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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문재인케어’ 의료계 “취지는 좋은데 글쎄” … 치과의사·한의사는 ‘찬성’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8-31 09:08:30
  • 수정 2020-09-13 16: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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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조6000억 투입, 재원 조달안 논란 … 정형외과·신경외과 대량해고·의료질 하락 우려
의료계는 국민 1인당 연평균 외래 방문횟수가 16회로 세계 1위인 상황에서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 의료쇼핑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용·성형을 제외한 대부분 질병에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하는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시작 전부터 의료계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30조원에 달하는 재원의 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고, 비급여진료로 연명해 온 중소병원과 개인의원이 고사될 것 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재인케어’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투입해 3800여개 비급여 진료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3%에서 70%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초음파 등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는 단계적으로 급여화한다. 효과는 있지만 가격이 비싼 비급여는 본인부담률을 30~90% 수준으로 줄여 예비급여에 포함시키고 3~5년 뒤 다시 급여 등재 여부를 평가한다.

이미 급여권에 진입한 진료항목의 사후관리도 강화한다. 평가결과 안전성이 없거나 유효성이 떨어지는 기술은 건강보험 및 실손의료보험 보장범위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한다. 또 지금까지 선택진료 의사에게 진료받으면 15~50%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했지만 내년부터는 선택진료제 자체가 사라진다.

올 하반기부터 상급병실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1인실은 중증 호흡기질환 환자나 출산 직후 산모 등 꼭 필요한 환자만 입원하도록 제한하고,  1~3인실 본인부담금 비율은 상급병원 쏠림 현상을 감안해 현행 100%보다는 낮지만 일반병실(4~6인실)의 본인부담률인 20%보다 높게 책정할 계획이다.
전문 간호인력이 간병인과 보호자 없이 입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도 확대한다. 올 7월 기준 2만3450병상을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새로운 비급여 진료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신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이 대폭 확대된다. 신포괄수가제는 기존 행위별 수가제와 달리 환자가 입원 후 퇴원할 때까지 발생한 진료(입원료, 처치료, 검사료, 약제 등)를 묶어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노인, 아동, 여성 등 경제·사회적 취약 계층의 필수적 의료비 부담도 단계적으로 줄일 예정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소요 예산인 30조6000억원을 건보 재정 흑자분과 건강보험료 소폭 인상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건강보험료 증가율 3.2%를 적용하면 15조원이 걷히고, 여기에 건보재정의 누적흑자 10조원을 더하면 총 25조원이 마련된다”며 “현재 전체 예산의 15%를 차지하는 국고보조금의 비율을 17%로 올리면 5조원의 추가 재정이 생겨 30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야당 등에서는 현 정부가 물러나는 5년 뒤 재정 전망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미래 세대에게 또다른 부담만 지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원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은 자연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가만 놔둬도 자연 소진될 게 확실한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해 보장성 강화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공개한 ‘2016~2025년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내년부터 적자 전환되고 2023년경엔 적립금이 바닥나는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에 들어서면 적자액만 20조1000억에 달하게 된다.
지난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보험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서도 고령화 등 인구변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으로 2020년 19조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2025년에는 한해 적자만 5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비급여 규모를 너무 적게 추산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현재 비급여 의료비 부담액이 연간 13.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2016년 6월 발표된 ‘2014년 국민보건계정’에 따르면 총 국민의료비 105조원 중 비급여 본인부담금은 24.9조원에 달했다. 비급여 규모의 과소추계는 재정소요액의 과소추계로 이어져 건보재정 파탄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는 “그동안 적자 보전 명목으로 제공되던 비급여가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되면 수가 인상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올텐데 이 부분에 대한 대비가 없다”며 “비급여였던 초음파검사나 MRI 등이 급여화된 이후 이용률이 얼마나 늘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1인당 연평균 외래 방문횟수가 16회로 세계 1위인 현 상황에서 비급여가 급여화되면 의료쇼핑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 찬반을 두고 내홍에 휩사였다. 대한의사협회를 위시한 의사단체들은 진료비 원가에 대한 적정한 보험수가가 책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비급여 항목이 대폭 급여항목으로 전환되면 의료 보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을 대폭 급여로 전환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수가가 지금보다 낮아져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일며 “진료비 원가부터 제대로 책정해야 의료기관들이 안정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수치료나 주사치료 등 비급여진료로 상당한 이익을 거둬왔던 정형외과·신경외과 개원의들의 반발이 거세다. 박진규 신경외과병원협의회 총무이사(PMC박병원 원장)는 “비급여가 전면 급여화되면 중소병원 중에서도 척추·관절병원이 가장 큰 타격을 입어 1000여곳의 병원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대량해고가 불가피하고, 일자리가 축소되면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치협과 한의협은 각각 틀니·임플란트치료, 한의약 처방을 받는 환자가 늘 것으로 예상해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케어는 노인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률을 종전 50%에서 30%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의협은 2016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이 한방병원 35.3%, 한의원 47.2% 등 약 50%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문재인케어가 한방의료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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