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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류 재발 절반 이상? ‘초기진료 미숙 및 무리한 치료’가 주원인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12-01 13:24:39
  • 수정 2016-12-19 15: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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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관 신생력 활발한 환자는 재발 잦아 … 시술 후 압박요법 등 관리해야 예방

4년 전 하지정맥류 치료를 받은 주부 이경선 씨(43)는 최근 정맥류가 재발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 씨의 친정 식구는 모두가 심한 하지정맥류를 앓았던 만큼 유전 성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맨처음 다리에 이상한 혈관이 튀어나왔을 때에도 하지정맥류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에 즉시 동네 의원을 찾아 치료받고 압박요법 등으로 관리도 철저히 해왔는데도 정맥류가 재발하자 무엇이 잘못됐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혈액의 역류를 막아주는 다리 정맥의 판막에 문제가 생겨 다리 표면에 퍼져있는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일종의 혈관질환이다. 발병 초기에 치료받으면 쉽게 낫지만 조기치료를 받았더라도 몇 가지 원인에 의해 재발할 수 있다.
 
연세에스병원의 조사 결과 1995~2016년 11월까지 재발한 정맥류를 치료하기 위해 내원한 환자 수는 4628명으로 전체 정맥류 수술 환자 4만2080명의 10.9%를 차지하고 있었다. 재발 환자 중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가 재발한 환자는 4239명이었고, 연세에스병원에서 치료받고 재발한 환자는 389명으로 분석됐다.

하지정맥류가 재발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초기 치료 미숙’이 원인으로 꼽혔다.  전체 환자 중 1만9339명으로 41.9%를 차지했다. 이어 부정확한 진단으로 재발한 경우도 800명(17.3%)으로 집계돼 정맥류가 재발하는 원인의 절반 이상(59.2%)이 초기 치료 미숙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정맥류클리닉 병원장(전 대한정맥학회 회장)은 “2000년 초에 기존 외과적 수술과 다른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됐지만 이를 제대로 시술하는 의사가 드물었다”며 “당시 진단기기조차 충분히 도입되지 못했기 때문에 재발률이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새로운 치료법을 무분별하게 적용한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2000년 이전 하지정맥류 치료법은 전신마취를 한 뒤 발병 부위를 절개해 문제가 되는 정맥을 잘라내는 외과적 수술이 유일했다. 심 원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정맥류 치료법이 다양하게 변화돼 왔으나 치료의 기본은 정확한 진단과 의사의 숙련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혈관경화요법, 초음파유도 혈관경화요법, 광투시정맥제거술, 레이저수술, 고주파수술 등이 도입됐다. 최근에는 시아노 아크릴레이트 순간접착제를 이용한 정맥폐쇄술 등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치료 옵션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애초에 정맥학을 의과대학에서 제대로 접하지 못한 의사들이 치료법을 충분히 교육받지 못하고, 경험을 쌓지 못한 채 하지정맥류를 진단, 무분별하게 치료하다보면 재발의 위험성이 대두된다.

심영기 병원장은 2001년 대한정맥학회를 창립,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새로운 치료법을 교육하고, 학술교류를 이어가면서 정맥류 재발률이 크게 줄었다.

또 무조건 새로운 치료법이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가령 광투시 정맥절제술은 2000년 초반 도입 당시 새로운 치료법으로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이 치료를 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심 병원장은 “진단법 및 치료법은 시대를 따라 유행을 타기 마련”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시술에 대한 장단점이 검증되면서 치료법이 사라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철저한 장단점 분석, 충분한 검증, 장기간 재발률, 환자 만족도 등을 추적 관찰 없이 무분별하게 시행하다보면 재발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는 데에는 경화제를 주사해 망가진 혈관을 굳혔다가 서서히 몸 속으로 흡수시키는 ‘혈관경화요법’이 많이 이용된다. 직경 4㎜ 이상의 굵은 혈관이 튀어나올 정도로 심한 사람은 레이저와 고주파를 이용한 수술이 필요하다. 밖으로 튀어나온 매우 굵은 혈관은 피부에 1~2㎜ 정도의 구멍을 뚫고 정맥 추출기로 망가진 정맥을 제거한다. 거미줄 같이 가는 혈관에는 혈관경화요법을 함께 적용한다.

심영기 병원장은 “정맥류는 한번 발병할 때 굵은 혈관, 가는 혈관 할 것 없이 모두 망가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혈관의 크기에 알맞은 다양한 치료법을 복합적으로 시행해야 효과가 크고 재발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는 시술법 등에 상관없이 혈관의 신생력이 활발해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연세에스병원의 조사 결과 이같은 문제로 증상이 재발하는 환자는 217명(4.7%)로 조사됐다. 이같은 현상은 호르몬의 상태가 고르지 못하거나 약물을 장기복용 할 때, 자궁근종 등 동반질환에 있을 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정맥류가 극심하거나(8.9%), 고도비만(8.5%)일 때에도 재발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는 시술 후 ‘완치됐다’는 생각에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치료 후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압박요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거나,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면 재발률이 더욱 높아진다.

같은 자세로 너무 오래 서있거나 앉아있지 않도록 하고, 1~2시간에 한번씩 스트레칭을 통해 다리에 몰려 있는 혈액을 순환시켜 주는 게 도움이 된다. 평소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어 다리를 편하게 만들고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하면 정맥류가 생기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또 비만해지지 않도록 체중을 관리하며 섬유소가 풍부한 곡물, 신선한 야채, 과일을 많이 먹어 혈액순환을 좋게 해주는 게 좋다.

심영기 병원장은 “의료진이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했더라도 사람에 따라 하지정맥류가 재발한다”며 “치료받은 혈관 외에도 수많은 정맥혈관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맥류 치료 후 재발 여부를 알아보려면 1년에 1~2회 초음파검사 등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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