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절반 이상은 노인이다. 노인 암환자에서 인지기능장애는 흔하고, 병이 진행될수록 인지기능은 점차 저하될 수 있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 암환자의 치료에 대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누구의 몫일까. 환자 자신일까 아니면 가족일까.
박기호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암관리정책학과 교수, 박종혁 충북대병원 종양내과 교수, 신동욱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2014년 전국 노인 암환자와 가족 보호자 358쌍을 대상으로 노인 암환자의 인지기능 저하와 의사결정에서 가족의 역할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국내 대다수 노인 암환자와 가족 보호자는 환자의 인지기능이 나빠질수록 가족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노인 환자의 인지기능 장애가 없을 때 가족의 의견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환자와 가족은 각각 39.7%, 45% 이었다. 경도 인지장애를 가정할 때 환자와 가족의 각각 60.9% 및 66.2%가, 심한 인지장애를 가정할 때 환자와 가족의 각각 86.6%, 89.7%가 가족의 의견을 우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환자와 가족의 의사가 불일치할 때도 있었다. 예컨대 환자의 교육수준이 높은 경우 환자의 인지기능이 괜찮을 때는 환자와 가족 모두 환자가 의사결정해야 한다고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반면 환자 교육수준이 높은데 인지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환자는 스스로, 가족은 가족이 결정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 교수는 “최근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해 환자 자신의 동의를 필수로 해야 하는지, 가족의 의사로 갈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실제 임상은 이론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내 사회문화 환경에 맞게 노인환자와 가족이 환자의 인지기능 수준에 맞춰 조화로운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암진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대한암학회지’(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