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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노화 앞당기는 활성산소, 알고보니 면역체계 중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3-30 20:38:02
  • 수정 2020-09-13 16: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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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산화라디칼 세균 공격, 세포성장 관여 … 대기오염·스트레스 탓 적정수치 유지 어려워
수산화라디칼 같은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매우 강해 조금이라도 방심해 건강관리에 소홀하면 순식간에 인체 곳곳을 공격해 망가뜨린다.
산소는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다. 호흡을 통해 몸 속에 들어간 뒤 세포 속으로 움직여 탄수화물과 지방을 산화, 즉 태워 분해시킨다. 인체에서 산소는 약 65%를 차지하고, 조직세포는 산소를 불쏘시개로 삼아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과거엔 인간이 호흡하도록 돕는 산소가 무조건 몸에 이로운 존재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조직세포가 호흡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산소찌꺼기가 인체 안을 떠돌며 염증을 생성하고 세포를 파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산소찌꺼기를 프리라디칼(Free Radical) 또는 활성산소라고 한다.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는 당뇨병, 동맥경화, 암 같은 질병을 초래하고 노화를 앞당기는 현대인 건강의 주적으로 꼽힌다. 몸에 들어온 산소 중 2~5%가 활성산소로 바뀌며 일반 산소보다 에너지가 많고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보통 정상적인 산소는 우리 몸 속에서 약 100초 이상 머무르지만 불안정한 활성산소는 100만~10억분의 1초 동안 생겼다가 순식간에 없어진다. 주로 세포 내부의 작은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된다. 

종류로는 초과산화수소이온(superoxide ion: O2 -),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 H2O2), 수산화라디칼(hydroxyl radical, OH) 등이 대표적이다. 활성산소가 무조건 인체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예컨대 과산화수소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라디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공격해 생체를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배윤수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체내 TLR4란 단백질이 병원균의 체내 침투를 인식하면 소량의 활성산소가 만들어져 살균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 분열 및 성장에도 관여한다. 2010년 2월 이서구 이화여대 교수팀은 활성산소 중 과산화수소가 세포 성장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과산화수소가 2차 신호전단물질로 작용해 세포 분열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 신호를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성산소가 호흡기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김현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호흡기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면 호흡기점막에서 활성산소 수치가 증가하고 이 과정에서 면역반응의 핵심물질인 ‘인터페론’ 분비가 활성화돼 면역력이 높아지고 바이러스 감염이 억제된다”며 “과도한 활성산소가 노화를 앞당기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활성산소의 바이러스 사멸 및 선천성 면역반응 역할을 입증할 만한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몸 안에서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활성산소는 항산화효소 등에 의해 제거된다. 활성산소가 생성되면 항산화효소인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Superoxide Dismutase, SOD)’가 자동으로 분비된다. 이 효소는 간·심장·위·췌장·혈액·뇌 등 거의 모든 신체 부위에 들어있다. 

문제는 미세먼지, 대기오염, 고령화, 자외선, 약물 등 화학물질, 과음 및 흡연, 과도한 운동과 스트레스 등 생활 속에서 피하기 힘든 요인이 겹치면 인체가 감당하고도 넘치는 활성산소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매우 강해 조금이라도 방심해 건강관리에 소홀하면 순식간에 인체 곳곳을 망가뜨린다.

활성산소는 세포막을 공격해 원래 기능을 저하시키고 세포 안에 있는 유전자를 파괴해 세포재생을 막는다. 신호전달체계와 면역체계까지 망가뜨려 당뇨병, 동맥경화, 암 등을 초래하고 노화를 앞당긴다. 
예컨대 수산화라디칼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지질단백질(LDL)을 늘려 심장병 위험을 높이고, 본연의 살균작용이 과도해져 정상세포나 조직까지 무차별 공격한다.

활성산소 수치는 모발검사나 혈액검사로 6∼7분이면 확인할 수 있다. 보통 160∼230은 정상, 230∼310은 경계성, 310∼350은 다소 높은 수치로 분류된다. 350 이상일 경우 운동량을 서서히 늘리거나 비타민을 섭취하는 등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활성산소에 대처할 수 있는 항산화물질이 인체의 노화시계를 늦춰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항산화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항산화제는 비타민C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크노화연구소가 동물실험을 통해 쥐에게 비타민C를 투여한 결과 수명이 4배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C는 수용성 항산화제로 모든 녹황색 채소와 과일에 풍부하다. 특히 양배추, 귤, 딸기, 파프리카 등은 활성산소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비타민E는 지용성 항산화제로 세포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호두, 땅콩,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와 해바라기유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천연 항산화제로 활성산소 작용을 억제한다. 당근, 토마토, 붉은 고추, 호박 등은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된 음식물이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폴리페놀은 포도, 검은콩, 녹차, 자색고구마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김현직 교수는 “활성산소는 정상적인 대사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긴다”며 “적절한 운동은 체내 항산화활동을 높여 활성산소를 제거하지만 강도가 지나칠 경우 과도한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산소운동은 30분씩 주 5회 정도가 적당하다. 운동량이 너무 적어도 몸의 항산화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자극이 떨어지므로 적합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 흡연과 과음을 삼가고 취미생활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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