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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부작용 없다는 ‘하이푸’ … 복부비만·임신 전이면 삼가야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1-06 10:08:12
  • 수정 2020-09-13 15: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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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층 3.5㎝ 이상시 초음파도달 어려워 … 유경성근종·경부근종 권장 안 해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하이푸시술 3개월 후 자궁파열로 아기를 잃은 40대 여성의 사례를 참고해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에겐 시술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고강도 초음파로 종양을 제거하는 하이푸(HIFU)가 최근 일부 대학병원과 개원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무분별한 시술로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집속초음파치료’로 불리는 하이푸(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는 고강도 초음파에너지를 한 곳에 모아 발생시킨 65~100도의 고열로 종양을 제거하는 비침습적 치료법이다. 볼록렌즈로 태양빛을 모으면 초점 부위에서 열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며 주로 자궁근종 치료에 적용된다. 크게 초음파 유도 고강도집속초음파(Ultrasound-guided HIFU)와 자기공명영상 유도 고강도집속초음파(MRI-guided HIFU)로 나뉜다.

하이푸는 수술 없이 빠른 치료가 가능하고 자궁내막을 손상시키지 않아 젊은 여성 환자의 수요가 높다. 2004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지만 효율성과 안전성 문제 탓에 대중화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3년 보건복지부가 하이푸를 ‘병변 부위 감소 및 임상증상 개선 효과를 보여준 안전하고 유효한 기술’이라고 평가하고, 자궁근종·자궁선근증 치료에 한해 신의료기술로 지정하자 개원가 산부인과나 영상의학과들은 앞다퉈 전방위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이푸의 임상적 안전성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으며 ‘만능 치료법’으로 맹신해 무작정 시술받으면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급여 항목으로 비용이 350만~500만원에 달해 과잉진료도 우려된다. 

하이푸가 절개수술에 비해 출혈, 통증이 적긴 하지만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과장광고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낮은 확률로 2도 이하의 피부화상, 출혈, 소장·대장 천공, 피하지방 열손상, 하지신경 손상, 비뇨기계합병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부작용의 대부분은 초음파 유도 하이푸에서 발생한다. MRI 유도 하이푸의 부작용 관련 연구결과는 시술사례가 많지 않아 아직 보고된 게 없다. MRI가 시야 확보가 유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을 개연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한 20대 미혼 여성은 15㎝크기의 자궁근종이 발견돼 하이푸시술을 12차례 받았지만 근종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20㎝로 더 커졌다. 결국 절개 후 근종을 절제하는 수술까지 받았는데 총 3000만원의 치료비를 쏟아부어야 했다.
2015년엔 하이푸시술을 받고 3개월 후 임신한 40대 여성이 자궁파열로 아기를 잃은 사례가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됐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는 화상이나 하지마비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2012년 울산대 의대 대학원이 발표한 ‘집속초음파치료를 이용해 췌장을 치료했을 때 발생가능한 합병증과 제한점에 관한 동물실험’ 논문에 따르면 피하지방이 두껍거나, 갈비뼈 아래와 담낭 뒷부분처럼 표적장기 주변 조직에 장애물이 존재하면 초음파 에너지가 분산돼 치료효과가 떨어지고, 초음파가 반사돼 표적이 아닌 주위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부작용이 하이푸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다른 요인이 원인이 되는지에 대해선 의료계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하이푸시술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2016년 ‘하이푸 진료지침’을 발표하고 시술 대상을 ‘18세 이상 환자 중 출혈·빈혈,·통증 등을 동반하는 자궁근종 혹은 자궁선근종을 가진 폐경 전 환자’로 명시했다. 단 자궁근종 크기가 12㎝를 초과하거나, 장시간 수술이 예상될 땐 특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자궁근종은 자궁평활근에 생긴 사마귀 같은 군더더기 살로 10명 중 6명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생리과다, 불규칙한 부정출혈(하혈), 빈혈 등이 동반되며 암처럼 치명적이지 않지만 젊은층에선 난임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부 병원에선 간암이나 췌장암 치료에 하이푸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하이푸의 암 치료효과는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비만 여부나 근종 종류에 따라 시술이 제한되기도 한다. 김영선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복부에 흉터가 있거나, 복부지방층이 3.5㎝ 이상인 복부비만 환자는 하이푸시술이 권장되지 않는다”며 “복부에 흉터가 있으면 시술 시 치료 영상에 혼선을 줄 수 있고, 지방층이 두꺼우면 병변까지 초음파가 도달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자궁근종 중 종양이 자궁 바깥쪽에 줄기를 형성해 매달린 유경성(有莖性) 근종은 하이푸로 줄기를 완벽히 제거하기 어려워 수술 후 재발 위험이 높고 떨어져 나간 근종 덩어리가 체내에 떠돌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드문 확률로 발생하는 자궁경부근종도 치료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산부인과학회는 특히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은 시술받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이푸시술 후 임신했다가 자궁이 파열돼 신생아가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단 이같은 진료지침은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하이푸시술을 하는 병원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과장 및 허위 광고로 환자를 현혹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응증과 주의사항을 지키고 숙련된 전문가가 시술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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