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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완벽한 피임법은 없다 … 연말 분위기 취해 쾌감 좇다 ‘대형사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2-19 10:04:13
  • 수정 2020-09-13 15: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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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외사정 피임성공률 70% 불과 … 콘돔과 피임약 복용은 기본, 주사·루프 ‘이중피임’ 철벽방어
35세 이상 여성이나 흡연자는 경구피임제에 들어있는 에스트로겐이 혈전을 생성해 중증 동맥혈전색전성질환,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탄생이라는 원래 의미에서 외연이 넓어져 연인들에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다보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여름 바캉스 시즌 다음으로 응급피임약 처방이 많은 시기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직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문화는 점차 개방적으로 변하는데 성지식과 피임 실천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청소년의 피임 문제가 심각한데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여학생의 피임 실천율은 약 50%로 미국(98%)의 절반 수준이었다. 첫 성관계 나이는 평균 13.1세로 조사 이래로 가장 낮았고, 임신을 경험한 여학생 10명 중 7명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실패 위험이 높은 피임법을 지속하고 있는 비율도 높은 편이다. 2014년 발표된 산부인과학회 연구결과 현재 시도하고 있는 피임법 중 체외사정이 58%로 가장 높았고, 월경주기법이 17.7%로 뒤를 이었다.

성관계 후 여성의 질 밖에서 사정하는 체외사정법과 배란일을 피해 성관계를 하는 월경주기법은 피임성공률이 70%대로 낮아 최근엔 피임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체외사정법은 사정 전 남성의 성기에서 나오는 소량의 쿠퍼액만으로도 임신할 수 있어 위험하다. 또 정자 중 일부는 여성의 생식기관 내에서 1주 이상 생존하므로 배란일이 여러 원인으로 불규칙하게 변하면 피임에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피임법으로는 남성의 콘돔 사용, 매일 먹는 경구피임약 복용, 자궁내 장치, 피하이식형 피임제, 피하주사법 등을 시도해볼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이고 널리 알려진 피임법은 남성용 콘돔이다. 콘돔은 피임 성공률이 82~98%로 비교적 높고 구입과 사용이 쉽다. 의학적 부작용이 없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같은 성매개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이 성관계시 느낌이 덜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콘돔 착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쾌감을 위해 콘돔에 오일 성분 윤활제를 바르면 오일이 콘돔의 라텍스 성분을 녹여 구멍이 나거나 찢어질 수 있다.

경구용 사전피임약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 유사체를 주성분으로 하는 호르몬복합제로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내막을 위축시키며, 경관을 끈적한 점액으로 막아 임신을 방지한다. 21일간 매일 한 알씩 복용하다가 7일간의 휴약기를 갖고 8일째 다시 복용하면 된다. 피임률이 91~99%로 콘돔보다 우수하고 규칙적인 생리 주기, 생리통 감소, 생리량 조절, 비정상 질 출혈 개선 등 효과도 볼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하면 나중에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거나,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다는 것은 근거 없는 낭설로 알려져 있다. 다만 난임 부부 중에는 피임약을 장기복용한 경우가 상당수여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

피임약은 성병을 예방할 수 없고 매일 같은 시간을 먹어야 해 다소 불편하다. 또 35세 이상 여성이나 흡연자는 경구피임제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이 혈전을 생성해 중증 동맥혈전색전성질환,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동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당뇨병·고혈압·심혈관계질환·하지정맥류·간질환·담낭질환·백혈병 등을 앓고 있거나, 에스트로겐 유도성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비만인 여성은 피임약 복용이 권장되지 않는다”며 “일부 수면제·간질약·폐결핵약, 암피실린(ampicillin)·테트라사이클(tetracycline)·설폰아마이드(sulfonamide) 등 항생제는 피임약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피임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 복용 전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후 응급피임약은 예정에 없던 관계 후 임신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체내 여성호르몬 농도를 단시간에 급증시켜 착상을 방해한다. 관계 후 72시간 내에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12시간 간격으로 2회 복용하면 된다. 복용 시점에 따라 성공률이 천차만별인데 24시간 안에 투여하면 피임성공률이 약 95%이지만 24~48시간 내엔 약 85%, 48~72시간엔 58%로 급감한다. 72시간이 지난 뒤 복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전피임약보다 8배 많은 고용량 호르몬이 함유돼 복용시 메스꺼움, 구토, 두통, 피로, 불규칙한 출혈이 동반될 수 있다. 또 오남용시 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해져 배란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어 꼭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받아야 한다. 

4년 전부터 국내에 도입된 피임주사(사야나, SAYANA)는 허벅지나 복부 피하에 프로게스테론 성분을 주입하는 것으로 난포의 발달과 배란을 막고 자궁내막을 얇게 해 피임 효과를 낸다. 한번 맞으면 효과가 3개월 이상 지속되고 겉으로 티가 나지 않으며 성관계에 지장을 주지 않아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하지만 성병은 막을 수 없고 2년 이상 사용시 골밀도가 감소할 수 있다. 드문 확률로 월경불순, 복통, 복부불편감, 두통, 무력증, 탈모 등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비용은 1회 주사에 6만~10만원 선이다.

임플라논(implanon)은 팔 안쪽 피하에 이식하는 4㎝ 길이의 성냥개비 형태 피임장치다.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의 일종인 에토노게스트렐(etonogestrel)을 분비해 피임 효과를 내며 성공률은 98% 정도다. 프로게스테론은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경부 점액의 점도를 증가시켜 정자의 자궁 및 난소로의 이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시술 시간이 3분가량으로 짧고, 한번 이식하면 효과가 3년 이상 지속되며, 차후 임신을 원할 때 언제든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성병 예방 기능이 없고 시술 과정에서 통증과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질출혈, 두통, 탈모증, 여드름 발생, 부종, 유방통, 유방비대 등 부작용이 동반되기도 한다. 임플라논 삽입 후 팔을 다치거나 심한 운동을 하면 막대기가 이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비급여라 비용이 30만~40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루프는 자궁내 피임장치로 정자와 난자가 난관에서 서로 결합하는 작용을 방해해 수정란 착상을 막는다. 피임 성공률은 97% 정도로 한번 시술 후 효과가 3~5년 유지되며 임신을 원하면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성병은 막을 수 없고 삽입시 통증과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월경과다, 월경통증, 비정기적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루프시술 비용은 15만~35만원 선이다.

이동윤 교수는 “골반염, 에이즈,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 감염 등 성매개 감염을 함께 예방하는 게 중요하므로 피임을 더욱 확실히 하려면 콘돔과 함께 다른 피임법을 병행하는 이중피임법(Dual method)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청소녀의 피임 실천율이 여전히 절반에 그치고 성공률이 낮은 피임법을 유지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실제 성교육에서 효과적인 피임법의 종류와 피임의 중요성, 올바른 피임기구 사용법, 원치 않는 임신에 대처하는 방법 등 현실적인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결과”라며 “성관계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불법 음란물로 잘못된 성 지식을 습득하는 환경에 쉽게 노출된 현재 상황을 고려해 더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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