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회사가 개발한 줄기세포치료제 4종 가운데 메디포스트의 골관절염치료제인 ‘카티스템’가 단계적으로 사업성과를 이뤄가고 있는 반면 안트로젠의 크론성누공치료제 ‘큐피스템’, 파미셀의 급성심근경색 환자 좌심실구혈률개선제인 ‘하티셀그램-AMI’, 코아스템의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치료제 ‘뉴로나타-알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은 동종제대혈유래 중간엽기질세포(mesenchymal stem cell, MSC)와 히알루론산나트륨 복합체로 동종세포를 활용하므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국내 골관절염 환자 100여명이 참여한 3상 임상연구를 최근까지 추적관찰한 결과 1회 시술 후 통증개선·연골재생 등 효과가 5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티스템은 지난해 1.5㎖ 바이알(vial) 기준 연간 판매량이 1770건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2억원으로 30% 이상 성장했으며, 2012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이후 올해 초 누적판매량은 5000건을 돌파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치료비가 500만~800만원으로 가격 부담이 큰 편이다. 바이알당 약 400만~500만원인데 연골 결손 부위 면적에 따라 최대 3바이알까지 투여한다.
메디포스트는 이달 안에 2년간 진행된 미국 임상 1·2상을 완료하고, 연내 일본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 현지 정부에 국내 임상 1~3상 결과와 시판 후 치료사례를 바탕으로 약 1년간 가교임상을 한 번만 수행하고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트로젠의 큐피스템은 자가지방유래 중간엽기질세포로 만든 크론성누공치료제로 2012년 1월 카티스템과 동시에 시판허가를 받았으며, 2014년 1월 급여목록에 등재했다. 출시된 전세계 줄기세포치료제 중 유일하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급여가는 1㎖ 바이알당 1349만원으로 환자는 이 중 10%를 부담하면 된다.
큐피스템은 재발위험이 높은 국내 크론성누공 환자 총 43명을 대상으로 2년간 진행된 임상 2상 연구에서 27명이 1회 투여만으로 치료 8주째에 완전관해(누공이 100% 막힘)에 도달했다. 12개월 동안 27명 중 23명은 완전관해가 지속됐으며, 3명에서 재발이 발생했다. 24개월까지 추적관잘한 결과 20명은 완전관해를 유지했으며, 4명에서 재발이 일어났다.
임상을 시작할 때 환자 총 43명이 등록됐지만 2년간 유효성 평가에 포함된 환자는 총 24명으로 중도에 치료포기, 추적관찰하는 동안 임상데이터 누락 등을 이유로 결과분석에서 제외됐다. 치료제 관련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조영범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팀이 분석한 관련 연구결과는 2015년 5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인 ‘줄기세포의학(Stem Cells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됐다.
큐피스템은 크론성누공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근본적 치료가 가능한 기술로 인정받았지만 보건복지부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액이 15억원에 불과하다. 급여목록에 등재하기 전까지는 매출이 거의 전무했다. 크론성누공은 희귀난치성 염증성장질환인 크론병으로 대장과 항문 주위에 구멍이 생기는 병으로 회사가 국내 환자 수를 약 5000~6000명으로 추정한 것에 비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는 관상동맥성형술을 받은 후 재관류된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좌심실구혈률(LVEF) 향상을 적응증으로 갖고 있다.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줄기세포치료제로 자가골수유래 중간엽기질세포로 만든다. 좌심실구혈률은 심장에 들어온 피를 대동맥으로 내보내는 비율(심장박출률)을 뜻한다.
하티셀그램은 2011년 7월 시판 후 6년간 600례 이상 임상자료를 제출해 안전성을 재심사하는 조건으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파미셀은 식약처 중앙약심위원회에 시장 상황을 감안해 증례 수를 60건으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오는 6월 30일까지 회사의 제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품목허가 취소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하티셀그램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투여비가 1800만원으로 비싸며, 출시 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액은 87억6600만원으로 연평균 매출이 약 14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하티셀그램은 관상동맥성형술 중 발생한 혈관손상을 치료해 심기능을 개선한다는 게 이 회사의 주장이다. 국내 임상연구 결과 하티셀그램 투여군(30명)은 심근단층영상(SPECT) 기준 치료 6개월째에 좌심실구혈률이 5.9%p 상승한 반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대조군(29명)은 1.76%p 오르는 데 그쳤다. 파미셀은 2013년 10월부터 환자 135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이며, 연구는 내년 12월 종료될 예정이다.
코아스템의 뉴로나타-알은 자가골수유래 중간엽기질세포로 만든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치료제로 운동신경세포의 사멸을 방지하고 신경염증을 완화해 질환 진행을 지연한다. 4주 간격으로 2회 리루졸(riluzole)과 병용투여하며, 초기 환자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연구결과 뉴로나타·리루졸 병용투여군(32명)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기능평가척도(ALSFRS-R, ALS Functional Rating Scale-Revised) 기준 신체기능이 리루졸 단독투여군(27명) 72.9%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뉴로나타·리루졸 병용투여군은 ALSFRS-R 점수가 1.69점 감소한 반면 리루졸 단독투여군은 4.67점 떨어졌다.
ALSFRS-R은 신체기능을 0~48점으로 점수화하며, 점수가 낮을수록 증상이 심한 것을 의미한다. 뉴로나타 임상 2상에는 ALSFRS-R이 31~46점인 환자가 참여했다.
