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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이물질 삼킴사고, 자석·건전지가 제일 위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9-11 09:34:59
  • 수정 2021-07-20 20: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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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석 사이 장 압착돼 장폐색·패혈증 … 캡슐세제, 억지로 토하면 역효과
디스크전지는 삼킨 지 2~4시간만에 식도나 위장관점막에 전기화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리튬 전지가 알칼라인보다 위험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물건을 삼켜 놀란 경험을 한 번쯤 겪게 된다. 이물질 삼킴 사고는 80%가 5세 이하 어린이에서 발생한다. 특히 기어다니고, 치아가 발달하기 시작하며, 사물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생후 6개월부터 3세 사이 어린이 환자가 많다.


이물을 삼킨 아이 중 절반가량은 증상이 없고 보챔, 침흘림, 삼킴곤란, 수유나 음식거부, 구토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만 간혹 나타나 부모가 알아채기 쉽지 않다.

윤종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물 종류는 동전과 작은 플라스틱 장난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머리핀, 열쇠, 바둑돌, 원형 디스크전지, 귀걸이, 펜던트 같은 장신구, 바늘, 못, 자석 등을 삼키는 사례도 많다”며 “최근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자석과 디스크전지를 삼킨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어린이가 자력이 강한 소형 자석을 두 개 이상 삼키면 자석끼리 끌어당기는 과정에서 장이 압착돼 누공, 장천공, 장폐색, 감염, 패혈증 등을 유발되고 심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


디스크전지는 삼킨 지 2~4시간 안에 식도나 위장관점막에 전기화상을 일으킨다. 식도에 걸릴 때 가장 위험한데 식도궤양, 천공, 식도·기관지 누공, 식도협착, 호흡곤란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리튬과 알카라인 건전지 중 리튬이 크기도 크고 전압이 2배가량 높아 더 위험하다.

캡슐형 세제는 색상과 형태가 젤리나 어린이 장난감과 비슷해 어린이가 입에 넣고 터뜨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선 6세 미만 어린이의 세제 중독사고가 2012~2013년 1만7000건 이상 접수됐고 이중 769명이 입원치료를 받았다.


캡슐형 세제를 삼키면 일반 세탁세제 중독사고보다 위험성이 크다. 고농도 세제를 적은 용량으로 포장하기 위해 일반 액상세제보다 높은 용량의 계면활성제를 넣기 때문이다. 계면활성제는 산도(pH)가 높아 인체 세포막 등 지단백으로 구성된 조직을 녹이고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캡슐형세제를 아이가 삼켰을 때 억지로 토하게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토하는 과정에서 내용물이 기도로 흡인되면 기관 및 기관지 등과 폐포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응급실에 가기 전 소량의 물을 축이는 정도로만 마시면 도움이 된다.

소아기가 지난 뒤에는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생선가시는 얇고 뾰족해 목에 걸리기 쉽고 침을 삼킬 때마다 이물감과 통증이 느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다. 밥이나 빵 같은 고체 음식물을 먹으면 가시가 내려간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시가 오히려 더 깊이 박힐 위험이 높다. 가시의 날카로운 끝이 인두나 식도에 상처를 내고, 이 부위에 음식물이 닿으면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가시가 박힌 채 1주일 이상이 지나면 식도에 구멍(천공)이 뚫리기도 한다. 식도천공은 세균이 심장·대동맥 등으로 퍼져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입으로 삼킨 이물의 80~90%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위장관을 거쳐 자연배출되지만 10~20%는 식도나 위에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내시경으로 제거해야 한다. 윤종서 교수는 “식도 이물의 50~80%는 식도 위쪽에 위치한 경부식도, 나머지는 흉부와 위식도 괄약근 부위 주변 하부식도에 자주 걸린다”며 “일부 이물은 위 출구인 위 유문부, 십이지장공장 만곡부, 소장 끝부분에 있는 괄약근인 회맹판, 항문 등에 걸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이물질이 기도를 막아 생기는 호흡곤란이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 저산소증이 오면서 청색증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뇌손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입 안에 이물질이 걸려 있으면 두 손가락으로 입을 벌리고 하악골을 잡아 당기면서 다른 손으로 입안의 이물질을 제거한다.


아이가 삼킨 이물질이 입을 지나 기도를 막아 호흡을 방해한다면 상복부 밀쳐올리기(하임리히법)를 시도한다. 아이의 등뒤로 간 뒤 한 손은 주먹을 쥐고 흉골과 배꼽 사이에서 반대쪽 손과 마주 잡은 채 3~4회 강하게 압박해주고 바로 응급실로 향해야 한다.

이물질이 기도를 막지 않고 식도나 위장관으로 내려갔다면 이물질 크기와 종류, 위장관 내 위치와 머문 시간에 따라 제거 시기와 방법이 다르다. 먼저 X-레이검사로 이물의 대략적인 위치, 크기, 모양을 확인한다. 생선뼈·닭뼈 등 음식물, 유리, 알루미늄, 플라스틱, 나무로 만든 이물 등은 X-레이로 잘 나타나지 않아 내시경검사가 필요하다.  

날카로운 물체가 위나 십이지장에 걸렸다면 경직성 기관지내시경(rigid bronc hoscopy)으로 제거하고, 십이지장 만곡부를 통과한 경우 경과를 좀더 지켜본 뒤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배터리나 날카로운 물질이 4시간 이상 식도나 위장관에 머물면 궤양, 천공, 누공 등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바로 제거하는 게 좋다. 

자석은 한 개만 삼켰다면 경과를 관찰하고, 두 개 이상 삼켰을 땐 바로 제거해야 한다. 이밖에 삼킨 이물질이 1~3일 이상 위치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거나, 발열·구토·복통이 동반되거나, 위내 정체된 이물의 직경이 2~2.5㎝ 이상 또는 길이가 5~6㎝ 이상이라면 바로 응급실에 가도록 한다.

최근엔 움직임과 구부러짐이 자유롭고 기도에 진입이 용이한 ‘굴곡성 기관지내시경’에 올가미 형태의 이물질 수거망 기기를 삽입해 이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이 도입됐다. 


이 방법은 기존 방식인 경직성 기관지내시경보다 기도 손상이 적고, 시술 중 환자의 호흡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방향조절 및 구부러짐이 가능한 굴곡성 기관지내시경을 활용하므로 기존 시술로는 완전제거가 불가능했던 기도 말단 부위에 있는 이물질까지 제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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