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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로메드 vs 이연제약 갈등 … 유전자치료제 ‘VM202’ 상업화 지연 우려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11-21 16:46:46
  • 수정 2017-11-29 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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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연제약, 전세계 원료 생산 독점권 보유 … 바이로메드 “계약해지도 고려·플랜B 가동”
바이로메드가 개발 중인 통증성 당뇨병성말초신경병증(PDPN, painful 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 유전자치료제 ‘VM202’의 국내 생산·판매 및 전세계 원료 생산 독점권을 갖고 있는 이연제약이 지난달 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VM202의 상용화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모범이 돼온 제약회사와 바이오벤처의 협력 관계가 14년 만에 틀어질 위기다.

이연제약은 VM202의 국내 상용화를 위해 2004년 1월에 체결한 계약을 근거로 바이로메드에 △VM202 관련 출원·등록한 특허 44건 명의 변경을 통한 50% 지분 제공 △전임상·임상연구 자료 제공 △해외공장의 DNA 원료·완제의약품 생산 자료 등을 요구했다.

이연제약은 계약의 권리 인정 범위를 상대적으로 넓게 해석한 반면 바이로메드는 좁게 한정해 이같은 분쟁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연제약은 국내 상용화 과정에서 산업재산권을 획득할 경우 공동 출원하기로 합의했지만 2004년 계약 이후 공동 출원한 특허는 한 건도 없다며 바이로메드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출원·등록한 특허가 미국 내 상용화를 위한 과정일 뿐 국내 상용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지난 6일 바이로메드는 “이연제약이 특허 명의 변경을 요구할 근거가 전혀 없다”며 “국내 상용화에 필요한 정보를 계약서 내용에 따라 제공했는데 이연제약이 신의성실 조항을 위배해 국내 판권 및 생산권 회수도 고려 중”이라고 공시했다. 또 “VM202 상업생산을 위한 플랜B도 준비해뒀다”며 “해외 임상연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주주를 안심시켰다.

바로 다음날 이연제약은 “소송이 제기된 귀책사유는 바이로메드의 계약 의무 불이행”이라며 “계약서에 보장된 권리 이상을 욕심 내 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VM202 개발 초기 단계부터 국내 임상뿐 아니라 해외 임상 진행에 필요한 시료 생산비를 지원하는 등 바이로메드의 기술력을 믿고 파트너사와 동반성장을 이뤄왔다”며 “우리 회사가 원하는 것은 바이로메드의 계약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또 “VM202가 미국 3상 임상에 진입함에 따라 상용화 마지막 단계인 대량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총 800억원을 투자해 충주공장을 건립 중”이라며 “의약품 대량생산시설을 인증받으려면 모든 단계의 임상에 관한 기술자료와 해외 의약품위탁생산기관(CMO)이 생산한 자료가 필요해 바이로메드에 계약이행을 거듭 촉구했지만 이들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특허 권리이전도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용환 이연제약 대표가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입장을 밝히고 소송과 관련해 주주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회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되면 VM202의 상용화가 더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전자치료제 VM202 시장가치는? 

VM202는 사람 간세포성장인자(HGF, hepatocyte growth factor)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탑재한 플라스미드(plasmid, 고리형 DNA)로 간단한 근육주사만으로 신생혈관을 생성하고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유도한다. 바이로메드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PDPN 환자 총 477명을 대상으로 현지 3상 임상이 시작됐다. 2019년에 임상을 마치고, 2021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승인을 받아 출시하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국제당뇨병연합(IDF)에 따르면 2014년 전세계 당뇨병 환자 3억8700만명(미국 2600만명) 중 11%가 PDPN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PDPN의 60~70%는 기존 진통제가 듣지를 않고, 기존 진통제의 시장 규모가 약 3조~4조원에 달해 VM202의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김성재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원은 지난 7월 발표한 바이로메드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PDPN치료제로서 VM202의 현재 가치를 약 1조9610억원으로 책정했다. 2006-2014년 개발 단계별 성공확률(Clinical Development Success Rates) 자료를 참조해 위험가중 순현재가치(risk-adjusted NPV, rNPV)를 계산했다. PDPN치료제로서 VM202의 성공확률은 57%로 예상됐다.

현재 PDPN 치료에는 미국 화이자의 중추신경병증성 통증치료제인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 pregabalin) 및 항경련제 ‘뉴론틴’(가바펜틴, Gabapentin), 일라이릴리의 항우울제 ‘심발타’(둘록세틴, duloxetine), 얀센의 마약성진통제 ‘뉴신타’(타펜타돌, tapentadol) 등이 사용된다.

리리카는 지난해 전세계 매출이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품목이지만 약효 지속시간이 12~24시간으로 짧아 1일 2회 경구복용해야 한다. 치료 5주 및 8주째 24시간 동안 느낀 통증의 평균값(Daily Pain Diary, DPD, 통증일기점수, 0~10점, 점수가 높을수록 심각)이 50%이상 감소한 비율이 각각 38.3%, 32.9%(위약군 16.5%, 7.1%)로 확인됐다.

이에 비해  VM202는 미국·한국 PDPN 환자 102명이 참여한 2상 임상연구에서 투여 환자군(81명)의 48.4%가 2회 주사 후 3개월째에 DPD 점수가 50% 이상 감소해 위약군(21명)의 17.6%보다 높았다. 치료 3개월째에 DPD 점수를 위약 대비 1.5점 더 낮춰(VM투여군 대 위약군, -3.03점 대 -1.53점) 기존 진통제(1.1~1.4점 감소)와 동증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

VM202는 연구 종료점인 치료 9개월째에 DPD 점수가 5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이 41.9%로 위약 23.5% 대비 높았으며,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기존 진통제인 리리카나 뉴론틴 복용경험이 없는 하위그룹 중 VM202 투여군은 치료 3개월째 DPD 점수가 50% 이상 감소한 비율이 68.4%로 위약군(18.2%) 및 진통제를 복용한 적 있는 VM202 투여군보다 결과가 좋았다. 진통제 복용경험이 없는 VM202 투여군은 치료 9개월째 DPD 50% 이상 감소율이 52.6%로 위약군(27.3%) 대비 높았다. 이로써 VM202가 유효성과 안전성은 물론 투여 편의성, 치료반응률, 약효 지속성(투여주기가 긺) 면에서 앞선다는 게 바이로메드의 설명이다.

바이로메드는 PDPN 외에 말초동맥질환(PAD, peripheral artery disease, 허혈성지체질환) 관련해 당뇨병성·허혈성족부궤양(NHU, diabetic foot ulcers) 환자 총 300명을 대상으로 미국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또 중국 바이오기업 노스랜드(Northland)와 현지 상용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PAD 관련 중증하지허혈(CLI, critical limb ischemia)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중국 3상 임상시험계획(IND) 심사를 받고 있다. 허혈성심장질환(IHD, ischemic heart disease)과 루게릭병(근위축성축삭경화증, 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은 각각 한국 및 미국서 2상 임상을 준비 중이다. 김성재 연구원은 미국에서 임상이 진행 중인 PDPN, NHU, ALS 치료제로서의 VM202의 가치를 총 2조7500억원으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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