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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예고된 전문병원 흥행 실패 … 의료계 “투자 대비 효용성 별로”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8-04 02:27:29
  • 수정 2020-09-13 16: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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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척추·관절만 인기, 소아청소년은 ‘제로’ … 전문 키워드 독점, 국민 알권리 침해 주장도
척추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려면 내원 환자 45% 척추질환자, 정형외과·신경외과 의료진 4명, 병상 60개, 보건복지부 인증 등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제3기 전문병원(2018~2020년)’ 신청이 보건당국의 예상과 달리 흥행 실패로 이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전문병원 회의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척추·관절병원 쏠림, 정부 인센티브 지원 부족, 비(非) 전문병원 관리 소홀 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전문병원 제도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3기 전문병원엔 총 127개 병원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전문병원제도가 1·2기를 거치며 안착돼 이번엔 200곳 이상이 신청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오히려 2기 때인 133개보다 줄었다. 기존 2기 전문병원 111곳 중 10곳이 신청을 포기해 101곳만 3기에 재도전했다.

질환별(12개)로는 △관절 20곳 △뇌혈관 4곳 △대장항문 5곳 △수지접합 4곳 △심장 1곳 △알코올중독 12곳 △유방 1곳 △척추 18곳 △화상 6곳 △주산기(모자) 3곳이다.
진료과목별(8개)로는 △산부인과 13곳 △신경과 1곳 △안과 10곳 △외과 2곳 △이비인후과 2곳 △재활의학과 15곳 △한방중풍 1곳 △한방척추 8곳 △한방부인과 1곳 등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1개소로 가장 많았고 경기 24개소, 대구 및 부산 각각 17개소 순이었다.

1·2기 당시에도 그랬듯 관절·척추 분야는 신청 병원이 집중적으로 몰려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반면 3기에 신설된 소아청소년과는 지원 병원이 한 곳도 없었다. 즉 돈이 되는 분야에만 신청이 집중된 셈이다.
한 전문병원 관계자는 “척추관절 분야는 비급여 진료 항목이 많아 전문병원 요건을 갖추기 위한 ‘총알(예산)’을 마련하기 수월하지만, 소아청소년과는 전문병원 요건을 충족하려면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개인별 치료경과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환자별 치료성적 파익이 어려운 데다 비급여 진료도 별로 없어 전문병원이 돼도 병원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절척추 분야라고 해서 무조건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일부 관절·척추 전문병원은 과잉진료를 이유로 최근 전체 진료비 청구금액의 5~6%가량을 삭감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병원들이 앞다퉈 전문병원 지정에 달려든 것은 정부로부터 전문병원 관리료와 의료질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문병원 관리료로 총 70억원, 전문병원 의료질 지원금으로 29억원의 정부 예산이 배정됐다.
하지만 1·2기를 거치면서 전문병원 준비에 수억원을 쏟아붓는 것에 비하면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인증 기준까지 더 까다로워지면서 3기에선 지원 병원수가 줄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려면 △환자구성 비율 △진료량 △필수 진료과목 △의료인력 △병상 △의료질 △의료서비스 수준의 7개 항목에서 7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후 상대평가에서는 △총 전문의 1인당 1일 평균 입원환자 수(30%) △환자구성 비율(30%) △진료량(20%) △의료질(20%) 등 4개 영역별 가중치를 계산한 뒤 합산해 높은 점수 순서대로 전문병원을 지정한다. 

예컨대 척추전문병원으로 지정받으려면 내원 환자의 45% 이상이 척추질환 환자여야 한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등 척추질환 관련 전문의가 4명 이상 있어야 하고, 60병상 이상을 갖춰야 한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인증도 필수이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평가에선 모두 2등급 이내를 기록해야 한다. 전문병원협의회 관계자는 “평가 형태가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뀌어 병원간 눈치싸움과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지원 병원 수가 감소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공들여 전문병원이 돼도 별다른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비 전문병원의 불법 홍보에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는 점도 전문병원들의 사기를 꺾는 요인다. 한 관계자는 “수억원을 들여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전문병원 간판을 달아도 인증받지 않은 기관이 불법으로 전문병원인 양 홍보하는 것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며 “전문병원이라는 공인된 브랜드에 편승하려는 일부 병원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의료법 제3조의 5 제7항에 근거한 ‘전문병원의 지정 및 평가 등에 관한 규칙’과 의료법 제42조(의료기관의 명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만 ‘전문병원’을 표방할 수 있다. 전문병원이 아님에도 이를 표방할 경우 △명칭표시 규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불이행시 업무정지 15일) 및 300만원 이상 벌금 △허위·과대 광고에 따른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과 업무정지(허위 2개월, 과대 1개월) 처분 등을 받을 수 있다.

전문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집중병원, 특화병원, 연구병원 등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전문병원을 사칭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되면서 보건당국에 고발하거나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방법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매우 약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 전문병원들과 인터넷 포털은 보건당국과 전문병원들의 이런 행위가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인터넷 등에서 전문이라는 키워드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작지만 실력있는 중소 병·의원들의 경쟁 수단을 빼앗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이라는 용어를 소수의 전문병원들이 독점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며 “전문이라는 말을 아예 못쓰게 하기보다는 ‘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등 방식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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