뉴로나타는 임상 2상을 마친 후 2014년 7월 허가받았으며, 치료비가 6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50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루게릭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고 진행을 지연하는 데 그쳐 일부 환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에 비해 효과가 적다며 치료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 줄기세포치료제는 공통적으로 임상연구 규모가 작아 추가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가 필요하고, 치료비가 비싸 수요가 예상보다 적다는 평가다. 더 정교한 임상연구를 진행해 의료진으로부터 신뢰도를 쌓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출시된 줄기세포치료제 6개 중 4개가 국내산 … 아직 美 FDA 허가 품목 없어
줄기세포치료제는 기전상 손상된 조직을 되살리는 근본적 치료가 가능해 재생의학으로 분류된다.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각국 정부는 조건부 신속허가(Fast Track)제를 운영해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시판허가를 받은 줄기세포치료제는 전세계에서 총 6개뿐이며, 이 중 4개가 국내 제품으로 정부가 빠른 출시를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치료제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심사를 통과한 품목은 아직 없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세계 줄기세포 시장 규모가 2013년 400억달러(약 44조7280억원)에서 연평균 24.1%씩 급성장해 내년에는 1177억달러(약 131조6121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시장 가치에 비해 국내 기준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품목은 전무한 상황이다.
2012년 3월 국제 의과학저널 ‘네이처메디슨(Nature Medicine)’은 “한국은 동료연구진 평가(peer review) 데이터가 부족함에도 줄기세포치료제를 허가해준다”며 “식약처 관계자는 국제 기준에 따라 심사했다고 주장하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허가절차가 너무 성급하다며 우려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관련 정보는 중요한 검증절차라 할 수 있는 동료평가 논문은 거의 없고 정부 부처가 내보낸 홍보성 기사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산업 발전을 해외가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이 기사에 공감을 표했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분자생물학 교수(전 한국줄기세포학회장)는 “산업적 효율성과 환자가 얻는 효과는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투명하고 합리적 허가절차를 통과한 제품만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로 어설픈 제품을 빨리 출시하면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앞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며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환자와 국민”이라고 설명했다.
시판허가를 받은 나머지 해외 2개 제품은 캐나다 오시리스(Osiris)의 이식편대숙주질환(Graft-versus-host disease, GVHD)치료제인 ‘프로키말(Prochymal, 2012년 5월 캐나다·뉴질랜드 및 2015년 9월 일본 상품명 ‘템셀’로 허가)’과 이탈리아 키에시(Chiesi)의 중증 각막손상 치료제인 ‘홀로클라(Holoclar, 2015년 2월 유럽연합 조건부 허가)이다.
프로키말은 동종골수유래 중간엽기질세포치료제로, 홀로클라는 자가각막상피유래 줄기세포치료제로 분류된다. 홀로클라는 어느 정도 분화가 끝난 상피줄기세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줄기세포치료제와 차이가 있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골수 또는 조혈모세포 이식, 수혈 후 이식된 성숙한 T림프구가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숙주, 이식받은 사람)의 세포를 외부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면역질환이다.
프로키말은 일본 JCR파마가 2003년 오시리스에 기술수출한 품목으로 2013년 캐나다 오시리스가 호주 메소블라스트(Mesoblast)에 세포치료제 사업을 1억달러(약 1118억원)에 매각하면서 ‘템셀(TEMCELL, 개발명 MSC-100-IV)’이란 상품명으로 재탄생했다. JCR파마는 2015년 9월 일본에서 템셀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메소블라스트는 2015년 9월 일본 JCR파마슈티컬즈로부터 템셀 관련 기술을 이전받고 일본·중국 외 시장 판권을 확보했다. 템셀은 스테로이드제 치료에 실패한 소아 이식편대숙주질환자 241명을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연구 결과 투여 28일째 전반적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이 65%였으며,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 중 82%는 100일째까지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템셀은 2상 임상연구 결과를 근거로 지난 3월 FDA 신속허가 대상으로 지정돼 미국에서 시판승인을 받은 첫 줄기세포치료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속허가 절차를 밟으면 우선심사를 받고, 검토 기간이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돼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메소블라스트는 FDA 조건부 허가를 목표로 환자 60명 대상 오픈라벨 방식의 템셀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줄기세포란?
줄기세포(stem cell)는 스스로 증식하는 재생 능력과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하는 다분화 능력을 가진 원시단계의 세포로 모(母)세포라 불린다. 크게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로, 역분화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성체줄기세포는 발생이 끝난 태반이나 성인에서 얻어 윤리적, 비용적인 이유로 임상연구가 활발하다.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지만 난자와 체세포 핵이식이 필요해 안전성과 윤리적인 문제로 연구가 더딘 편이다.
성체줄기세포는 골수·지방·말초혈액 등 조직의 분화된 세포 사이에서 발견되는 미분화세포로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없다. 중간엽기질세포(MSC)와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 HSC)로 나뉜다.
중간엽기질세포는 줄기세포치료제 중 기업이 연구개발을 가장 활발히 하는 분야로 골모세포(osteoblast)·연골모세포(chondroblast)·근육모세포(myoblast)·신경세포(nerve cell) 등 비교적 다양하게 분화한다. 조혈모세포처럼 골수의 주요 성분을 재생하는 효과가 크지 않고 손상부위에 생리활성물질을 분비해 조직 재생을 위한 미세환경을 조성하는 게 주된 기능으로 알려져 있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에 한해 분화해 줄기세포치료제로 분류하지 않는다. FDA 허가를 받은 품목이 여러 개 있으며, 백혈병 치료 등 임상에 많이 쓰이고 있다.
역분화줄기세포(iPS)는 2012년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iPS세포연구소장이 발견했다. 일반 체세포를 미분화 상태로 역분화해 배아줄기세포처럼 전분화능을 갖고 있다. 야마나카 교수는 2014년 9월 역분화줄기세포를 임상시험에 처음 적용했다. 노인황반변성(AMD) 환자에 역분화줄기세포를 시술해 눈조직을 대체한 결과 시력은 개선되지 않았지만 질병 진행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 3월 국제 의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