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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직장맘, 짬내기 어려운 태교 … ‘스트레스 관리’가 최우선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7-04-04 20:35:21
  • 수정 2020-09-13 16: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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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르트 효과’ 제한적, ‘수학·영어 태교’ 무용 … 스트레스호르몬 과도 분비 막아야
태교는 인간의 운명이 태아 시절의 영양, 스트레스, 산모의 생활습관 등에 영향받는다는 후생유전학적 관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남들보다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아기를 만나기 위해 엄마들은 태교에 주력한다. 태아의 성향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의 컨디션으로부터도 영향받는다는 미국 피츠버그대의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1997년 ‘네이처’에 인간의 지능지수(IQ)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 역할 비율이 48%이고, 태내 환경이 52%를 차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임산부가 좋은 환경에서 기분 좋은 생활을 한다면 호르몬 분비가 원활해져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요체다.

박문일 동탄제일병원 원장은 “태아는 뇌세포가 조직화되는 임신 5~6개월(24~26주)부터 오감이 발달돼 모체가 감지하는 것을 느끼고 영향받는다”며 “태교는 엄마기 지켜야 할 특정 실천행위뿐만 아니라 엄마가 보고 느끼는 주변 환경까지 포함해 산모가 편안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남편 등 가족이 배려해주는 일체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태교는 후생유전학(epigenetics)적 관점에서도 설득력을 갖는다. 후생유전학은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음식,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소가 DNA를 변형시켜 질병 발생과 연관되고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주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중 산모 시절 먹은 음식에 따라 자녀의 질병이 결정된다는 ‘태아 재프로그램(fetal reprograming)’이라는 개념도 있다. 

태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생활습관, 먹는 음식, 감정상태 등이다. 모차르트의 클래식을 듣는다든지,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는다든지, 수학문제를 푸는 행동 등은 필수적인 게 아니다.  

클래식 음악 듣는다고 머리 좋아진다? … 좋아하는 음악 같이 듣는게 더 유리

임신 후 산모들은 평소 듣지 않는 클래식 음악을 구태여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악을 듣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청각은 태아의 감각기관 중 가장 먼저 발달한다”며 “이때 좋은 음악, 자연의 소리, 상냥한 엄마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주면 태아의 정서적인 안정은 물론 소리를 통한 감각자극으로 두뇌 발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교는 아이와 엄마가 상호교류해야 효과를 낸다. 엄마가 본래 클래식을 좋아하면 모를까, 아무런 관심이 없지만 아이에게 좋다니까 음악을 틀어놓고 다른 볼일을 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을 아이와 같이 듣는 게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산모가 클래식 음악이 머리를 좋게 만들어준다고 억지로 듣는 것은 1993년 프란시스 라우셔(Frances Rauscher)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이 처음 제기한 ‘모차르트 효과’에 기인한다. 현재는 과학계에서 거의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순수하고 단순해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과 비교할 때 뇌의 창조력과 관련된 부위를 강력하게 자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쪽은 모차르트 효과가 일종의 정서적 각성일 뿐이며 이를 머리가 좋아지는 것으로 착각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1999년 미국 애팔래치안주립대 연구팀은 고전음악을 들은 뒤 기분이 좋아졌다는 일반적인 느낌 외에 지능이 좋아졌다는 증거는 없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여러 실험 결과 모차르트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학문제 억지로 풀 필요 없어 … 태아는 ‘전혀 몰라요’

최근 유행하는 수학태교·영어태교도 쓸데없는 노력이다. 일명 ‘수포자(수학 공부를 포기한 학생)’를 막기 위해 태아가 수학과 친해지도록 고등학교 이후 덮어둔 ‘수학의 정석’을 꺼내는 산모가 종종 있다. 김 교수는 “아직까지 수학 태교나 영어 태교와 같은 학습 태교가 아이의 두뇌 발달과 영어 능력 향상을 돕는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모체와 태아 사이는 양수로 경계를 이루고 있다. 양자를 이어주는 게 하나의 탯줄이다. 탯줄 속에는 세 줄의 혈관이 있으나 신경은 없어 임산부가 아무리 수학문제를 연구하고 고민하며 풀어도 그런 성취가 태아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산모의 ‘심신평화’ … 스트레스 관리만 잘해도 ‘성공’

태교의 최대 적은 ‘스트레스’다. 태교가 과도하거나, 관련된 걱정이 지나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요즘엔 맘카페 등 다양한 SNS로 엄마들의 정보교류가 활발해지며 ‘태교 홍수’의 시대가 됐다. 이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맘 등은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손놓고 있는 것 아닌가’하고 불안해하거나 조급해한다. 

임산부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최고의 태교는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다.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액 내로 증가한 아드레날린·코티솔 등 스트레스호르몬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해져 아이도 똑같은 긴장감과 흥분 상태를 유발한다. 

다만 가벼운 운동으로 가해지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도움이 된다.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적절한 코티솔은 태아의 폐 성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며 “운동이나 태담 등 외부적인 자극이 태아의 신체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스트레스호르몬이 과도하면 엄마의 자궁수축을 일으켜 태아에게 전해지는 혈액이 줄어든다. 이때 태아는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스위치를 꺼버려 자라서 스트레스에 취약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혈류량이 감소하면 산소와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며 발달 중인 태아의 뇌기능에도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치여 사는 일상이지만 임신부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돼 마음에 여유를 찾되 약간의 자극은 태아에게 긍정적이라는 게 태교의 키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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