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로 치매, 녹내장·황반변성, 치아상실은 주변에 환자가 한 명쯤은 있는 흔한 질환이 됐지만 현재 의학기술로는 손상된 조직을 되살리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에 재생력이 강력한 줄기세포(stem cell)가 근본적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기전상 가능하지만 이제 임상연구에 진입한 단계로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속에 신경독성이 있는 베타아밀로이드와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이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죽는 진행성 질환으로 아직 개발된 치료제가 없다. 한국에자이의 아세틸콜린분해효소(acetylcholinesterase, AChE) 억제제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 donepezil) 등이 인지기능개선제로 사용된다.
이 병에 걸린 쥐의 해마에 성체줄기세포를 주입해 얻은 긍정적 연구결과를 근거로 국내에선 메디포스트가 1·2a상 임상을, 미국에선 롱에버온(Longeveron)이 1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회사는 줄기세포가 분비한 성장인자(growth factor)·사이토카인(cytokine) 등 단백질이 치료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발생이 끝난 골수·지방·말초혈액 등 조직의 분화된 세포 사이에서 발견되는 미분화세포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없지만 윤리적, 비용적인 이유로 임상연구가 활발하다.
블러톤 존스(Blurton Jones) 미국 캘리포니아대 신경생물학 박사팀은 2009년 4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쥐의 신경줄기세포를 배양해 알츠하이머 치매 유전자를 삽압한 생쥐의 해마에 이식한 결과 1개월 후 인지기능이 향상됐으며, 시냅스 치밀질(synaptic density)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방법은 사람에 적용하려면 사산된 태아의 뇌조직에서 세포를 얻어야 하므로 윤리적 한계에 부딪힌다.
이종길 경북대 수의대 박사(현 경희대 약대 교수)팀은 2010년 2월 국제학술지 ‘줄기세포학회지’(Stem Cells)에 쥐의 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알츠하이머 치매 유전자를 삽입한 쥐모델의 해마에 투여한 결과 인지기능이 향상됐으며, 베타아밀로이드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메디포스트는 재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MSC)를 이용한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뉴로스템’을 개발, 신경외과 수술을 통해 2011년 국내 환자 9명의 뇌(해마와 우측쐐기소엽, hippocampus 및 precuneus)에 직접 이식하는 방식으로 1상 임상을 진행했다. 대상자는 간이인지검사(MMSE) 10~24점 사이로 평가된 비교적 경증의 환자로 중증 치매인 경우는 제외됐다. 대상자는 간이인지검사(MMSE) 10-24점 사이로 평가된 환자로 중증 치매인 경우는 제외되었다. 줄기세포 600만개를 투여한 고용량군과 그 절반인 300만개를 투여한 저용량군으로 나눴다. 이식 치료 전, 12주 후, 24개월 후 영상검사 및 신경심리검사 등으로 치료효과를 평가했다. 조성래 연세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한국줄기세포학회 웹진에 기고한 글에서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으나, 임상적으로 유의한 효과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전성을 확인했지만 임상적 효과는 입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뉴로스템을 옴마야 삽관(Ommaya reservoir, 뇌실 안으로 약물을 투여할 때 쓰는 카테터)을 통해 뇌실 내에 총 3회 투여하는 것으로 투여 방식을 바꿔 2013년부터 나덕렬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팀과 국내 1상·2a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재생의료 벤처 롱에버온은 지난 5월 미국 최초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52주간 중간엽줄기세포치료제 임상 1상을 시작한다고 밝혀 메디포스트를 쫓고 있다.
황반변성과 녹내장은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함께 전세계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안질환으로 꼽힌다. 황반변성은 눈의 망막 중심에 위치한 황반에 손상이 생겨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병이다. 맥락막 신생혈관을 만드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를 억제하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항체를 안구에 주사해 망막손상을 최소화하는 게 주된 치료법이다. 녹내장은 시신경 손상으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진행성 시신경병증이다. 효능이 확실하게 입증된 약은 실명을 예방하는 안압강하제 밖에 없는 실정이다.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iPS세포연구소장은 지난 3월 세계 의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역분화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 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노인황반변성(AMD) 환자에 시술한 결과 시력은 개선되지 않았지만 질병 진행은 중단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iPS세포를 개발해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으며, 이 연구를 통해 역분화줄기세포를 임상에 처음 적용했다. iPS는 일반 체세포를 미분화 상태로 역분화해 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는 극복했지만 안전성이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벤 미어드(Ben Mead) 미국 국립안연구소(National Eye Institute) 박사팀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줄기세포이식의학’(Stem Cell Translational Medicine)에 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에서 분리한 엑소좀(exosome)을 녹내장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된 쥐의 눈에 투여한 결과 망막절세포(retinal ganglion cell) 보호 효과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치아를 소실한 환자 사이에서 임플란트 식립이 보편화됐지만 시술 환자 10명 중 2명은 잇몸뼈를 이식했음에도 임플란트가 탈락하거나 염증 등이 발생해 제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재수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줄기세포학회는 “치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않지만 생체재료 등과 결합한 방법으로 10년 이내에 많은 연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가 치주인대줄기세포를 이용한 치주잇몸틀 결손 치료 등이 전임상(동물실험) 및 소규모 임상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정도이며, 줄기세포로 사람의 치아를 통째로 만드는 ‘바이오치아’ 연구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권일근 경희대 치대 교수팀은 지난 7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환자 자신의 iPS세포를 이용해 인공치배(齒胚)를 만들어 바이오치아의 원천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