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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PPI제제 ‘놀텍’·‘덱실란트DR’, 1위 ‘넥시움’ 넘을까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12-19 09:58:28
  • 수정 2016-12-21 18: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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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텍, 반감기 8.1~10.1시간 6~8배 길어 … 야간 위산분비 억제효과 향상

덱실란트DR, 이중지연방출 적용돼 혈중농도 최고치 도달시간 2~4배 늦춰 … 식사 관계 없이 복용

지난 9월 일양약품의 3세대 양성자펌프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인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 ilaprazole)이 러시아 제약사 알팜에 2억달러(약 2200억원) 규모로 수출하는 계약이 체결돼 눈길을 끌었다.

PPI제제는 위산이 분비되는 마지막 단계인 수소이온(H+)펌프의 작용을 차단해 위식도역류질환(역류성식도염, GERD,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및 위·십이지장궤양 치료제로 흔히 사용된다. 시메티딘(cimetidine), 라니티딘(ranitidine) 등 히스타민2수용체길항제(H2RA, histamine-2 receptor antagonist)보다 산분비 억제 효과가 뛰어나다. H2RA제제는 위벽세포(parietal cell)의 산 분비 경로 중 히스타민수용체의 작용을 억제한다. 위산은 이 수용체 외 콜린성 자극이나 호르몬인 가스트린에 의해서도 분비된다. PPI제제를 장기 복용하면 소장에서 칼슘 흡수율이 저하돼 골밀절 위험이 높아지고 저마그네슘혈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국내 PPI제제 시장에서 1세대 오리지널 PPI제제로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프리로섹’(이하 성분명 오메프라졸, omeprazole, SK케미칼 판매), 한국다케다제약의 ‘판토록’(판토프라졸, pantoprazole, 제일약품 판매) 및 ‘란스톤’·‘란스톤LFDT’(란소프라졸, lansoprazole, 제일약품 판매) 등이 있다. 란스톤LFDT(lansoprazole fast dissolving tablets)는 PPI제제 중 유일하게 물 없이 입 안에서 녹여 복용할 수 있는 구강내속붕해정으로 딸기 맛이나는 게 특징이다. 란스톤 대비 복용 편의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1세대 약은 1일 2회 복용해도 24시간 위산분비 억제에 실패하거나 밤에 산이 분비돼 속쓰림을 유발하는 단점이 있다. 간효소의 한 종류인 CYP2C19에 의해 주로 분해돼 환자의 CYP2C19 유전자형에 따라 효과 발현 정도에 차이도 난다.

2세대 PPI는 이같은 문제를 일부 개선한 약으로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이하 성분명 에소메프라졸, esomeprazole, 대웅제약 판매), 한국에자이의 ‘파리에트’(라베프라졸, rabeprazole, 한국얀센 생산), 한국다케다제약의 ‘덱실란트DR’(덱실란소프라졸 서방정, dexlansoprazole delayed-release, 제일약품 판매) 등이 이에 속한다. 넥시움은 프리로섹의 성분 중 S형 광학이성질체만, 덱실란트DR은 란스톤 성분 가운데 R형 이성질체만 분리합성한 약이다. 한국에자이는 지난해 8월 한국얀센으로부터 파리에트의 판권을 회수했다.

PPI제제 중 2016년 1분기 원외처방액 상위 15품목의 성분별 시장점유율(매출 단위 억원, 자료 유비스트)

유비스트 자료 기준으로 원외처방액 상위 15품목에 해당하는 PPI제제의 성분별 올해 1분기 매출 비중은 에소메프라졸(31.4%), 라베프라졸(21.6%), 란소프라졸(17.7%), 판토프라졸(11.6%), 일라프라졸(8%), 덱실란소프라졸(6.3%), 오메프라졸(3.3%) 순으로 높았다.

PPI제제의 2016년 1분기 원외처방액 상위 15품목 매출액(매출 단위 억원, 자료 유비스트)

이 기간 넥시움이 83억2000만원가량 판매돼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제네릭 및 새로운 경쟁약의 등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5% 감소했다. 넥시움의 제네릭인 한미약품의 ‘에소메졸’은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14.1% 증가한 52억6000만원(3위) 판매돼 이 약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대원제약의 ‘에스원엠프’는 17.8% 하락한 22억7000만원(10위)에 그쳤다.    

필립 마이너(Philip Miner) 미국 오클라호마소화기학연구회(OFDR)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지 않은 만18~60세 성인 위식도 역류질환자 총 34명에 넥시움 40㎎, 파리에트 20㎎, 란스톤 30㎎, 프리로섹 20㎎, 판토록 40㎎ 등 PPI제제 5종류를 무작위로 번갈아가며 투여하고 이들 약의 산분비 억제 효과를 비교 평가했다. 각 약을 복용한 지 5일째 위 안의 산도가 pH4 이상 유지된 시간을 평가한 결과 넥시움이 평균 14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파리에트(12.1시간), 프리로섹(11.8시간), 란스톤(11.5시간), 판토록(10.1시간)이 그 뒤를 이었다.

환자 대부분은 임상에 참여하기 전인 최근 3개월간 일주일에 3번 이상의 가슴쓰림을 겪고 있었다. 연구는 2001~2002년 단일기관, 오픈라벨, 무작위배정 방식으로 진행됐다. 약제별 표준용량을 5일간 아침식사 30분전에 한 번 투여하고, 다른 약을 투여하기까지 10일 이상의 휴지 간격을 뒀다. 투여 5일째 pH4 이상이 12시간 넘게 유지된 환자 비율은 넥시움(64.7%), 프리로섹(44.1%), 란스톤(41.2%), 파리에트(38.2%), 판토록(32.4%) 순으로 높았다. 5약제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비슷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소화기내과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게재됐다. 

