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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블루버드 유전자치료제 ‘렌티D’, 희귀유전질환 ‘ALD’ 진행 멈춰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12-01 18:57:08
  • 수정 2017-12-14 17: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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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렌조오일병’으로 유명 … 남아 17명 중 15명, ‘Starbeam’ 임상서 2년 이상 안정상태 유지
지난 7월 미국 바이오기업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 옛 제네틱스파마슈티컬즈, Genetix Pharmaceuticals)는 개발 중인 유전자치료제 ‘렌티D’(Lenti-D)를 만4~13세 부신백질이영양증(adrenoleukodystrophy, ALD) 환자 17명에 투여한 임상 2·3상 ‘Starbeam’ 결과 15명(88%)은 2년이 지나서도 주요기능장애 없이 안정상태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ALD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 내 지방산분해(ABCD1) 유전자 돌연변이로 체내에 축적된 긴사슬지방산(VLCFAs)이 뇌신경을 파괴하는 희귀질환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조지 밀러(George Miller) 감독의 미국 영화 ‘로렌조오일’(Lorenzo‘s oil, 1992년 개봉)에서 주인공이 걸렸던 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ALD 환자는 50여명, 미국 환자는 약 2만1000여명으로 추정된다.   

ALD는 10세 이하 남아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감정기복·과잉행동 등 증상이 처음 나타난 지 약 6개월 만에 시력·청력을 잃고, 2년 내 식물인간이 되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효과와 안전성이 확실히 입증된 치료제가 아직 없는 실정이다.

렌티D는 독성을 없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활용한 첫 유전자치료제로 이 바이러스 염색체(DNA)에 지방산분해를 정상화하는 유전자를 집어 넣어 만든다. 치료 과정은 환자의 골수 및 혈액 줄기세포를 뽑아낸 다음 실험실에서 이들 줄기세포에 렌티D를 투여하면 치료용 유전자가 운반체(vector)인 HIV를 통해 골수·혈액 줄기세포의 DNA에 들어간다. 치료용 유전자를 삽입한 골수·혈액 줄기세포를 다시 환자에 주입하면 된다. 이 HIV는 치료용 유전자를 전달할 뿐 스스로 복제하지 않아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다른 질병을 일으키지 않았다.  

HIV는 대표적인 렌티바이러스(Lentivirus)의 한 종류로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와 달리 숙주세포의 핵막을 통과해 분열이 끝난 세포에서도 핵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숙주세포의 핵 내 DNA에 어떤 상황에서든 치료용 유전자 삽입이 가능하다. 반면 레트로바이러스는 핵막을 통과할 수 없어 세포분열 중인 세포에서만 유전자 운반체로서 역할을 한다.

지난 10월 미국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렌티D 개발에는 미국 바이오기업 애드베럼(Adverum)의 앰버 살즈만(Amber Salzman) CEO의 추진력이 작용했다. 그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연구개발(R&D)부 이사로 재직하던 2000년 당시 자신의 조카가 ALD를 진단받고 나서 1살 아들의 유전자를 검사해 ALD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제 개발에 매달렸다. 동료 과학자와 논의 끝에 HIV가 ALD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유전자 운반체라고 결론짓고, HIV 유전자 운반체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상연구를 망설이던 학계 분위기를 뒤집었다. 2009년에 블루버드는 패트릭 오부르그(Patrick Aubourg)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SERM) 교수와 함께 남아 ALD 환자 2명을 대상으로 렌티D의 첫 임상에 성공했다. 

이번 Starbeam 임상 결과 렌티D는 성공적인 골수이식과 동등한 효과를 내면서도 더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17명의 환자 중 14명은 임상적 증상이 없거나 최소한으로 나타났으며, 12명은 MRI상 병변 진행이 안정화됐다. 총 2명이 사망했는데 치료제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명은 신경학적으로 질병이 급격히 진행돼, 다른 한 명은 렌티D 치료를 포기하고 골수이식 후 합병증으로 죽었다.

연구는 데이비드 윌리엄스(David Williams) 미국 하버드대 보스턴어린이병원 Boston Children’s Hospital) 교수팀이 주도했으며, 결과는 지난 10월 26일 세계 의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온라인판에 실렸다.

1981년부터 도입된 골수이식은 비교적 초기 단계의 환자에서 혈중 긴사슬지방산 수치, 신경증상,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완치에 가까운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환자와 일치하는 정상인의 골수를 찾기 어렵고, 이식에 성공해도 10~30%는 이식편대숙주질환 등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게 한계로 꼽힌다.
 
로렌조오일은 5세 때 ALD를 진단받은 아들 로렌조를 살리기 위해 아우스토와 미카엘라 오도네(Augusto and Michaela Odone) 부부가 1990년에 개발했다. 올레산(oleic acid)과 에루스산(erucic acid)이 4대 1 비율로 혼합됐다. 이 기름은 2년 시한부 판정을 받은 로렌조의 생명을 30세까지 연장했으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일부 초기 환자에서도 진행을 지연했다. 여러 건의 연구 결과 투여 4개월 만에 혈중 긴사슬지방산 농도를 절반으로 낮출 뿐 뇌신경 파괴는 막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렌조오일은 세계적으로 의약품으로 인정받지 못해 의료용 특수식이로 분류된다. ALD 대체요법으로 한 달치 가격이 약 80만원(500㎖, 4~5병)에 달해 치료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배순태 부신백질이영양증모임 회장이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현재 한독 등이 공급하고 있으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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