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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생물학’, DNA 부품 조립해 새 생명체 제작 … 생산효율 극대화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11-13 18:07:27
  • 수정 2021-06-10 19: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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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유효성분·바이오연료 친환경 대량생산 … 공급가 높아 상용화 더뎌

합성생물학은 전자공학처럼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목적한 대로 생명시스템을 제작하는 기술로 미국 매사추세츠대 공대(MIT)는 매년 전세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국제유전공학장치대회’(iGEM)를 개최해 설계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대사공학)의 발전으로 반도체 소자를 조립해 전자제품을 생산하듯 표준화된 생물부품을 조합, 새로운 고성능·고효율 생명시스템을 제작하는 시대가 왔다.

대용량 유전체 분석·유전자편집·컴퓨터공학 기술 발전에 힘입어 미국을 중심으로 의약품·건강기능식품 유효성분, 바이오디젤, 바이오플라스틱 등을 생산하는 인공미생물 즉 ‘살아 있는 화학공장’이 개발되고 있다.

합성생물학은 미생물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한 채 타깃물질만 생산하도록 유전체(게놈)를 공학적으로 설계한다. 기존 유전자재조합 기술보다 효율성이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 불필요한 부산물을 만들지 않는 게 장점이다.

예컨대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식물세포에서 광합성을 담당하는 세포내 소기관과 각종 효소를 세포 밖에서 만들어 에너지를 생산하는 나노미터 수준의 장치를 제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유전자재조합 기술 활용 사례로는 사람인슐린 DNA를 대장균 DNA에 심어 넣어 대장균이 사람인슐린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이 꼽힌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공대(MIT)는 2004년 5월부터 매년 세계 대학생 합성생물학 경진대회인 ‘국제유전공학장치대회’(iGEM, international Genetically Engineered Machine competition)를 개최, 이 분야 연구를 주도해왔다. 대회 참가자들은 표준화한 수만여종의 생물부품 정보가 수록된 RSBP(Registry of Standard Biological Parts) 데이터베이스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로써 관련 전문지식 없이도 빛을 감지하거나 향기가 나는 대장균, 자외선에 반응해 형광물질 발현을 제어하는 유전자 토글스위치(toggle switch) 등을 만들었다. RSBP는 이 대회를 통해 설계 정확성을 검증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결과물을 레고블럭과 같은 ‘생물블럭’(BioBrick)이라는 단위로 기능을 분해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김하성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생명공학 교수는 “합성생물학 연구는 상향식(바텀업, bottom-up)으로 진행되는데 세포의 기능적 기본 단위인 프로모터(DNA의 전사 시작점), 유전자(DNA 중 체내에서 실질적으로 기능을 하는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영역), 터미네이터(전사 종결점) 등 DNA 조각은 ‘생물부품’으로 정의된다”며 “이들을 조합해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 네트워크는 ‘유전자 논리회로’(또는 유전자 장치), 이 유전자 네트워크를 숙주에 삽입한 최상위 개념은 ‘생명시스템’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DNA 전사(transcription)는 4종류의 염기인 아데닌(A), 티아민(T), 구아닌(G), 시토신(C)으로 이뤄진 유전정보를 RNA로 옮기는 과정이다. 이어 RNA의 염기서열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생합성하는 번역(translation)이 진행된다.

최인걸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는 “합성생물학은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를 거쳐 집적회로로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전자공학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며 “토글스위치 등 단순한 유전자 논리회로에서 DNA 정보 저장장치를 거쳐 최근엔 생명시스템 설계가 가능한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미국 비영리 유전체연구기관인 존크레이그벤터연구소(JCVI)의 크레이그 벤터(J. Craig Venter) 박사팀은 2010년 5월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지’(Science)에 컴퓨터에 저장된 폐역균(Mycoplasma mycoides)의 DNA 정보를 바탕으로 시험관에서 이 DNA를 조립한 합성유전체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합성유전체를 효모(숙주)에 주입한 결과 연구진이 설계한 대로 단백질 등 생체분자가 생산됐다. 이는 유전체를 통째로 합성해 목적대로 인공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에는 원핵세포인 세균보다 유전정보가 복잡한 진핵세포의 유전체 합성, 전체 유전정보를 사람이 원하는 대로 변경(재코딩)한 유전체 합성 등에 연이어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같은 기술발전에도 첫 합성유전체 상용화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생산단가가 높아 채산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방식 수준으로 공급가를 낮추려는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14년 프랑스 사노피는 합성유전체를 삽입한 효모(genetically engineered yeast)를 숙주로 말라리아치료제 성분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 대량생산에 성공, 저가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하는 원료인 개똥쑥 농사 풍년으로 과잉공급에 따른 초저가경쟁에 휘말리고, 말라리아 진단·예방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7월 아르테미시닌 생산공장을 불가리아 휴브파마(Huvepharma)에 매각했다. 합성유전체가 삽입된 이 효모는 제이 키슬링(Jay Keasling) 미국 UC버클리대 화학과 교수가 개발한 인공생명체로 아르테미시닌 전구체(pro-drug)를 생산한다. 

미국 바이오에너지 회사인 LS9와 아미리스(Amyris) 등은 합성미생물을 이용해 에탄올·디젤 등의 생산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국내에선 벤처기업 바이오니아가 유전자합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신종플루 확진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최인걸 교수는 “합성생물학 신제품으로 100여개 이상이 개발됐지만 이들은 기존 생명공학 기술로도 만들 수 있어 아직 상업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며 “합성생물학 고유의 전세계 시장가치는 기존 생명공학 제품과 기술이 중복돼 확인하기 어렵지만 연평균 23%가량 성장해 2020년에는 147억달러(약 16조49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엿다. 이 분야 연구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 정부는 2008~2014년 총 약 8억2000만달러(약 9200억원)를 투자했다.

서상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유전자가위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합성생물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제품화한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 기술력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미국이 UC버클리대·MIT·노스웨스턴대(일리노이주) 인근에 거대한 연구센터를 설립해 기술경쟁에서 앞서나가듯 연구역량을 한데 모은 정부지원 연구센터 구축이 필요하다”며 “유럽과 후발주자인 싱가포르도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선진국 수준으로 관련 규제를 최소화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개발된 신기술의 상용화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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