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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사랑의 묘약’ 도파민, 사회지도층 권력남용·갑질의 원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3-31 06:52:28
  • 수정 2020-09-13 16: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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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조절·욕망·쾌락 조절 기능, 연애·마약중독 때와 뇌활동 비슷
도파민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촉진되면 공감능력이 상실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권력 남용이나 갑질로 이어질 수 있다.
흔히 사랑에 빠지면 심장이 먼저 뛴다고 하지만 실제 사랑은 뇌에서 시작된다. 뇌는 수백 억~수천 억 개에 이르는 무수한 신경세포가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된 형태를 이룬다. 수많은 신경세포간 정보 교신을 담당하는 주역이 신경전달물질이다. 세포핵과 인저한 소포체(ribosome)에서 합성된 신경전달물질이 신경세포 사이의 전깃줄을 통해 시각정보나 감각정보를 전달하면 생각이나 행동을 지배하는 반응이 나타난다.

사랑에 빠지거나, 격한 감동을 느끼거나, 지적인 희열에 잠기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dopamine) 덕분이다. 이 호르몬은 중뇌 흑질 선조체에서 만들어져 쾌감이나 즐거움에 관련된 신호를 전달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식욕·성욕·예술가적 기질을 자극하는 일종의 생체친화적 각성제로 ‘신이 선사한 마약’, ‘사랑의 묘약’, ‘사랑과 창조의 호르몬’ 등의 별칭으로 불린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분석한 결과 인체에서 사랑의 감정이 가장 많이 솟아오르는 장소는 뇌 가장 깊숙한 중심부에 위치한 미상핵”이라며 “이 부위엔 도파민 수용체가 다량 존재하는데, 사랑에 빠지면 도파민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미상핵 활동이 두드러지고 기분이 급속도로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도파민은 또 보행 등 운동조절, 감정과 동기 부여, 욕망과 쾌락, 인식과 학습 등에 영향을 미친다. 과도하게 분비되면 조울증이나 조현증(정신분열증)의 원인이 되고 분비량이 줄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제대로 움직이거나 감정표현을 못하는 파킨슨병에 걸리게 된다.
학습과 일의 능률을 높여주기도 한다. 성취를 통한 쾌감은 도파민 분비를 높이고 이는 곧 동기 부여와 자기 개발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가장 강력한 천연 각성제로도 꼽힌다. 통증을 잊기 위해 복용하는 진통제는 정상치의 수십 배에 달하는 도파민을 일시적으로 방출해 통증을 잊게 만드는 원리로 작용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 연구팀이 fMRI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뇌 변화를 관찰한 결과 처음엔 대뇌 미상핵 부분, 기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땐 대뇌 측좌핵이 활성화되면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흥이 없는 음악을 들었을 땐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았다.

도파민은 보상심리를 유도해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당장의 만족을 좇아 엉뚱한 행동을 하게 하거나 장기적인 이익을 포기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낸다. 도박으로 큰돈을 획득하거나 마약을 흡입해 극도의 쾌감이 느껴지는 순간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 짧은 순간 뇌는 도파민을 기억하고 계속해서 강한 쾌감을 얻고자 하는 충동에 노출된다. 실제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비슷한 활동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관계를 할 때 느끼는 오르가슴도 도파민의 대량 분비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나친 권력욕과 갑질도 도파민 과다분비가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권력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도파민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촉진되면 공감능력이 상실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오직 목표 달성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도파민과 반대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은 글루타메이트(glutamate)다. 이 물질은 불쾌한 기억과 주로 연관된다. 모든 사람에겐 공포감을 주는 특정 요인이 있다. 누구는 고양이, 또는 높은 건물의 난간 위, 아니면 물이나 불 등에 공포심을 느낀다. 이처럼 사람마다 다르게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공포감을 ‘공포증’이라고 한다. 글루타메이트는 이런 공포증을 유발하는 데 일조하며 사고 현장이나 전쟁터에서 느낀 극한의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측된다. 

도파민이 기쁨과 쾌감을 준다면 세로토닌(serotonin)은 ‘조정호르몬’이라는 별명처럼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거나 가라앉는 것을 조절해 평상심을 유지고 충동을 제어한다. 이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관련 수용체에서 빨리 소실되거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우울증·불안·스트레스성폭식·충동장애·강박증·알코올중독·게임중독·공황장애·생리전증후군 등에 걸리기 쉽다. 잦은 충동적 폭력,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뇌내 세로토닌 농도가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해진다는 이유로 ‘행복호르몬’으로 불리지만, 도파민이 줄어 세로토닌이 우위인 상태가 되면 오히려 우울감이 커질 수 있어 100% 적합한 표현은 아니다.

홍진표 교수는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은 10년마다 각각 5%씩 감소해 인지기능, 수면기능,우울증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40~50대 이상이라면 적절한 생활습관 유지로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하는 게 좋다”며 “가장 중요한 습관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일상에서 작은 목표들을 설정하고 하나씩 달성해 성취감을 느끼면 뇌 보상회로가 자극받아 도파민이 활성화된다”고 강조했다.

중력에 반하는 운동은 도파민 증진에 효과적이다. 산에 오르거나 계단을 올라가는 운동이 대표적이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바른 자세도 중요하다. 중력에 이끌려 어깨가 처지고 허리가 굽어지면 도파민 분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도파민 분비에 문제가 생긴 파킨슨병 환자가 이같은 자세를 자주 취하는 이유다. 바나나, 생선, 콩, 견과류, 닭고기, 우유 등은 도파민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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