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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겨울은 RS바이러스 계절, 이른둥이·심장 약한 신생아 위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2-21 10:47:13
  • 수정 2020-09-13 15: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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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10% 호흡곤란, 독감보다 사망률 2배 높아 … 모세기관지염·천식으로 악화
재태 기간이 짧아 폐가 덜 성숙된 이른둥이, 선천성 심장병이나 면역결핍증을 앓는 소아는 RS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겨울은 면역력 저하로 각종 감염병이 창궐하기 쉽다. 보통 기온이 낮아지면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저하되는데 일부 바이러스는 추운 외부환경에도 장기간 생존하거나 오히려 활동성이 강해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라이노바이러스(Rhino virus, RV)·인플루엔자바이러스, 수두바이러스, 식중독을 유발하는 노로바이러스, 위장관염증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 등이다. 올해엔 수두 환자가 6만3720명으로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면역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신생아나 영유아는 성인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 감염병이 중증 부작용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호흡기 바이러스에 취약하지만 특히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위험한 경우가 많다. 최근 보건당국은 RS바이러스 감염증 입원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산후조리원과 영유아 보육시설 등을 중심으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바이러스 검출현황 기준에 따르면 RS바이러스 검출률은 29.4%로 최근 3년새 30% 늘었다.

이 바이러스는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유행하는 병원체로 2세 이하 영유아의 95%가 한 번 이상 감염된다. 이 시기 영유아가 걸리는 호흡기질환의 80%가 RS바이러스로 인해 발병한다.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게 특징으로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일으키고, 천식이나 기관지폐이형성증 등 기저 폐질환을 앓는 환자는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입원시 사망률은 2% 정도로 독감보다 1.5~2배가량 높다.

감염 후 4∼5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기침·콧물·목아픔·가래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해열제나 기관지확장제 등으로 나아지지만 심할 경우 산소공급에 장애가 발생해 저산소증 상태가 되면서 숨이 가빠진다. 전체 환자의 10% 정도는 심한 호흡곤란으로 인공호흡이 필요하다. 과밀한 주거 환경, 아이들이 모여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집단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재태 기간이 짧아 폐가 덜 성숙된 미숙아(이른둥이)는 예후가 좋지 않다. 최근 이른둥이 출산율이 증가하면서 RS바이러스의 위협이 더 커지고 있다. 국내 이른둥이 출생아 수는 2004년 2만1749명에서 2007년 2만5286명, 2011년 2만8097, 2015년 3만40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결혼 및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불임 위험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자연임신이 아닌 인공임신술을 받는 환자가 늘면서 조산이나 다태아 수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기관지폐이형성증, 선천성 심장병, 선천적·후천적 면역결핍증 등을 앓는 소아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RS바이러스는 모세기관지염의 주요인이다. 이 질환은 기관지 끝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마른기침이 심해지면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나고 숨이 가빠진다. 숨쉴 때 갈비뼈 아랫부분이 들어가는 게 특징으로 증세가 심해질 경우 호흡곤란이 나타나 심박수가 높아진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기관지폐렴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반복적으로 모세기관지염에 걸리면 영·유아기 후반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천식으로 고생할 수 있다. 

김창근 인제대 상계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영유아기의 RS바이러스 감염은 성장 후 재발성 천명 발생과 연관된다”며 “가족력처럼 알레르기 소인이 있다면 천식으로 이환될 확률이 7배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RSV바이러스 자체가 알레르기 염증 반응과 알레르겐 감작 빈도를 높여 천식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RS바이러스는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예방주사로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게 최선이다.  RS바이러스 예방주사인 ‘시나지스(Synagis, 성분명 팔리비주맙, palivizumab)’는 체내에 주입시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바이러스가 몸에 퍼지는 것을 막는다. 바이러스 유행 계절이 시작되기 전 1회 투여하고 예방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달 간격으로 총 5회 주입한다. 권장 투여용량은 체중 1㎏당 15㎎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1회 접종비만 100만원, 총 500만원가량이 소요돼 환자의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현재 시나지스의 보험약가는 100㎎이 93만3299원, 50㎎는 54만1709원으로 책정돼 있다.

단 생후 6개월 이하이면서 32주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 손위 형제자매가 있고 RSV 유행계절(10~3월)에 36주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 혈류역학적으로 유의한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만2세 미만의 영유아는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치료비 청구 시 가족관계 확인이 가능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건강보험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외동이나 다태아(쌍둥이)는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대한신생아학회는 이른둥이의 경우 4명 중 1명이 다태아로 태어나는 등 다태아 비중이 월등하게 높음에도 보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씻기 등 청결한 생활습관, 금연, 모유수유는 RS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김창근 교수는 “담배 연기의 타르 성분은 기관지점막을 손상시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므로 호흡기 발달이 미숙한 소아가 있는 가정에선 금연이 필수”라며 “모유수유 과정에서 모체로부터 받는 체액성 면역 물질은 한시적이지만 잦은 호흡기 감염으로부터 소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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