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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반려동물 이빨·발톱 세균 온상 … 작년 개물림 사고 2000건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0-26 10:16:05
  • 수정 2020-09-13 15: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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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상, 상처 작지만 깊어 패혈증 유발 … 한일관 대표 사망원인 녹농균, 감염경로 오리무중
한일관 대표 개 교상 사망 사건은 패혈증의 원인균인 녹농균이 개 구강에서 유래된 것인지,  사망자가 본래 갖고 있었던 것인지, 병원치료 과정에서 원내감염 소지가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반려동물 500만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개물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달 초 유명 한정식집인 한일관 대표 김모 씨(53·여)가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가 기르던 반려견에게 물린 지 엿새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최 씨 반려견에게 정강이를 물린 뒤 바로 서울백병원을 찾아 상처를 소독하고 파상풍주사를 맞았다. 이틀 뒤인 지난 2일 다시 내원해 상처를 소독하고 항생제 연고를 처방받았다. 
이후 별다른 이상 증세가 없다가 3일 후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6일 오전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등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다시 백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결국 숨졌다. 사인은 패혈증과 이로 인해 피가 굳는 ‘파종성 혈관내 응고(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DIC)’ 현상이었다. 병원 측은 환자 사망 후 혈액검사를 실시해 일반 녹농균을 확인하고 관련 사실을 서울 중구보건소에 통보했다. 

이번 사고로 정치권에선 개물림 사고 발생시 견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목줄과 입마개 착용 등 ‘페티켓(Petiquette, 애완동물을 가리키는 펫(Pet)과 에티켓(Etiquette)의 합성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에만 2111명이 개에 물려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개물림 사고로 인한 병원 진료비는 10억6000만원에 달했다.

사람이나 개 등 동물의 입에 물려 상처가 생기는 것을 교상(咬傷)이라고 한다. 동물에게 물린 상처는 겉에서 볼땐 크기가 작지만 피부조직 깊은 곳까지 손상된 경우가 많다. 동물의 이빨이 피부 깊숙이 들어가면 화농균, 파상풍균, 광견병바이러스균 등 여러 병균에 감염될 수 있다. 이빨에 물리지 않더라도 고양이 등의 발톱에 긁히는 것도 감염 원인이 된다. 특히 어린이, 노인, 만성질환 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턱힘이 강한 동물에게 물리면 힘줄이나 신경이 손상되거나, 이빨이 근육층까지 뚫고 들어가 근막염에 걸릴 수 있다. 특히 무릎 등 관절 주변을 물리면 관절운동이 제한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개에 물려 감염성 관절염과 골수염이 발병한 사례도 보고됐다. 덩치가 작은 동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패혈증은 동물에 물리거나 긁혀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치사율이 최대 60%에 달한다. 초기 증상으로는 호흡이 빨라지고, 시간·장소·사람에 대한 지남력(인지분별능력)이 떨어지며, 정신착란 등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혈압이 떨어지면서 피부 일부가 시퍼렇게 변하거나, 구역·구토,·설사·위장장애 등 소화기계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패혈증을 유발하는 세균이나 미생물은 여러 종류인데 이번 한일관 대표 사망의 원인은 녹농균 감염이었다. 감염시 녹색고름을 만든다는 의미로 명명된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은 패혈증·방광염·중이염·흉막염·기도염 등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이다.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감염되면 고열, 혈압저하, 쇼크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항생제 하나에 내성이 있으면 내성 녹농균,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있으면 다제내성 녹농균으로 분류된다. 일반 녹농균은 항생제를 맞으면 사라지지만 내성이 생기면 치료가 쉽지 않다.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피부관리실, 네일숍, 병원, 수영장, 해수욕장 등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녹농균이 동물에 의해 감염되는 사례는 드물다. 개에 물렸을 때 흔히 감염되는 세균은 개의 구강내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포도상구균 계열이며, 녹농균의 비율은 전체 개 구강 병원균의 6% 정도에 그친다. 실제로 견주인 최시원 측이 반려견에서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사 소견서와 진료기록을 강남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씨가 내원했던 백병원에서 녹농균에 감염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병원 측은 “김 씨의 병원 체류시간이 1차진료 37분, 2차진료 27분으로 매우 짧은 데다 환자 몸에선 병원내 감염을 일으키는 다제내성 녹농균이 아닌 일반 녹농균이 검출됐기 때문에 병원내 감염 가능성은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김 씨 몸에서 검출된 녹농균은 병원 내부가 아닌 병원 밖, 개의 입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유가족이 추가 수사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따라 경찰도 사건을 ‘병사’로 종결해 정확한 감염 경로를 밝히는 것은 어려워졌다. 김 씨는 시신은 이미 화장한 상태다. 최 씨 측은 개에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5만원 처분만 받았다.

동물에게 물림 사고를 당하면 흐르는 물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고 소독된 거즈로 덮은 뒤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상처가 심하지 않아도 잠복기를 거친 뒤 광견병, 파상풍, 패혈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예방적 조치를 취하는 게 좋다.
황윤정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당뇨병이나 간질환을 앓고 있거나, 비장절제술이나 인공심장판막이식술을 받았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거나,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은 더 위험하므로 가급적 빨리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물린 부위에 된장을 바르는 등의 민간요법은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개물림 사고를 피하려면 모르는 개에게 다가가지 않아야 한다. 처음 보는 개가 다가올 땐 등을 보이지 말고 현재 위치에 가만히 서서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덩치가 작은 어린이와 개를 단 둘이 한 공간에 두는 것도 위험하다.
반려동물을 진정 사랑한다면 정기적으로 예방접종을 하고 이빨과 발톱 등을 청결히 유지해야 한다. 산책 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고 용변을 비닐에 담아 처리하는 페티켓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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