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에이즈) 감염자 수가 해마다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해 한 해에만 에이즈 환자 치료에 1000억원 이상의 국민 세금이 사용됐다는 통계결과가 나왔다. 담당 부처인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 환자 증가에 대한 정확한 원인분석과 예방대책 없이 환자 관리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종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은 13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해 “에이즈는 치료비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제3군 감염병으로 최근 감염자가 급증해 국민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평생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하는 HIV감염자의 치료비는 전체의 90%를 국민건강보험공단, 나머지 10%는 국비와 지방비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에이즈 환자 치료비는 2014년 714억원, 2015년 810억원, 2016년 921억원으로 2년새 200억원 이상 늘었다. 국비와 지방비로 부담하는 전체 치료비용의 10%와 간병비 지원을 포함하면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지원됐고, 1인당 지원비는 1100만원 정도다. 2006~2016년 건보공단에서 에이즈 환자 치료에 지원한 전체 금액은 5415억원에 이른다.
윤종필 의원은 “질병관리본부는 11년 동안 국비와 지방비 포함 6000억원의 국민세금이 투입된 질병에 대해 원인분석과 예방사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감염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전체 에이즈 환자 중 청년층의 비율이 높은 것도 우려된다. 윤 의원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에이즈 신규 감염자수는 1062명으로 이중 20대가 360명(33.9%)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241명(22.7%), 40대 193명(18.2%) 등이 뒤를 이었다. 즉 20~40대 감염자가 전체 감염자의 74.8%를 차지했다. 10대(10~19세) 감염자도 2014년 40명, 2015년 42명, 2016년 36명으로 집계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에이즈 감염자 중 남성이 1002명(94.3%)으로 여성(60명, 5.6%)보다 월등히 많았고, 주요 감염경로는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었다.
윤 의원은 “질병관리본부는 10대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남성의 에이즈 감염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남성 감염자 비율이 94.3%에 달하는 이유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며 “에이즈 감염 감소 및 인식 개선을 위한 예방교육과 온라인 캠페인 등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