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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관자놀이 아프고 땀나면 군발두통, 앞쪽 이마는 긴장성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1-20 07:20:06
  • 수정 2020-09-13 15: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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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두통 90% 40대 이전, 그 이후엔 정밀검진 필요 … 환자 73% 진통제 과다복용
편두통은 긴장성 두통처럼 근육이 긴장한 게 아닌 혈관과 신경 문제로 발생하므로 마사지해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렵다.
두통은 여성의 65~80%, 남성의 57~75%가 경험할 정도로 흔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심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대한두통학회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905명을 조사한 결과 91%(824명)가 최근 1년간 두통을 경험했으며, 발생빈도는 ‘주 1∼3회’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만성두통의 주요인은 스트레스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빈곤층에서 유독 발생률이 높다. 특이하게 중산층보다 부유층의 두통 발생률이 높은데 재산은 많지만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심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력이 빈약하거나 너무 많으면 오히려 중산층보다도 두통으로 고생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의 U자형 곡선을 그린다.

머리 중 어느 부위가 아픈지에 따라 두통 원인을 유추해볼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이마 쪽이 지끈거리는 증상은 긴장성두통일 확률이 높다.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스트레스나 불안감에 의해 발생하는 긴장성두통은 이마 쪽 근육이 경직되면서 신경을 압박, 띠를 두른듯 조이는 통증이 나타난다”며 “이마는 머리 부위 중 근육이 가장 많아 긴장성두통 발생률이 높고, 근육이 많은 뒷머리 쪽도 자주 발생하는 부위”라고 설명했다.
뒷머리 주변에서 전기가 통하듯 찌릿한 증상이 나타나면 긴장성 두통이 아닌 후두신경 염증으로 인한 후두신경통일 확률이 높다.

긴장성두통은 늦은 오후나 저녁에 잘 생기고 재발이 잦다. 스트레스, 과로, 피로 등이 원인이며 자세로 오래 앉거나 서 있을 때 발생하기도 한다. 대부분 휴식을 취하고, 카페인 섭취를 줄이기만 해도 상태가 나아진다. 커피·녹차·탄산음료 등에 함유된 카페인은 일종의 흥분제로 머리 근육의 긴장을 심화시켜 두통 발생빈도를 높일 수 있다. 목·어깨를 돌리고 주무르거나, 두 손과 손가락으로 정수리와 주변 3~4㎝ 부근 또는 뒤통수와 목이 만나는 양쪽 부분을 주무르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특별한 원인 없이 머리 한쪽이 쑤시듯 아프면 편두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다만 이름과 달리 무조건 머리 한쪽에서만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심장박동이 뛰듯 머리가 쿵쿵 울리면서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위장 증상이 동반된다. 보통 과도한 신체활동, 밝은 빛, 향수 냄새, 소음, 월경, 자동차멀미 등으로 뇌혈관의 수축·이완이 반복되고 혈관 주변 신경이 예민해져 발생한다. 두통 전 시야장애, 이상감각 등 전조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5배가량 많은데 생리기에 에스트로젠 농도가 급격히 감소하면 편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폐경 후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전체 두통 환자의 10%가 편두통에 해당되며 국내에만 약 400만~50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 교수는 “편두통은 대부분 10대 이전에 최초로 편두통을 겪고, 90%가 40세 이전에 발생한다”며 “즉 40대 이후에 발생한 두통은 일반적인 편두통이 아닐 확률이 높으므로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편두통은 긴장성두통처럼 근육이 긴장한 게 아닌 혈관과 신경 문제여서 마사지해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긴장성두통이나 편두통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다면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진통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보통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를 먼저 사용한다. 대체적으로 효과가 좋다. 만성화된 또는 증상이 심한 긴장성두통이라면 항우울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편두통엔 수마트립탄(sumatriptan), 졸미트립탄(zolmitriptan), 나라트립탄(naratriptan) 등 트립탄 계열 약을 처방하는 게 보편적이다. 트립탄 계열 약물은 세로토닌(5-HT)의 구조적 유사체로 5-HT1D 및 5-HT1B 수용체의 작용제다. 편두통이 발생할 때 뇌내에서 급증하는 칼시토닌 유전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의 방출을 차단한다. 따라서 급성 편두통의 치료와 예방에 쓰인다. 군발성두통이나 삼차신경통의 완화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면 뇌혈관이 확장돼 인접 신경을 압박, 두통이 발생하는데 트립탄 계열은 세로토닌처럼 작용해 이를 억제한다. 또 구역, 구토, 빛공포증, 소리공포증 등의 동반증상들도 함께 호전시킨다. 국내외에선 총 7종의 트립탄 계열 약물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 중에서 독보적인 효능을 자랑하는 약물은 없고, 대등소이한 것으로 연구돼 있다.

