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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서 발암 VOCs가 나오는 이유 … 세계적 연구 부족, 당분간 논란 지속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09-19 19:57:20
  • 수정 2020-09-13 1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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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리불순·생리통·난임에 영향주는 교란변수 많아 생리대의 인과여부 규명 쉽지 않아
깨끗한나라의 일회용생리대 ‘릴리안 베이비파우더향’(왼쪽) vs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울트라중형’
전세계적으로 생리대 유해성에 관한 한 신뢰받을 연구가 없는 가운데 지난 8월말부터 국내서는 이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여성환경연대로부터 의뢰를 받아 6개월간 연구한 결과를 지난 8월말 공표했다. 구체적인 상품명 없이 유해성을 제기하며 논란이 증폭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일 회사별 상품명과 생리대에서 방출된 유해물질 수치를 전부 공개했다.

김 교수팀은 유한킴벌리·LG유니참·깨끗한나라·한국피앤지(P&G) 등 생리용품 매출 상위 4개 제조사의 일회용생리대 10종(중형 5개, 팬티라이너 5개)과 트리플라이프의 그나랜시크릿 면생리대 1종 등 총 11종의 생리대를 대상으로 사람 체온(36.5도)과 같은 환경의 20ℓ 체임버(밀폐 공간) 안에서 3시간 동안 어떤 화학물질을 얼마나 방출하는지 측정했다. 

측정 방식으로는 자동차 내장부품 및 건축자재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Volatile Organic Chemicals) 방출시험에서 쓰이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ISO) 16000-6, ISO 16000-9, ISO 119-5 등 세 가지 공인된 분석법이 쓰였다. 각 제품마다 3번 실험한 다음 평균값을 구했다.

이 연구에서 검출된 VOCs는 끓는점이 낮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로 벤젠(benzene), 트리클로로에틸렌(trichloroethylene), 스티렌(styrene), 톨루엔(toluene) 등이다. 이들 화학물질은 현기증·졸음·구토 등을 유발한다. 국제암연구기관(IARC)의 암 연관성 평가에 따라 벤젠과 트리클로로에틸렌은 1급, 스티렌은 2B급, 톨루엔은 3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급수가 낮을수록 암 발생위험이 높으며, 3급은 근거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 22가지 유해물질이 검출됐으며, 면생리대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서 독성물질이 나왔다. 스티렌은 일회용생리대 10종 모두에서, 트리클로로에틸렌은 9종, 톨루엔은 7종, 벤젠은 4종에서 각각 검출됐다. 구입 직후의 면생리대에선 일회용생리대 10종에서 나오지 않았던 사이클로헥세인(cyclohexane) 등 휘발성유기화합물 총 11종이 검출됐다. 삶은 면생리대는 트리클로로에틸렌·자일렌 외에 다른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휘발성유기화합물 총량(TVOCs)은 피부 접촉면만 100% 면소재이고 나머지는 화학물질인 일회용 생리대의 경우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베이비파우더향(수퍼롱)’ 2만4752ng(나노그램, 10억분의 1g), 트리플라이프의 ‘그나랜시크릿 면생리대’(세탁하지 않은 제품) 1만1606ng, 깨끗한나라의 ‘순수한면 울트라슈퍼가드’ 6560ng, 엘지유니참의 ‘바디피트 귀애랑 울트라슬림 날개형’ 4658ng 순으로 많았다. 

구입 직후의 그나랜시크릿 면생리대는 일회용생리대 10종에서 나오지 않았던 사이클로헥세인(cyclohexane) 등 총 11종의 VOCs가 검출됐다. 세탁 여부 및 유형과 관계 없이 IARC 1급 발암물질인 벤젠과 트리클로로에틸렌도 일회용생리대(4ng 이하)보다 많이 나왔다. 이들 유해물질은 구매 직후에 총 17ng, 물세탁했을 때 14ng, 삶았을 때 5ng가 각각 검출됐다. 스티렌 검출량도 다른 제품보다 많았다. 다만 물세탁하거나 삶으면 TVOCs가 1만1606ng에서 각각 3225ng, 84ng으로 줄었다.

생리대에서 VOCs가 나오는 것은 흡수재·방수막·접착제 등이 화학물질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품마다 구조나 재질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피부와 맞닿는 커버는 티백 원료인 순면 부직포를 쓴다. 이어 중간 흡수재로 면소재를 넣거나 빼기도 하며 핵심 흡수재에는 목재·해조류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 섬유나 화학섬유인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에스터,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공중합체(EVA) 등이 들어간다. 

속옷과 젖지 않게 하는 방수재에는 폴리에틸렌 필름, 날개엔 폴리에틸렌 또는 폴리프로필렌 섬유, 생리대 각 요소를 연결하고 속옷과 생리대 간 점착성을 높이는 데 쓰이는 접착제로는 하이드로카본수지, 스티렌-부타디엔 공중합체(SBC) 열가소성 고무수지가 쓰인다.

발암성은 주로 노출되는 경로를 바탕으로 유전체 돌연변이, 대사장애 등에 의해 암이 발생하는 정도를 평가한다. VOCs는 기체 상태에서 주로 호흡기 등 내장기관의 발암성을 평가해 등급이 매겨졌는데 생리대에서 검출된 것은 생식기 및 피부에 접촉해 어떤 발암성을 가질지 미지수다.

생리대는 한국에선 의약외품으로 취급하지만 미국에선 의료기기, 유럽 등에서 생활용품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생리용품 화학물질을 규제하는 기준이 없어 시민단체가 정부에 ‘생리용품 전성분 공개 및 안전성 검사’를 촉구하고 있다.

생리대는 밀폐된 공간에서 체온이 지속적으로 가해지고, 분비물과 화학물질 간 상호작용으로 2차 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일반 피부가 아닌 점막층에 접촉한다는 점에서 발암물질인 VOCs가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고온압착, 코팅 등 제조공정도 VOCs를 증폭할 개연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생리불순·생리통·난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란변수(confounding factors)가 다양하므로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의 원인이 생리대인지 아닌지 밝히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만구 교수는 “20년 전인 1997년에 컵라면 용기에서 환경호르몬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식약처는 신뢰하지 않았지만 결국 실험결과가 맞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이번 실험결과를 계기로 검출된 각종 화학성분이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에게 얼마나 유해한지 분석하고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여성환경단체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omen’s Voices for the Earth, WVE)가 2015년에 발표한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실험 결과는 김 교수의 데이터와 유사했다. 오히려 국내 일회용생리대가 외국 제품보다 검출량이 적었다. 미국에선 1980년대에 체내 삽입형 생리용품인 ‘탐폰’이 독성쇼크신드롬(TSS, toxic shock syndrome) 논란이 불거진 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생리용품 전성분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아직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가 20여년 전에 설정한 생리대 품질검사 기준을 수정없이 지금도 적용하고 있다. 현재 포름알데히드·색소·형광물질·산 및 알칼리 성분만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처는 이번 생리대 논란을 계기로 국내 유통 중인 모든 생리대를 대상으로 발암성·생식독성이 높은 스티렌·에틸벤젠(ethylbenzene) 등 VOCs 10종 검출량과 위해성을 이달 말까지 조사한 뒤 향후 VOCs 76종에 대해 추가 조사할 방침이어서 생리대 안전기준이 강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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