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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실손보험료 인하 불똥에 개원가 ‘한숨’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7-06 10:22:24
  • 수정 2020-09-13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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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업계 “비급여, 보험료 상승 원인” … 도수치료 등 통제시 정형외과 수익감소 우려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도수치료는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가 최소 1만원에서 최대 30만원으로 30배나 차이나는 실정이다.

지난달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확대해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자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료 인상 원인이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에 있으므로 보험료 인하보다 비급여 통제 및 과잉진료 억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보험업계 회유 및 과잉진료 개선을 위해 도수치료를 포함한 비급여진료 통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의료계도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보험업계 요구대로 비급여 진료비가 전면 공개되고 표준화(코드화)되면 비급여로 수익을 올려왔던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가정의학과 개원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질병이나 상해 항목을 늘려 민간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건보 보장 확대로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줄어드는 만큼 민간보험료를 인하해 사회에 환원시키겠다는 논리다. 실손보험료를 전년 대비 25% 이상 올릴 수 없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국정위는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2013년부터 올해까지 실손보험을 파는 보험사가 건강보험 보장 확대로 1조5000억원의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국정위에 따르면 정부가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를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면서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그만큼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악화를 이유로 해마다 실손보험료를 큰 폭으로 올려왔다. 지난해엔 생명보험사가 평균 19.3%, 손해보험사는 17.8% 보험료를 인상했으며 올해에도 롯데손해보험(32.8%)·현대해상(26.9%)·KB손해보험(26.1%)·메리츠화재(25.6%) 등이 실손보험료를 올렸다.

실손보험은 환자의 본인부담금(평일 외래진료 기준 30%)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전해주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이 ‘제2국민건강보험’으로 인정할 정도로 가입자를 늘려가며 양적 성장을 해왔지만 과잉진료 및 과다청구, 보험사 경영 악화, 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이 반복되며 골칫거리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2014년 기준 전체 가입자 3200만명 중 2500만명은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을 한 번도 타간 적이 없다. 가입자의 20%만이 의료쇼핑 등으로 보험금을 타가는 상황에서 가입자가 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인 손해율은 2011년 109.9%에서 2015년 124.2%로 올랐다. 실손보험 적자가 누적되자 보험사들은 일제히 보험료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보험업계는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방안이 ‘실손보험 체계가 지닌 허점의 본질을 짚지 못한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부문에서 빈번한 의료쇼핑 관행을 잡지 못한 채 보험료만 내리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보험사들은 정부 발표와 달리 반사이익이 보험사가 아닌 의료계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급여 항목의 진료수가가 낮다보니 병원들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추가하거나, 기존 비급여 항목의 진료 횟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손해를 벌충하려 하고 있다”며 “보험사 입장에선 나가는 돈이 갈수록 많아져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실손보험료 인하를 위한 선결 과제로 비급여진료 통제에 나설 전망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들이 미가입 환자보다 과잉진료를 받고 있다”며 “실손보험 가입자와 미가입자 간 급격한 차이가 나는 진료항목부터 조사해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실손보험료 인하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새 정부가 보험업계를 상대로 보험료 인하라는 ‘채찍’과 비급여 통제라는 ‘당근’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진료비 공개 대상이 병원급 이상(진료과 4개 이상, 병상 30개 이상)으로 한정한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이 2011∼2014년 진료비 구성 비율을 분석한 결과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비급여 의료비 비중이 높았다. 상급종합병원의 실손보험 비급여 의료비 비중은 30.7%에 그친 반면 일반병원은 41.2%, 의원은 52.3%로 조사됐다. 

정부의 비급여 통제 첫번째 타깃은 도수치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수치료는 손으로 틀어진 척추와 관절을 바로잡아 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다.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는 1회당 최소 1만~2만원에서 최대 20만~30만원선으로 크게 차이난다. 2015년엔 어깨통증 치료를 명목으로 1년간 177건의 도수치료를 받고 3891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보험업계로부터 실손보험료 인상의 ‘원흉’으로 지목된 개원가는 숨죽인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비급여 통제를 최우선 목표로 발표하자 의료계 곳곳에선 ‘좋은 시절 다갔다’는 불만도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S정형외과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애초에 상품설계를 잘못해 놓고 이제 와서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생명과 직결된 진료 행위는 급여화되는 게 맞지만 도수치료, 영양주사, 미용치료 등은 어디까지나 환자의 선택사항인데 이것마저 통제한다면 개원가 보고 굶어죽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비급여를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보험업계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보험업계는 마치 비급여를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치부하는데, 비용효과성이 낮아 급여 항목에 등재되지 않았을 뿐 안전성과 유효성은 충분히 입증됐다”며 “환자들도 분명히 득이 된다고 판단해 비급여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가 권하면 거의 따르는 국내 의료현실에서 환자가 비급여치료의 유효성을 인지하고 병원 측의 치료에 따른다는 주장엔 이견의 여지가 많다.

일부 개원가에선 보건당국이 조만간 도수치료 등 비급여 건수가 많은 병·의원을 중심으로 전수조사를 펼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들은 현행 의료법에 근거해 이미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비를 상세히 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급까지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의료현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단순하게 형식적인 가격만 비교하는 형태의 비급여 공개는 환자의 올바른 의료선택권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저수가 개선 없이 무조건 비급여만 통제한다면 수익구조가 악화된 병원들이 또다른 비급여 진료에 집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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