진통제는 증상이 발생한 직후나 조짐이 있을 때 바로 복용해야 효과가 좋다. 보통 긴장성두통엔 한 가지 성분의 단일제, 편두통엔 여러 성분의 복합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진통제 오·남용은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진통제를 먹으면 두통과 관련된 신경이 흥분되고 뇌의 감각중추가 자극된다. 단기간 복용하면 통증을 없앨 수 있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신경계가 과도하게 흥분해 약물과용 두통이 생길 수 있다. 대한두통학회 조사결과 만성 편두통 환자의 73% 이상이 두통치료제를 과다 복용하고, 전세계 인구의 1~2%가 이로 인한 약물과용 두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과용 두통의 유일한 치료법은 약물을 끊는 것이다. 하지만 진통제 없이 극심한 통증을 참기 힘들어 난치성이 될 위험이 높다. 조 교수는 “두통약을 장기간 목용하면 몸에서 스스로 통증을 억제하는 기능이 둔해질 수 있다”며 “복합제 진통제는 한 달에 10일 이하, 단일제 진통제는 한 달에 15일 이하로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통과 함께 하루에 4~5번 이상 한쪽 눈·관자놀이·이마 주변이 유독 아프면서 눈물·콧물이 흐르거나, 이마에서 땀이 나는 증상이 동반되면 군발두통(cluster headache)일 가능성이 높다. 이 두통은 심한 머리 부위 통증과 함께 자율신경계 증상이 주기적으로 동반되는 게 특징이다. 환자의 90%에서 눈물 흐르는 증상, 60%에서 결막충혈·코막힘·콧물이 나타난다. 통증 발생 며칠 전부터 무기력, 흥분, 과민함 등 전조증상을 경험한다. 통증이 한 번에 4시간 이상 지속되는 편두통과 달리 15분~3시간 이내로 끝난다.

이런 증상은 생체시계를 주관하는 시상하부가 자극받아 발생한다. 밤낮 길이가 뒤바뀌는 봄과 가을에 잘 생기는 편이지만 겨울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루 중에는 새벽 1~2시, 오후 1~2시, 오후 9시경에 잘 발생한다.
일반 진통제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므로 트립탄 계열 약물을 써야 한다. 병원을 찾아 고농도 산소를 1분당 7~10ℓ씩, 20분 정도 흡입하면 신경이 안정을 찾으면서 두통이 사라진다.

군발두통을 예방하려면 음주를 줄이고 낮잠을 피하는 게 도움된다. 알코올은 뇌 신경을 흥분시켜 두통을 유발한다. 낮잠은 평소와 다른 수면리듬을 만들어 생체시계에 혼란을 유발, 신경계를 흥분시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노년층에서 생긴 관자놀이 통증은 측두동맥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측두동맥은 관자놀이 근처를 지나가는 혈관으로 염증이 생겨 부으면 관자놀이에 혹 같은 게 튀어나와 눌렀을 때 압통을 유발한다. 방치하면 혈관이 시신경을 압박, 시력을 잃을 수 있어 스테로이드 등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목구멍이 아픈 인후염은 뒷골 통증, 목과 어깨 근육의 과도한 긴장은 이마 쪽 두통을 유발한다. 고개를 돌리기 힘들 정도로 목과 어깨가 뻣뻣하면서 머리가 아프면 뇌수막염, 머리 전체가 욱신거리고 참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면 뇌졸중이나 뇌동맥류 전조증상일 수 있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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