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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가을, 하루에 한 철학자의 사상을 독파해가는 ‘철학고전 23’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7-08-31 14:08:05
  • 수정 2017-09-07 19: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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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대중 철학저술가가 엄선한 접근법 … 음미하고 인식하며 새로운 시각 형성

단편적이고 말초적 감정을 자극하는 볼거리와 읽을 거리가 난무하는 요즘이지만 고전은 세월이 지나도 독자들에게 감명을 준다. 철학 고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쟁점이 되는 시대적 문제들을 다루는 데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하지만 딱딱하고 난해해서 읽으려는 이가 별로 없다.

차츰 가을빛이 물드는 요즘, 하루에 한 명씩,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을 책으로 만나는 ‘지적 도전’에 나서면 어떨까.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노팅햄대 및 개방대에서 철학교수를 역임한 대중적인 철학 저술가 나이절 워버튼(Nigel Warburton)이 쓴 ‘철학고전 23’이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단순한 철학 콘텐츠의 해석에 그치지 않고, 다각도로 핵심을 볼 수 있는 세심한 해설을 덧붙여 인상적이다. 32권의 고전을 선별하는 방식에서도 워버튼의 진보적이고 실존주의적인 면모를 보였다. 철학이 사회에 실제로 어떻게 기여했는지 보여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대다수 철학서적이 독일 철학자에 의해 쓰인 것에 반해 이 책은 영국 철학자가 영국다운 시각에서 새롭게 접근한 게 특징적이다.

고대 철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만을 다뤘고, 이후 보에티우스를 거쳐 마키아벨리로 이어지는 등 어느 특정한 시기에 치우치지 않도록 안배했다. 흔히 인식론이나 존재론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지루하고 진부해지기 쉽다는 것을 고려해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책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담은 ‘국가’로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거쳐 중세 신학철학은 건너뛰고 보에티우스 ‘철학의 위안’과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으로 이어진다. 존 로크, 데이비드 흄, 임마누엘 칸트, 토마스 페인, 존 스튜어트 밀 등 지금의 서구민주주의의 토양이 된 사상과 철학에 집중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 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토마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등 현대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명저도 다루고 있다.

철학 입문서로서의 실용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초심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책들, 이를테면 헤겔의 ‘정신현상학’이나 ‘법철학’은 이 책에서 빠졌다. 각 사상가들이 살아간 시대적 배경, 당면했던 사회적 문제, 개인적인 동기 및 사상의 근원 등을 담아 자칫 난해한 용어와 문구들로 지루해질 수 있는 사상들을 다방면으로 조명해주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특히 토마스 페인, 존 로크, 데이비드 흄 등을 다룰 때에는 사상가의 실존적 활동에도 지면을 할애하여 철학자들이 어떻게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시대적 정신을 이끌었는지 세심한 필력으로 전달해준다.

이 책의 번역은 독일 쾰른대에서 하이데거 연구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신학대에서 철학과 논리학을 가르치는 오희천 교수가 맡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오희천 옮김, 종문화사 출간, 432쪽,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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