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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현실에선 게임처럼 ‘리셋’ 불가능… 포기 빨라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1-31 09:39:49
  • 수정 2020-09-13 16: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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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장년층 게임중독, 청소년보다 진단 늦고 우울증 동반 … 해마 작아져 기억력 감퇴
중년 남성은 승진 누락, 명예퇴직, 정체된 일상 등으로 찾아온 불면증이나 답답함을 잊기 위해 게임을 시작하며 단순한 게임중독에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겹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워킹맘 권모 씨(32)는 퇴근 후 밤새 게임에만 열중하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 가득하다. 연애 시절엔 비교적 건전한 취미생활이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같은 공간에 살아보니 문제가 심각했다. 밤늦게까지 게임에 빠져 있다가 다음날 피곤한 상태로 회사에 가는 경우가 많았고 부부생활도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결국 가벼운 잔소리에서 시작된 싸움은 욕설과 폭행으로 이어졌고 다투는 횟수도 점차 늘었다. 

최근 게임에 빠져 갓 태어난 아이를 굶겨 죽인 부모, 게임비를 주지 않는 어머니를 살해한 중학생,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 사기결혼에 살인까지 저지른 20대 등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게임중독은 하루 5시간 이상 게임에 몰두하고, 게임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끼는 증상이다. 잠자는 시간을 미뤄가며 게임에 몰두하게 되고, 게임할 땐 우울하고 불안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다가 게임을 하지 않을 때면 긴장감과 불안증세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결국 게임에 몰입해 자기가 원래 해야 할 것들을 등한시함으로써 직업적·신체적·가족적·사회적으로 문제를 초래한다. 과거엔 ‘중독’이라고 하면 알코올이나 마약 등에 의한 물질중독을 의미했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과 같은 특정 행위에도 중독되는 행위중독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최정석 서울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터넷 게임중독 환자는 정상인 및 알코올중독 집단에 비해 집중력과 연관된 뇌파 신호인 ‘베타파’가 감소한다”며 “이어폰을 활용한 청각테스트에서도 다른 사람보다 기억력, 집중력 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원래 컴퓨터 사용률이 높은 10~20대 청소년에서 문제가 됐지만 스마트폰 도입 후 중장년층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모바일게임은 컴퓨터게임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워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다.
중년에서 나타나는 게임중독은 청소년이나 젊은층과 양상이 다르다. 청소년이나 젊은층은 게임 자체에 흥미를 느껴 몰입하는 반면 중년들은 우울증·불안장애·불면증을 해소하려는 수단으로 게임의 세계에 빠진다. 청소년과 달리 부모나 선생님이 문제를 느끼고 개입하는 과정이 없어 중독 사실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최 교수는 “중년 환자의 경우 게임중독을 호소하며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치료하러 왔다가 게임중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은 폐경기 무렵부터 자신의 할 일이 끝났다고 여기면서 우울해하는 ‘빈둥지증후군’에 쉽게 빠진다. 이 시기에 즉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면서 몰입할 수 있는 게임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 중년 남성도 승진 누락, 명예퇴직, 정체된 일상 등으로 찾아온 불면증이나 답답함을 잊기 위해 게임을 시작한다. 중년에서 늘상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업무 외의 일과 대부분을 게임이나 SNS를 하는데 보낸다면 단순한 게임중독에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겹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려고 했지만 의학적 검증 문제와 사회적 여건상 무리라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미래창조과학부 의견에 따라 백지화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적당한 게임은 두뇌개발에 도움되지만 장시간 과도하게 몰두할 경우 뇌에서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크기가 작아져 기억력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며 “폭력성이 강한 게임은 공격성, 폭력성, 충동조절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독성 강한 게임은 또 현실의 자신보다 더 멋지고 강한 게임 속 가상현실의 자신에게 빠져 실제 대인관계는 물론 자신이 해야 할 의무와 책임마저도 소홀히 하게 된다. 가상현실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을 동일시해 게임 속에서 일어난 분쟁이나 분노를 현실문제로 받아들여 폭력적인 위해를 가하게 된다.

정신적인 문제는 물론 관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엄지손가락으로 스마트폰 게임을 너무 오래 즐기면 손목건초염이 발생할 수 있다. 엄지손가락을 펴게 하는 힘줄인 장무지외전근과 단무지외전근에 과도하게 스트레스가 쌓이면 힘줄 주변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나타난다. 시력저하, 거북목증후군, 척추측만증 등도 장시간 게임으로 유발될 수 있는 질환이다.

게임중독 치료는 우울증 및 불안증 여부와 증상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다. 이후 게임에 할애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다른 활동을 유도한다. 게임중독 환자의 상당수가 게임에 빠진 이유로 ‘할 게 없어서’라고 답변한 점을 고려할 때 게임 외에 다양한 취미활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하루 게임 시간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 교수는 “게임은 하루에 1시간 이상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지만 시간 자체보다는 가족과 합의하고 스스로 받아들일 있는 정도여야 한다”며 “게임 중엔 정해진 시간에 스스로 멈추기 어려울 수 있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시간이 초과하면 알려달라고 부탁해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게임에서 졌다고 시스템을 재시작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최 교수는 “게임이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상대방에게 질 경우 홧김에 게임을 꺼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에서도 이런 리셋이 가능하다고 착각해 어떤 일에 도전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는 ‘리셋증후군’을 겪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에서 겪는 작은 실패와 좌절을 리셋으로 쉽게 피해버리다면 현실에서도 포기가 빨라지고 충동조절장애에 빠지게 된다”고 조언했다.

잠자리에 들 때는 게임과 관련된 스마트기기 등을 멀리 두고 일정 시간에 자고 일어남으로써 잘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은 건강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게임 중 실생활처럼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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