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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스테로이드 싫다면서 뼈주사 왜맞나 … 관절통 주사요법 가이드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0-19 10:23:35
  • 수정 2020-09-13 15: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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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뼈 아닌 관절강에 약물 주입, 남용시 비만·관절손상 … 당뇨병·골다공증 환자 피해야
연골주사는 히알루론산이 주성분으로 관절내 윤활기능을 촉진해 연골을 보호하고 퇴행성관절염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늦가을에 접어들어 일교차가 커지자 무릎이나 어깨 부위에 관절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혈관과 근육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겨 평소보다 통증이 심해진다. 

초기 관절통은 대부분 병변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주사요법으로 개선할 수 있다. 시술 시간이 짧고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 중·장년층 환자에게 인기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치료법이지만 스테로이드주사(뼈주사), 연골주사 같은 주사요법의 종류나 부작용 등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9월 대한통증학회가 9개 대학병원의 통증클리닉을 방문한 5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4%가 연골주사와 뼈주사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상당수가 뼈주사를 ‘뼈에다 놓는 주사’로 잘못 알고 있었다. 

스테로이드 오·남용의 위험성은 인지하고 있으면서 정작 뼈주사가 스테로이드주사와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주사치료의 효과를 맹신해 환자가 먼저 주사를 놔달라고 성화를 부리거나, 반대로 ‘무조건 몸에 좋지 않다’는 편견을 갖고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도 쉽게 볼 수 있다.

뼈주사로 알려진 스테로이드주사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라는 항염증약을 관절통 부위에 주입해 염증과 통증을 개선한다.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관절통, 유착성 견관절낭염(오십견), 견관절충돌증후군, 수근관증후군, 테니스엘보, 근막동통증후군, 건염 등 다양한 질환에 사용된다. 초기 퇴행성관절염 치료에만 쓰이는 연골주사보다 사용 범위가 훨씬 넓다. 

이름과 달리 뼈 안에 직접 주사를 놓는 것은 아니며 관절강, 경막, 윤활낭 등에 약물을 주입한다. 관절강내 주사는 뼈와 뼈 사이 관절강에 약물을 주입, 관절내 삼출액 생성을 억제해 통증과 부종을 개선한다. 보통 스테로이드주사라고 하면 관절강내 주사를 의미한다.
삼출액은 염증이 생긴 부위의 혈관에서 액체 및 세포 성분이 관절강 밖으로 나와 모이는 것을 의미한다. 관절염이나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관절에 삼출액이 차 무릎이 자주 붓고 아픈 증상을 흔히 ‘무릎에 물이 찼다’고 표현한다.

이밖에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부위는 여럿 있다. 건초 주사는 관절의 반복된 사용, 석회화건염·충돌증후군 등으로 건(힘줄)을 둘러싼 활액막인 건초에 염증이 생겼을 때 유용하다. 
경막외강 주사는 요추간판탈출증에 의해 외부로 빠져나온 수핵이 신경근을 자극해 발생한 통증을 치료한다. 경막외강은 척추인대와 경막의 사이 부분이다. 요즘 많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에서 신경성형술이란 이름으로 많이 놓는 게 경막외강주사다. 국소마취제 유착방지제를 기본으로 쓰고 스테로이드는 환자 상태에 따라 주사 여부가 달라진다.
윤활낭 주사는 무리한 운동과 외부충격으로 근육과 근육, 근육과 뼈 사이 윤활낭에 염증이 생겼을 때 사용된다.

류현진 선수가 맞은 코티손주사도 스테로이드의 일종이다. 코티손(cortisone)은 부신피질에서 추출되는 결정성 물질로 류마티스관절염, 기관지천식, 전신성 낭창, 피부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부신피질호르몬(adrenal cortical hormone)의 한 부류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코르티코이드)는 다시 당질코르티코이드와 무기질코르티코이드로 나뉜다. 전자는 대사 및 면역기능, 후자는 배설기능 및 전해질 조절에 관여한다. 관절 및 근골격계 통증 해소에 쓰이는 주사는 거의 모두 당질코르티코이드로 프레드니손, 프레드니솔론, 코르티솔, 코르티손, 코르티코르테손, 하이드로코르티손(hydrocortisone 등이 있다. 염증 해소 및 통증 완화에 쓰이는 주사나 연고용 스테로이드는 대개 당질코르티코이드이다.  

참고로 운동선수들이 근육증강 및 운동능력 향상을 위해 불법 사용하는 것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이 스테로이드는 근육동화(질소축적)을 하는 호르몬으로 안드로제닉(남성호르몬작용) 및 아나볼릭(근육동화작용)을 동시에 갖는다. 오늘날 근육증강 목적으로 쓰이는 호르몬은 대개 화학적으로 안드로제닉 작용은 최소화하고 아나볼릭 작용은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합성한 것이다.  남성갱년기호르몬대체요법(TRT) 제제로 흔히 쓰이는 예나스테론(성분명 테스토스테론에난테이트)이나 네비도(테스토스테론 운데카노산)는 안드로제닉 작용에 초점을 맞췄지만 아나볼릭 작용도 나타내기 때문에 양자가 혼용된 개념으로 쓰인다. 남성호르몬 도핑 논란에 휩싸인 박태환 수영선수도 네비도 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로이드주사는 진통 억제와 소염 효과를 단기간에 볼 수 있지만 너무 자주 맞으면 부작용을 유발하는 ‘양날의 검’이다. 김재화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스테로이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관절·연골 손상, 골다공증, 비만, 혈당 상승, 피부색 변화 등 전신적인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고 심하면 뼈가 삭는 무혈성괴사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항암치료, 장기이식, 당뇨병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스테로이드주사를 맞으면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 남용은 호르몬 분비 체계를 망가뜨려 쿠싱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질환은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돼 목과 배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쌓여 뚱뚱해지는 반면 팔·다리는 오히려 가늘어진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같은 부위에 스테로이드주사를 놓는 횟수는 6개월에 3~4회로 제한한다. 주사 후 1~2일간 통증이 생길 수 있고, 주사 부위는 48~72시간 동안 무리하지 않고 쉬게 해줘야 한다. 

연골주사는 뼈주사와 헷갈리기 쉬운데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연골이나 탯줄 등에 들어있는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이 주성분으로 퇴행성관절염 증상을 억제하는 데 사용된다.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활액(관절액)의 히알루론산 농도와 분자량이 감소해 관절이 마찰을 잘 일으키고 연골이 쉽게 손상된다. 이 때 관절강에 연골주사를 놓으면 활액의 히알루론산 농도가 높아져 관절의 윤활 작용이 향상되고 연골을 보호할 수 있다. ‘새로운 연골을 생성시켜 주는 주사’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통증과 염증을 일시적으로 줄일 뿐 연골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연골이 과도하게 손상되기 이전인 초기 관절염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 통증개선 효과가 스테로이드보다 천천히 나타나는 대신 오래 지속된다. 보통 6개월마다 1주일 간격으로 3회 정도 맞으면 된다. 연골주사를 맞은 뒤 바로 목욕하는 것을 삼가고, 주사 후 2일 정도는 관절에 무리가 되는 운동이나 활동을 피하는 게 좋다.

김재화 교수는 “주사치료에만 매달리다간 자칫 병을 키워 더 큰 수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며 “전문의와 상담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평소 근력운동으로 허리·무릎·어깨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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