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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부모 권유로 얼굴축소밴드 차는 소녀, 예뻐지려다 정신건강 해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2-28 09:34:00
  • 수정 2020-09-13 15: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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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가락링 효과 ‘글쎄’, 두상헬멧은 기형두상 치료에만 … 어린이 골반교정기 사용 삼가야
골반교정기는 골반, 척추측만증, 오다리 등을 교정하는 데 도움되지만 잘못된 방법과 강도로 사용하면 골반이 더 틀어져 골반통을 유발 및 악화시킬 수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골격이나 체형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피부절개 후 뼈를 깎거나, 철심·나사못을 박는 방법이 있지만 워낙 대수술이라 부담감이 크다. 만약 수술 없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골격과 체형을 바꿀 수 있다면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최근 몇년 새 틀어진 체형을 바로잡고 싶은데 병원에 가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각양각색의 체형교정기가 도입됐다. 입소문을 타고 병원 치료에 대한 부담 없이 ‘환골탈태’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인기가 급속도로 높아졌다.

선천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나 잘못된 자세로 골격과 체형이 틀어지기 쉬운 현대인에게 체형교정 장비는 가성비 좋은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다만 일부 교정장비 업체들은 해당 장비가 정식 의료기기가 아님에도 다이나믹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과장 허위광고를 하고 있다. 전문의의 처방 없이 각종 교정 장비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다간 변형된 체형이 고착화되거나, 통증이나 염증 등이 악화될 수 있다.

두상교정 헬멧은 아이의 머리 모양을 예쁘게 교정하려는 일부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다. 원래 이 장비는 신생아의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사경증, 뒤통수가 납작해지는 단두증, 두상이 비대칭적인 사두증 등으로 뇌 성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된다. 돌 이전에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헬멧을 착용하면 두상 형태가 정상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 두상 교정 효과를 얻으려면 6~7개월간 24시간 내내 치아교정기처럼 한시도 빼놓지 않고 머리에 착용해야 한다. 가격도 350만~500만원대로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일부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두상을 예쁘게 관리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두상교정 헬멧을 착용하게 한다. 성인이 돼 안면윤곽성형술이나 양악수술 등 성형수술을 하는 것보다 어릴 때 헬멧 착용으로 두상을 교정하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두상교정 헬멧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의료진 처방 없이 사용하기 까다롭고 가격도 비싸 대안으로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얼굴축소용 밴드를 아이에게 착용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두상헬멧이나 얼굴축소밴드를 착용하더라도 성인이 된 뒤 얼굴형이 예뻐진다는 보장이 없고, 성장기 아이가 이런 제품을 장기간 착용하면 지속적인 압박감과 불편함 탓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성장기에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스트레스는 인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정서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한창 골격이 발달하는 시기에 두상과 얼굴을 압박하는 장비를 착용하면 오히려 얼굴형이 틀어지는 등 역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젊은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발가락링도 맹신은 금물이다. 이 제품은 발가락 사이에 끼워넣어 착용하는 것으로 실리콘처럼 재질이 말랑한 게 특징이다. 관련 업체들은 발가락 사이에 링을 끼우면 무지외반증 등 족부질환을 예방하고 허리가 펴지는 등 자세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이힐이나 샌들을 신어 발이 쉽게 피로해지는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발가락링은 일시적인 효과만 낼 뿐 족부질환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승우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가락링이 족부질환 치료 및 자세교정에 도움된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틀어져 있던 발가락이 일시적으로 정상 위치에 돌아오면서 발 피로감과 통증이 줄어들 뿐 휘어진 발가락뼈를 바로잡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의 도움 없이 물리적 힘을 가해 뼈 구조를 억지로 바꾸려다간 염증만 유발 또는 악화될 수 있다.

골반교정기도 사용시 주의해야 한다. 골반은 두 개의 볼기뼈와 엉치뼈 및 꼬리뼈로 이뤄져 있다. 척추와 양쪽 다리를 이어주는 골격으로 상체하중을 지탱하고 대퇴부와 고관절의 가동범위를 콘트롤한다. 내장, 방광, 자궁 등 내부생식기관을 외부의 힘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이 부위가 틀어지면 골반통이 지속되면서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오다리, 안짱다리, 무릎 퇴행성관절염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이밖에 두통을 유발하고 시력에 악영향을 주는 VDT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 컴퓨터단말기증후군), 요실금, 변실금, 불임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틀어진 골반은 절골술, 물리치료, 운동, 추나요법 등으로 교정할 수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의자 형태의 골반교정기는 골반과 엉덩이에 압력을 가해 임신과 출산으로 벌어진 골반, 수험생의 척추측만증, 오다리, 잘못된 자세와 바르지 못한 생활습관으로 틀어진 자세 등을 교정하는 데 도움된다. 인터넷 등을 통해 구입 가능하고 일부 보건소나 한의원에도 비치돼 있다.

문제는 가정에서 혼자 교정기를 사용할 경우 적정 횟수와 강도를 준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틀어져 있는 골반에 과도한 자극이 지속되면 주변 연부조직의 손상 및 변성이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뼈가 미성숙한 소아청소년이 골반교정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골반이 더 뒤틀릴 수 있다.

서 교수는 “체형불균형은 문제가 있는 부분만 국소적으로 교정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게 아니라 전신의 균형을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효과적”이라며 “모든 체형교정 장비는 의학적 치료의 보조적인 수단일 뿐 그 자체만으로는 근본치료법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의와 상담 후 자신에게 맞는 교정기를 처방받고,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해야 부작용 위험을 막고 제대로 된 교정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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