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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초콜릿 자주 먹으면 똑똑해질까 … ‘노벨상 수상자 연구’ 진실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8-24 09:47:25
  • 수정 2020-09-13 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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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섭취량 많은 스위스 등 수상자 많아, 의학계는 반박 … 기분 좋아짐 일시적
초콜릿에 함유된 페닐에틸아민은 ‘사랑호르몬’이라는 별명 답게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성격이 공격적으로 바뀔 수 있다.
초콜릿은 커피만큼이나 유해성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식품 중 하나다. 초콜릿의 우울증 개선 및 뇌기능 활성 효과를 입증하는 해외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지만 주류 의학계는 과도한 당분에 의해 야기되는 건강상 불이익이 더 커 일부러 찾아 먹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뇌는 초콜릿 섭취에 민감에 영향을 받는다. 2012년 미국 컬럼비아대 프란츠 메저리(Franz H. Messerli) 박사는 저명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초콜릿에 관한 흥미로운 주제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초콜릿을 많이 먹은 국가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배출됐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 명당 1년 초콜릿 소비량이 0.4㎏ 증가할수록 인구 100만명당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스위스·스웨덴·덴마크·오스트리아 등은 초콜릿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 연구는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초콜릿 섭취량은 국가의 경제 수준과 정비례하고, 국가의 부(富)는 우수한 연구 성과로 연결되므로 초콜릿이 직접적으로 뇌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에 부딪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연구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초콜릿에 함유된 물질들이 뇌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에 함유된 테오브로민(theobromine)은 뇌 혈류를 개선해 뇌 기능 전반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초콜릿에는 500가지가 넘는 화합물이 존재하는데 테오브로민은 약 2%의 비율로 들어있다. 초콜릿의 독특한 쓴맛과 향을 내며 인체에선 대뇌피질을 부드럽게 자극해 사고력을 높여준다. 또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약리 효과를 가져 이뇨작용, 근육이완작용, 심장박동 촉진, 혈관 확장, 만성기침 완화 등 역할을 한다.
당이 첨가되지 않은 다크초콜릿 100g에 1500㎎가량의 테오브로민이 함유돼 있다. 당이나 화학조미료를 첨가할 경우 테오브로민 함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

카카오에 포함된 플라바놀(flavanol)은 폴리페놀 계열 항산화제의 하나로 두뇌 속 해마의 치아이랑(치상회, dentate gyrus)내 혈류를 증가시킨다. 치아이랑이 노화되면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저하돼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즉 이론상 초콜릿 섭취는 장기적으로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플라바놀이 함유된 일부 제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의 영향이 크다. 카카오의 아난다마이드라는 물질이 뇌의 쾌락수용체를 자극하면 엔도르핀이 분비돼 쾌락 영역이 활성화된다. 이때 천연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는 페닐에틸아민이 활성화되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분비돼 긍정적인 감정이 극대화된다. 

페닐에틸아민은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 뇌가 분비하는 화학물질과 성분이 같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심장박동을 올려줘 마치 사랑에 빠졌을 때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 같은 착각과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한다. 초콜릿 100g에 50~100㎎정도 포함돼 있다. 단 과도하게 축적되면 성격이 오히려 공격적으로 변하고 짜증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밖에 초콜릿은 폴리페놀 항산화제의 영향으로 심혈관계질환 예방, 피부노화 방지, 우울증 억제 등에 도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이어트에도 도움된다. 식사 전 초콜릿을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콜레시스토키닌 분비가 촉진돼 식사량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 중인 초콜릿 제품은 대부분 카카오 함량이 20∼30%에 불과하고, 대신 달착지근하고 입에 착 붙는 맛을 내기 위해 당분을 비롯한 온갖 화학첨가물이 듬뿍 들어간다. 이로 인해 초콜릿을 먹어도 항산화 효과를 100%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단맛에 중독돼 당분과 카페인 과다로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인체에 과도하게 축적된 당 성분은 뇌를 공격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역학·공중보건연구소(Institute of Epidemiology and Public Health)의 연구결과 초콜릿이나 케이크에 첨가된 당분을 많이 먹으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음식을 먹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김수경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분은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당분 과섭취로 세로토닌이 과활성화되면 인체에 비축해 둔 비상용 세로토닌까지 소진되면서 오히려 우울한 기분이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 초콜릿을 먹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잠깐일 뿐 기분전환을 이유로 시도때도 없이 초콜릿을 집어먹다간 약물처럼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양을 먹게 돼 비만·당뇨병·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당분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 수치가 일시적으로 높아졌다가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기분이 조울증처럼 오락가락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피로감이 높아진다.
고지방·고당분 음식이 혈당을 높여 뇌에 염증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신경세포에 염증이 생기면 우울증 위험이 높아지며, 청소년에서 이런 현상이 잘 관찰된다.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능력이 감퇴될 수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당분을 과잉 섭취하면 뇌의 시냅스 활성에 문제가 생겨 뇌세포간 신호전달 능력이 떨어진다.

김 교수는 “초콜릿은 100g당 500㎉ 정도로 고열량 식품이어서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식단 관리가 필요한 사람은 섭취시 주의해야 한다”며 “꼭 먹고 싶다면 카카오 함량이 70% 이상이고 당분과 첨가물 비율이 낮은 다크초콜릿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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