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성분명 토노젠콘셀, Tonogenconcel)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약제 비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등재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증권가는 이 약의 도즈(1회 주사량)당 국내 가격을 400만~5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지원되면 환자는 급여가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새로운 기전의 혁신신약(first in class)이어서 장기간 임상연구 데이터가 부족하고, 기존 약과 경제성(비용 대비 효과)을 비교 평가하기 어려워 급여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보사는 세계 첫 퇴행생관절염 동종세포 유전자치료제로 통증과 관절기능을 개선하고 관절구조 퇴행을 지연한다. 24개월간 진행된 미국 2상 임상연구 결과 무릎관절에 1회 주사투여 후 효과가 2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약은 무릎연골 부위에 주사하고 나서 30분~1시간 고정한 후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해 기존 세포치료제와 달리 수술 과정이 필요 없어 투여가 간편한다. 다른 약물치료에 실패하거나 수술하기 어려운 초·중기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퇴행성관절염 환자 수는 총 500만명으로 이 중 인보사의 주요 소비자층인 2~3기 관절염 환자 수는 약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약은 지난해 코오롱이 11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총 약 5000억원(457억엔) 규모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모았다. 계약금 약 273억원(25억엔)과 인보사의 일본 내 임상개발·허가·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가 최대 4716억원(432억엔) 포함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제품 출시 후엔 두 자릿수 %의 판매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이 약은 일본 임상 2·3상을 거쳐 2023년에 현지 발매될 예정이다.
인보사 국내 출시는 1998년 11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이 약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업성 검토 보고서 결과를 뒤집고 과감히 도전한 지 19년 만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2013년 8월 국내 임상 3상 진입을 허가받은 후 1년 만에 충정북도 충주에 생산공장을 완공해 판매허가를 받는대로 대량생산할 체계를 갖췄다. 최근에는 한국먼디파마와 국내 마케팅·영업 파트너십을 맺었다.
인보사는 레트로바이러스 전달체를 활용해 연골세포성장인자인 변환성장인자-베타1(TGF-β1, Transforming growth factor-beta1) 유전자를 연골세포 유전자에 도입한 형질전환 연골세포를 방사선 처리한 것(hChonJb#7)과 정상 연골세포(hChonJ) 두 가지가 1대 3으로 혼합됐다.
이 약을 관절강에 주사하면 형질전환 연골세포는 TGF-β1을 분비해 백혈구의 한 종류인 단핵구를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M2대식세포로 활성화하고, 연골재생을 돕는다. 정상 연골세포는 연골조직에 부착된다. 즉 연골 내 면역균형을 유지해 염증을 유발하는 M1대식세포가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tumor necrosis factor-alpha), 인터루킨-1(IL-1) 등을 분비하는 작용을 촉진해 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차단한다.
인보사는 국내 환자 163명을 대상으로 12개월간 진행된 3상 임상결과 1차 평가변수인 무릎 통증·기능성·활동성지수(IKDC, International Knee Documentation Committee,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 개선) 향상 폭이 15.1점(투여 전 40.3점에서 치료 12개월 후 55.4점으로 증가)으로 위약군 5점(39.6점에서 44.6점으로 증가) 대비 약 3배 컸다.
인보사 투여군의 통증시각척도(VAS, visual analog scale, 0~100점, 점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가 감소한 정도는 24.5점으로 위약군 0.3점에 비해 개선됐다. 2차 평가변수 중 하나인 골관절염증상지수(WOMAC, Western Ontario and McMaster Universities Osteoarthritis Index)는 투여 전 대비 13.9점 줄어 위약군의 6.2점보다 2배가량 호전됐다.
인보사의 흔한 이상반응은 관절내 주입과 관련돼 있었다. 심각한 부작용은 2건으로 한 환자에서 관절통(arthralgia)과 관절종창(joint swelling)이 나타났는데 조치한 결과 10일 안에 사라졌다.
연구결과는 2016년 국제연골재생학회(ICRS, International Cartilage Repair Society)에서 소개됐다.
코오롱은 인보사에 대해 퇴행성관절염 증상을 지속적으로 억제하고 관절의 구조변화를 멈추거나 늦춰 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을 의미하는 디모드(disease-modifying osteoarthritis drug, DMOAD)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승인을 받는 게 목표다.
이웅열 회장은 인보사 사업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1999년 미국에 먼저 바이오 부문 자회사 티슈진을 설립했다. 이듬해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을 세우고 2001년부터 관련 기술특허 취득, 임상일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해왔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최근 미국에서 임상 2상을 마쳤으며,2022년 현지 발매를 목표로 연내 임상 3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3상 임상은 미국 환자 약 1020명을 대상으로 24개월간 위약대조, 이중맹검, 무작위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 퇴행성관절염 치료법으로는 뭐가 있나
퇴행성관절염은 관절 연골이 소실되거나 퇴행성 변화로 국소적인 염증과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초기 단계는 통증은 있지만 보행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진통소염제인 한국화이자제약의 ‘쎄레브렉스’(성분명 세레콕시브, celecoxib), 히알루론산 제제인 한미약품의 ‘히알루마’(성분명 히알루론산나트륨, sodium hyaluronate), 물리치료 등이 활용된다. 연골이 많이 소실된 중·말기 환자는 심한 통증과 보행장애를 겪는다. 이들 환자에는 연골재생을 촉진하는 자가세포치료제인 세원셀론텍의 ‘콘드론’, 줄기세포치료제인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 등을 주입하거나, 인공관절수술 또는 미세천공술을 시행한다.
히알루론산 제제는 관절액(활액)과 연골의 주성분으로 관절액의 점성과 탄성을 높이고 연골 표면을 보호한다. 비교적 안전해 스테로이드제와 달리 유지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질병 진행억제 효과는 약하다는 게 주된 평가다. 보통 6개월 주기로 주사투여하는데 히알루마 등 대부분 제품은 1주 간격으로 3회 연속 투여해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2014년 LG화학이 출시한 신제품 ‘시노비안’(성분명 BDDE 가교 히알루론산 나트륨, BDDE cross-linked sodium hyaluronate)은 약물 반감기를 늘려 6개월 이상 간격을 두고 1회 투여한다.
콘드론은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는 자가세포치료제로 대량생산이 어렵고 수술을 두 번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배양한 연골세포와 생체적합성 천연접착물질인 피브린글루를 혼합한 젤 형태다. 2001년 1월 국내 생명공학 의약품 1호로 허가받았으며, 50세 미만 환자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급여가는 1회 시술(imp)당 약 654만원이다.
카티스템은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와 히알루론산나트륨 복합체로 동종세포를 활용하므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국내 3상 임상연구를 최근까지 추적관찰한 결과 1회 시술 후 통증개선·연골재생 등 효과가 5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치료비가 500만~800만원으로 비싸다. 1바이알(vial)당 약 400만~500만원인데 연골 결손 부위 면적에 따라 최대 3바이알까지 투여하므로 가격 부담이 큰 편이다.
인공관절수술은 1회 수술 비용인 250만~300만원으로 싸지만 염증이 생기면 치료하기 까다롭고 계속 쓰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미세천공술은 뼈에 작은 구멍을 내 골수가 흘러나오도록 하고 골수 내 줄기세포가 연골을 재생하도록 유도한다. 나이가 많거나 손상부위가 크면 효과가 줄어드는 게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