파리에트는 같은 성분의 제네릭인 일동제약의 ‘라비에트’, CJ헬스케어의 ‘라베원’, JW중외제약의 ‘라베칸’ 등에 밀려 18억2000만원(11위)가량 처방됐다. 라베원의 올 1분기 매출은 31억8000만원(7위)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 늘어나 PPI제제 상위 15품목 가운데 덱실란트DR의 48.1%에 이어 두 번째로 판매실적(신장률)이 크게 향상됐다.

2013년 가장 늦게 출시된 덱실란트DR은 위·십이지장궤양 관련 적응증이 없어 위식도역류질환에 한해 처방되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PPI제제 중 유일하게 이중지연방출(DDR, Dual Delayed Release) 기술이 적용됐으며, 식사와 관계 없이 복용해도 된다. 기존 PPI제제는 효과를 최대로 발현하려면 양성자펌프가 가장 활성화돼 있는 아침식사 전에 복용하는 게 권장된다.

놀텍의 올 1분기 처방액은 40억6000만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9.1%로 상승했다. 일양약품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감염 소화성궤양 환자의 항생제 병용요법 관련 적응증 확대를 위한 1상 임상시험계획서를 승인받았다. 먼저 출시된 PPI제제와 같이 해당 적응증을 획득해 시장 점유율을 늘릴 계획이다.

위·십이지장궤양의 2대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장기간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NSAID)로 이 균을 박멸하는 병용요법은 PPI제제가 꼭 추가해야할 적응증 중 하나다. 성(J.J. Sung) 홍콩중문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가 2009년 세계 의학저널인 ‘소화기질환약리학·치료’(Alimentary Pharmacology & Therapeutic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된 집단은 비감염 그룹보다 소화성궤양이 6~10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세대 PPI 놀텍·덱실란트DR vs 판매 1위 넥시움

일양약품은 1·2세대 PPI제제를 복용한 위식도역류질환자의 20~30%가 치료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에 착안해 놀텍을 개발했다. 기존 약물은 작용시작 시간이 느려 최대효과를 기대하려면 약 5일이 필요하다. 또 반감기가 1~1.5시간 밖에 되지 않아 약효 유지시간이 짧다.
반면 놀텍은 CYP3A4에 의해 대사돼 CYP2C19 유전자형이 약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반감기가 8.1~10.1시간으로 길다.

놀텍 20㎎ 및 40㎎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넥시움 40㎎과 약력학(pharmacodynamic)을 비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연구에서 첫날 투여 초기 위산분비 억제 효능이 비슷했지만 야간에는 넥시움보다 뛰어났다. 이들 약물의 세 가지 용량을 5일간 연속 투여 후 16~24시간이 지난 뒤 위 내 pH를 측정한 결과 각각 4.25, 4.72, 3.17로 확인돼 놀텍의 산도가 더 낮았다. 

중국의 십이지장궤양 환자 494명을 놀텍 10㎎ 또는 프리로섹 20㎎ 1일 1회 투여군으로 2대 1로 나누고 4주후 치료율을 비교한 임상 3상 연구결과 놀텍 투여군이 93%로 프리로섹 투여군 90.8%보다 높았다. 이상반응 발생률은 각각 8.5%, 11.5%로 비슷했다(통계적 유의성 없음).    

일양약품은 놀텍의 지난해 11월 만료된 물질특허 외에 2027년 12월까지 유지되는 결정형특허를 확보해 제네릭 진입을 막았다. 결정형특허 약물은 기존 물질특허 기술만 적용된 약에 비해 생체이용률이 25%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덱실란트DR은 이중지연방출 제형으로 전체 과립 중 25%는 복용 후 2시간 내 pH5.5에서, 나머지(75%)는 복용 후 4~5시간 내 pH6.75에서 각각 방출된다. 이에 약물 복용 후 최고 혈중농도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4시간으로 기존 약물인 1~2시간에 비해 길어 약효가 오래 지속된다. 유전적으로 CYP2C19 강대사자와 약대사자간 약물 혈중농도의 차이는 없었다.

덱실란트DR 60㎎과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넥시움 40㎎과 약력학을 비교한 임상 1상 연구에서 1회 투여 후 24시간 동안 위 내 pH가 4이상 유지된 환자 비율을 측정한 결과 덱실란트 투여군이 58%로 넥시움 48%보다 높았다. 평균 pH는 4.3과 3.7이었다.

20개국의 미란성 및 비미란성(非靡爛性) 위식도역류질환자 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3상 임상결과 덱실란트DR 60㎎ 대 란스톤 30㎎ 1일 1회 투여군의 8주후 치료율은 1연구(study1)에서 87% 대 85%로, 2연구(study2)에선 85% 대 79%로 확인됐다.

미란성 식도염은 내시경적으로 식도 점막에 육안적인 손상이 있을 때를, 비미란성 역류질환(NERD, nonerosive esophageal disease)은 역류 증상은 있으나 내시경적인 식도 점막의 손상이 없는 상태로 정의된다. 과거에는 경증의 비미란성 역류질환이 미란성 식도염으로 악화된다고 여겨졌으나 최근 연구결과 비미란성 역류질환이 미란성 식도염보다 증상을 조절하기 더 어려우며, 비미란성에서 미란성으로 진행되는 사례도 드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놀텍과 덱실란트DR이 넥시움과 비교해 뛰어난 효과가 입증된 임상시험은 소규모 초기 연구로 이들 새로운 PPI제제는 기존 약을 위협할 만큼 시장 판도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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