파괴한다. 짧은 시간에 암세포를 사멸시켜 전이를 사전에 차단한다. 특정 암세포만 제거할 수 있어 정상세포 및 DNA 변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온열 암치료법에서 쓰는 자성 나노입자는 열방출 효과가 낮은 게 단점으로 꼽힌다. 암세포를 파괴할 만한 열을 내려면 많은 양의 나노입자를 주사해야 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체에 무해한 저주파(120㎑ 미만)에서 열을 폭발적으로 발생시키는 마그네슘 나노물질을 이용한 치료시스템을 개발했다.
마그네슘 나노물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료용으로 허가한 산화철과 비슷한 물질이지만 발열 효율은 100배 높다. 저주파로 암세포를 죽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온도로 알려진 50도 이상을 낼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뇌종양세포를 자라게 한 뒤 병변에 마그네슘이 도핑된 나노물질을 주입했다. 이어 인체에 무해한 저주파를 쏘자 2일 뒤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
배성태 교수는 “마그네슘 나노물질 같은 산화철을 기반으로 한 온열치료제는 전이성 뇌종양을 포함한 악성 뇌종양과 전신암의 진단 및 치료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선하 교수는 “악성 뇌종양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항암제 테모졸로마이드와 방사선치료 병행요법은 수명을 2~4개월 연장하지만 내성이 생기는 게 단점”이라며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치료는 물리적으로 암세포를 분열시켜 재발을 막고 내성이 생기지 않는 차세대 치료법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건욱 교수(대한나노의학회장)는 “전임상에 성공한 나노물질 온열 암치료는 기존 치료에 사용했던 산화철을 이용해 부작용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매터리얼(Advanced Materials, impact factor: 19.791)’ 온라인판 1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