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2010년 이후 국내 사망 원인의 5번째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을 높여 공중보건학적 의미가 큰 질환이다. 최근 10년간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돼 당뇨병 환자의 혈당 강하에 기여하고 있지만 가장 치명적인 당뇨합병증인 심혈관질환의 발생률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약제는 거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주사형 치료제 ‘GLP1(Glucagon-like Peptide 1) 항진제’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29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동물모델을 통해 경동맥에 동맥경화를 유발한 실험쥐를 위약 피하주사군, GLP1 항진제 피하주사군, GLP1 유전자 탑재 아데노바이러스 혈관내 직접 주입군 등 세 그룹으로 구분했다.
위약과 GLP1 항진제는 동맥경화 유발 전후로 3주간 하루 한 번 피하주사했다. 혈관 내 직접 투약군은 GLP1 유전자를 20분 동안 혈관으로 주입했다. 각 약물을 투여한 뒤 경동맥을 적출해 내중막 두께(동맥경화)를 비교한 결과 GLP1 항진제 피하주사군은 위약군 대비 25%, GLP1 유전자 혈관 내 주입군은 위약군 대비 58% 동맥경화 감소효과를 나타냈다.
당뇨병 환자는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혈관 내벽을 구성하는 혈관평활근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동맥경화와 혈관 재협착 등 혈관질환에 노출된다. 이번 연구결과 GLP1 항진제는 이런 혈관평활근세포의 증식과 이동을 감소시켰고 염증세포의 뭉침 현상을 개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진 세포실험에선 GLP1 유전자를 혈관 내 직접 주입한 군은 동맥경화와 직결되는 혈관내 MMP-2 발현이 위약군보다 크게 감소했다. 또 식후 혈당 및 인슐린저항성 감소, 동맥경화 개선 등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와 함께 항동맥경화 작용을 하는 아디포넥틴 호르몬 수치가 올라간 반면 염증 인자인 C-반응성단백 수치는 떨어졌다.
즉 GLP1 유전자를 혈관 내 직접 투여하면 MMP-2 발현을 감소하는 동시에 아디포넥틴 수치가 올라가 동맥경화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임 교수는 “최근 GLP1 항진제가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률을 낮춘다는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가 보고됐지만 기전을 충분히 설명하기엔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는 새로운 당뇨병 약제인 GLP1 항진제의 항동맥경화 효과 기전과 심혈관시스템에 미치는 효과를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교과서적인 연구방법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당뇨병 분야 대표 연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심혈관연구(Cardiovascular Research)’에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