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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민트병원의 자궁근종연구소] 자궁근종 치료, 무조건 적출? … 하이푸·색전술 등 보존치료 각광
  • 김재욱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대표원장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7-07-25 17:16:40
  • 수정 2017-07-27 18: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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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궁적출 OECD 국가 1위 오명 벗으려면 보존술 권유해야 … MRI 유도 하이푸는 美FDA 유일 승인

“내가 ‘빈궁마마’가 될 줄이야. 이제 여자로서 내 인생은 끝 아니냐고.” 최근 적잖은 여성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KBS2의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방송된 대사다. 드라마 속 오복녀(송옥숙)가 의사로부터 자궁근종이 너무 커 자궁적출수술을 권유받은 뒤 서럽게 울며 ‘자궁을 잃은 나는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고 외친다. 

빈궁마마는 본래 왕세자의 아내인 빈궁(嬪宮)을 높여 부르는 말이지만, 최근엔 동음이의어인 ‘빈궁’(貧宮)으로 즉 궁이 없는 여성, 즉 자궁을 적출한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의 가족 드라마에서 필터링 없이, 타인의 불행을 단순히 유머러스하게 다룬 점이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내원한 환자 중에도 이 대사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고 토로해 마음이 무거웠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 씨(42)는 근종 크기가 너무 커 6개월 전 전 자궁적출수술을 받고 정기검진을 받는 중이다. 그는 “당시 병원에서 자궁적출술을 해도 일상생활이나 부부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기에 큰 고민 없이 수술을 결심했고, 실제로도 특별히 성생활이나 일상생활이 수술 전과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한다”며 “오복녀의 대사를 들은 뒤 괜히 잘 살고 있는 여자로서의 내 삶까지 부정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여성에게 자궁은 단순 장기 이상의 여성성을 상징하는 기관으로 여겨진다. 자궁은 골반 안쪽에 조롱박 모양으로 생긴 주먹 크기의 장기로 수정란이 태아가 돼 출생할 때까지 자라는 방 역할을 한다. 질병 등으로 자궁을 적출한 뒤엔 아기를 낳을 수는 없지만 호르몬 분비 역할을 하는 난소가 건재한 이상 여성의 기능은 여전히 이어진다. 그럼에도 자궁을 들어내야 한다면 대부분 여성은 자신의 성을 박탈당하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기 마련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의사들은 자궁적출을 그리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 자궁질환은 재발이 잦은 만큼 애초에 원인을 제거하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은 자궁적출을 진행하는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의료계에서는 자궁적출수술이 암 가능성이 희박한 자궁근종에 대한 과잉진료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아주 큰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적출을 하는 것보다 보존적 치료로 이를 치료하려는 추세다. 자궁과 여성성의 실질적 상관 관계를 떠나 심적 부담감을 지워주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자궁근종은 자궁평활근에 생긴 사마귀 같은 군더더기 살로, 암과는 상관없는 양성종양이다. 10명 중 6명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암처럼 치명적이지 않지만 젊은층에서는 난임을 유발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미리 치료하는 게 유리하다. 대표적인 증상이 생리과다와 불규칙한 부정출혈(하혈)로 빈혈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궁질환 중에서도 자주 재발하는 게 특징이어서 출산을 마친 여성은 과거 자궁적출을 받는 사례가 흔했다.

다만 ‘중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궁근종 환자가 점점 젊어지는 추세이고, 만혼 등으로 초산 연령이 높아지며 비수술적, 보존적 치료의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의료과들이 협진해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을 찾아주기 위한 다학제적 접근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선호도가 높은 자궁근종 치료법이 ‘비수술적 하이푸 치료’ 또는 ‘자궁근종 색전술’ 등이다. 기존 절개수술에 비해 회복기간도 빨라 직장인, 워킹맘 등 시간에 치이는 사람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이푸는 고강도 초음파 에너지로 고열을 발생시켜 종양을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민트병원에서는 기존 초음파하이푸 대신 MRI(자기공명영상)을 보며 시술하는 ‘MR하이푸’를 시행하고 있다. MRI 유도 하이푸는 초음파하이푸와는 달리 안전성이 중요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치료법이다.

우선 MRI 영상으로 자궁근종의 정확한 위치와 부피를 파악한 뒤 고강도 집적 초음파를 조사, 근종만 타깃으로 제거한다. MRI를 통해 근종과 주변 장기의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시술 중 원하는 부위가 제대로 치료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초음파하이푸는 부위별 온도를 파악할 수 없어 자칫 온도 조절에 실패하면 주변 장기와 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는 게 단점이다.

민트병원은 일반 병원 중 유일하게 MR하이푸를 도입해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자궁근종 치료 전후엔 MRI촬영이 필수였는데, 대개 수술 전 한번 촬영하고 수술 후 다시 자리를 이동해 촬영하는 게 기본이었다. MR하이푸는 한 자리에서 모든 과정이 처리되므로 번거로움을 크게 개선했다.

자궁근종 색전술의 경우 하이푸를 적용하기 애매한 위치에 근종이 자란 경우 고려해볼 수 있는 치료옵션이다. 자궁근종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괴사시키는 원리를 쓴다. 2㎜ 굵기 정도로 가느다란 카테터를 주입, 근종으로 이어지는 혈관을 색전제로 차단한다. 이때 근종이 쪼그라들어 크기가 줄면서 증상도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여러 형태의 근종이 복합적으로 있는 다발성 근종, 10~12㎝ 이상 큰 근종도 색전술을 적용하면 한번 시술로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이들 비수술적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한가지 치료법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자궁근종의 크기·개수·상태뿐만 아니라 환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해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활용할 수 있어야 올바른 치료라 할 수 있다.

김재욱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대표원장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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