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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원인모를 목마름·체중증가, 단백질 과잉섭취 신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8-11 17:40:15
  • 수정 2020-09-13 1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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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밥에도 적잖아 신장·간에 치명적 … 칼슘분해 촉진, 골다공증 악화
고단백 식이는 반대급부로 탄수화물 섭취를 과도하게 줄여 케톤증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쌀을 주식으로 먹는 한국인은 단백질 섭취량이 적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학계의 권고량보다 많은 단백질을 먹고 있다. 한국영양학회의 단백질 섭취 권고 기준은 남성 중 19~49세는 하루 55g, 50세 이상은 50g이다. 여성은 19~29세가 50g, 30세 이상은 45g정도 섭취하면 된다. 하지만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70세 이상 여성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권고량을 크게 웃돈다. 이는 꼭 육류나 생선류가 아니더라도 밥이나 빵 등 곡식류에도 상당한 양의 단백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을 너무 안먹어도 문제지만 과다 섭취하면 신장(콩팥)과 간이 망가질 수 있다. 특히 단기간에 근육을 만들기 위해 닭가슴살과 콩 등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단백질 프로틴 보충제까지 복용했다간 신장질환, 신부전에 노출되기 쉽다.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 적정 섭취량은 체중 1㎏당 0.8~1g 정도다. 예컨대 체중이 70㎏이라면 하루에 단백질을 56~70g 섭취하는 게 적당하다. 이보다 많은 양을 섭취했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부위는 신장이다.

김재훈 고려대 구로병원 내과 교수는 “단백질이 몸에 들어가면 질소 부산물이 나오고, 콩팥은 이를 혈액에서 걸러내는 작용을 한다”며 “단백질을 적당량 먹으면 콩팥을 거쳐 소변으로 빠져 나오지만 과잉 섭취가 반복되면 콩팥에 부담이 가중되고 결국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럴 경우 질소성 노폐물이 축적돼 식욕부진과 메스꺼움 등 요독증 증상이 동반된다”고 강조했다.

간에도 무리가 간다. 근육생성 및 신진대사에 쓰이고 남은 단백질은 지방으로 바뀐 뒤 간에서 분해되고 콩팥을 거쳐 체외로 배출된다. 즉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간에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또 칼슘 분해 및 소변 배출을 촉진해 골밀도를 낮추고 골다공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통풍은 단백질을 너무 먹어서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요산이 결정체를 만들어 관절에 끼면서 발가락·팔꿈치·귀끝 등에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10년 이상 지속되면 만성화돼 관절이 변형 또는 파괴되거나 콩팥병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재훈 교수는 “요산은 ‘퓨린’이라는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산물로 체내에 과다하게 쌓이면 돌처럼 작은 결정체가 된다”며 “소고기 등 육류와 등푸른생선은 퓨린이 다량 함유된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탈수 증상은 현재 단백질 과잉 섭취를 알리는 신호다. 평소보다 많은 단백질을 섭취하면 혈액내 질소 수치가 급격히 증가한다. 질소는 암모니아 성분으로 변환돼 체외로 배출되는데,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가 체내에서 증가하면 신체는 이를 희석하기 위해 체내 수분을 더 많이 내보내야 하고 결과적으로 목마름 등 탈수증상이 나타난다. 

또 고단백 식이는 반대급부로 탄수화물 섭취를 과도하게 줄여 케톤증(ketosis) 같은 각종 문제를 야기한다. 고기 등 단백질을 다량 섭취하면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은 줄어든다. 고깃집에서 고기로 배를 채우기 위해 밥은 최대한 적게 먹는 게 대표적인 예다. 

단백질은 부피에 비해 칼로리가 낮아 포만감이 오래 지속돼 다이어트에 일정 부분 효과적이다. 하지만 단백질 섭취를 늘리느라 탄수화물이 부족해지면 신진대사 과정에서 연료로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태우게 된다. 이럴 경우 아세톤 냄세를 유발하는 케톤의 분비량이 늘어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냄새는 신체 내부에서 나오므로 양치질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케톤증이 지속되면 뇌기능장애나 혼수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정량의 단백질을 섭취하려면 평소 자주 먹는 식단의 단백질 함량을 파악해두는 게 좋다. 흰쌀밥 한 공기(210g)엔 단백질이 약 6g 들어있다. 이는 계란 한 개, 우유 한 팩(200㎖), 두부 8분의 1모 속에 든 단백질 양과 비슷하다. 50세 남성이 쌀밥 한 공기씩을 총 세끼 먹으면 밥(18g)만으로도 하루 단백질 섭취 권고량(50g)의 36%를 충족하게 된다.

김 교수는 “몸짱이 되기 위해 단백질보충제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일부 보충제에 들어 있는 스테로이드 성분은 무정자증·탈모·간손상·발기부전·전립선비대·배뇨장애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최근엔 단백질 과다 섭취가 여성의 자궁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며 “꼭 보충제를 먹어야 한다면 미리 전문의와 상담하고 식물성·동물성 단백질이 편중되지 않도록 적절히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단백질은 근육을 구성하는 물질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신진대사 곳곳에 관여한다.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물에 맞서 싸우는 면역시스템에서 중추를 담당하는 항체, 몸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혈색소 등이 단백질의 일종이다. 세포 내의 각종 화학반응의 촉매 역할을 담당하는 200여종의 효소도 단백질에 포함된다. 그만큼 적절한 단백질 섭취가 권장되지만 과잉돼서도 좋은 게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육류·우유·달걀·생선 등에 들어 있는 동물성 단백질은 인체에 필요한 단백질을 모두 갖춘 완전단백질인 반면 곡류·채소 등 식물성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이 한 가지 이상 결여돼 있거나 양이 불충분한 불완전단백질이다. 보통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성 단백질보다 몸에 좋은 것으로 인식되지만 사실과 다르다. 식물성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다. 반면 동물성 단백질은 9가지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돼 있고, 식물성 단백질에 비해 조리 과정에서 잘 파괴되지 않아 체내흡수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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