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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속삭이는 소리 안들려도 난청? … 하루 2시간 이어폰, 귀건강 망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6-26 09:23:29
  • 수정 2020-09-13 16: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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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성인 37% 최소난청, 이명 동반 … 업무·수업중 음악청취, 집중력 향상은 ‘낭설’
현행 귀 검진 시스템은 35㏈ 소리가 들리는지 여부만 판단하므로 청소년의 최소난청을 제대로 진단하기 어렵다.
청소년 대부분이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음향기기를 사용하면서 난청 발생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교생 중 25만명 정도가 소음성난청 위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엔 속삭이는 소리만 잘 들리지 않는 ‘최소난청’ 단계에 머물다가 점차 소음성난청으로 악화되는데, 진단이 늦고 사회활동이 왕성한 시기인 20~30대에 난청 증상이 본격적으로 발병하므로 사회적 손실도 큰 편이다.

지금까지는 청각역치(피검자가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 값이 26~40㏈을 경도난청, 41~55㏈은 중도난청, 56~70㏈은 중고도난청, 71~90㏈을 고도난청으로 분류했으며 25㏈ 이하는 정상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일반적인 소리는 잘 듣지만 속삭이는 말소리나 중저음톤만 잘 듣지 못하는 최소난청(청각역치 15㏈)이라는 개념이 정립되면서 청소년기 난청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비인후과학회 통계결과 국내 전체 성인의 10명 중 3.7명이 최소난청에 해당됐으며, 전체 환자의 13%는 청력저하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들 환자 중 22.9%는 이명까지 동반돼 삶이 질이 급격히 저하됐다. 
조양선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고령화사회 진입 및 빈번한 개인 음향기기 사용의 영향으로 최소난청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당장의 증상은 양호한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중증 난청으로 악화돼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 가급적 빨리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난청은 보통 크기의 말소리 청취에도 불편을 느끼는 탓에 바로 의료진을 찾거나 보청기를 활용해 청각재활을 받는다. 하지만 최소난청은 아직 개념조차 생소한 데다 사회적 관심이 부족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실제로 최소난청 환자 중 보청기 등 청력보조장치를 사용하는 비율은 0.47%에 불과하다. 

최소난청을 방치하면 전음성·감각신경성 난청으로넘어간다. 전음성난청은 외이·고막·중이 등 소리를 전달하는 기관의 장애로 음파가 전달되지 않아 발생한다. 감각신경성은 소리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청신경과 중추신경 이상으로 발생하는 난청이다. 드문 확률로 두 난청이 함께 발생하는 것을 혼합성난청이라고 한다.

전음성·감각신경성 난청 단계에선 속삭이는 소리 외에도 일반적인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리지 않고 비행기를 타거나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처럼 귀가 멍멍한 느낌이 든다. 귀를 후비거나, 하품하거나, 귀에 바람을 넣어 봐도 순간적인 증상이 호전될 뿐 금세 귀가 멍멍해진다. 이로 인해 TV나 휴대폰 볼륨을 자꾸 키우게 되고, 주변이 시끄러운 장소에선 말소리가 잘 구분되지 않아 자꾸 되묻는다. 결국 사람과 대화할 때 불안감을 느껴 대화 자체를 회피하거나, 우울증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최소난청 및 소음성난청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 것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영향이 크다”며 “지나치게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것이 당장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여도 소음이 누적되면 난청이 서서히 진행돼 남들보다 빨리 난청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난청을 제 때 발견 못하고 치료 및 재활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학습진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학생이나 젊은층은 공부 또는 업무 중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집중이 잘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과 다르다. 양쪽 귀 바로 위쪽 부위엔 언어중추가 있는 뇌 측두엽이 존재한다. 측두엽과 가까운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언어중추가 음악소리에 자극받고, 학습내용은 기억에 잘 남지 않게 된다. 
대뇌피질은 전두엽·측두엽·두정엽·후두엽 등 크게 4개 영역으로 나뉘는데 측두엽은 기억력과 청각을 담당한다. 같은 뇌 영역을 동시에 쓰면 뇌에 과부하가 걸려 이론적으로는 음악듣기가 고난도 학습이나 업무에 방해된다는 게 뇌 과학자들의 압도적인 견해다.

난청은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만큼 사회적 손실도 크다. 이비인후과학회는 소아청소년기에 경도 및 중등도 난청이 발생할 경우 332억~726억원의 사회적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귀 검진시스템으로는 난청을 조기에 진단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후 고등학교 졸업까지 총 네 번의 귀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최소난청을 진단하려면 다양한 주파수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현재 1000㎐의 단일주파수에서 35㏈에 대한 소리가 들리는지 아닌지만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청소년은 청각이 100% 완성되지 않고 예민해 단순 검사만으로는 난청을 정확히 진단하기 힘들다. 청소년 난청을 조기에 진단하려면 성인보다 높은 진단기준을 토대로 방음부스 등이 설치된 장소에서 체계적인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난청을 예방하려면 이어폰 같은 음향기기의 사용 시간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착용하지 않도록 하고, 볼륨을 최대의 6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대중교통 등 주변이 시끄러운 장소에선 볼륨을 높일 가능성이 있어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이어폰을 착용할 때 소리 탓에에 귀가 아픈 것은 난청 초기 증상이므로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조 교수는 “한 번 잃어버린 청각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초등학교 입학 뒤 적어도 3년 단위로 청력 검진을 받아 난청을 예방 및 조기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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