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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백혈병치료제 ‘스프라이셀’ vs ‘타시그나’ vs ‘슈펙트’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11-30 19:58:17
  • 수정 2016-12-08 11: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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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세대 표적치료제 ‘글리벡’보다 치료반응 빠르고 강해, 부작용 개선

전체생존율·무진행생존기간 값, 글리벡과 비슷 … 슈펙트 약제비 20% 이상 저렴

지난 2월부터 일양약품이 개발한 만성 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인 ‘슈펙트’(이하 성분명 라도티닙, radotinib, 대웅제약 판매)이 1차 약제로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치료옵션이 한국노바티스의 ‘글리벡’(이매티닙, imatinib) 및 ‘타시그나’(닐로타닙, nilotinib),  한국BMS제약의 ‘스프라이셀’(다사티닙, dasatinib) 등 총 4가지로 늘어났다. 이들 약을 중심으로 만성 골수성백혈병치료제에 대해 알아본다.

만성 골수성백혈병은 15년 전까지만 해도 골수를 이식받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이었지만 2001년 1세대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이 출시되면서 약물치료로 평생 관리하면 살 수 있는 병이 됐다. 2세대 표적항암제인 스프라이셀·타시그나·슈펙트는 글리벡에 비해 치료 효과가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며 부작용이 개선돼 가속기 및 급성기로 악화되는 위험을 낮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슈펙트는 급여가 기준 1년 약제비가 약 1946만원으로 스프라이셀(2429만원) 및 타시그나(2876만원)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스프라이셀은 2011년 10월, 타시그나는 2012년 7월부터 만성 골수성백혈병 1·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글리벡의 1년 약제비는 약 1617만원으로 2013년 6월 특허가 만료된 이후 약가가 인하됐다. ‘암 환자 본인 부담금 5% 특례제도’에 따라 환자는 전체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된다.
 
만성 골수성백혈병은 골수구계 세포가 백혈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혈액암이다. 환자의 95% 이상은 필라델피아(Ph) 염색체가 생겨나는 유전자 이상으로 백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가 과다하게 증식된다.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9번과 22번 염색체의 일정 부분이 절단된 후 두 조각의 위치가 바뀌는 현상인 전위로 출현한다. 9번 염색체의 ABL 유전자와 22번 염색체의 BCR 유전자가 합쳐진 BCR-ABL 융합 유전자는 비정상적인 티로신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를 활성화한다. 이들 4가지 약은 암세포를 증식하는 비정상적인 티로신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의 작용을 억제한다.

만성 골수성백혈병은 천천히 진행되는데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급성으로 악화될 수 있다. 급성 골수성백혈병은 치료 예후가 나빠 1년 내 사망률이 90%에 달할 정도다. 한국중앙암등록사업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백혈병을 새로 진단받은 환자수는 3011명으로 이 중 만성 골수성백혈병 환자는 약 500명으로 추산된다.

대한혈액학회는 2014년 ‘만성골수성백혈병 한국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약제별 부작용과 환자의 나이와 기저질환 등을 고려해 약제를 선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글리벡을 포함한 2세대 표적항암제의 흔한 부작용은 구역·구토, 설사·변비, 피부발진·가려움증, 두통·근육통·관절통, 부종, 피로, 혈소판·백혈구(호중구) 감소증 등이 있으나 대부분의 증상은 경증~중등도(1·2등급)로 다른 약을 통해 조절가능하다.
약제별 특이적인 부작용으로 스프라이셀은 폐동맥고혈압·폐부종 등 폐 관련 이상반응이 드물게 보고된다. 타시그나는 심장박동수 변화(QT간격 연장)·부정맥 및 고혈당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시그나는 저칼륨혈증·저마그네슘혈증 또는 QT연장증후군을 동반한 환자에 투약할 수 없으며, 간에서 대부분 대사돼 간장애 환자에 투여 시 주의한다. 슈펙트는 임상연구 결과 고빌리루빈혈증 및 간효소(ALT)수치 상승이 흔히 발생했다. 담즙 색소인 빌리루빈이 여러 조직에 침착돼 피부가 노랗게 보이는 증상을 황달이라 한다.

만성 골수성백혈병 치료 성과는 혈액학적(hematologic)·세포유전학적(cytogenetic)·분자학적(molecular) 반응률 등으로 평가한다. 혈액학적 반응은 말초혈액의 미성숙세포·백혈구·혈소판 수가 감소한 정도 및 비장종대 유무로 판단한다. 비장종대는 림프 기관인 비장의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진 증상을 뜻한다.
세포유전학적반응은 골수 내 혈액세포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 수가 줄어든 정도로 평가된다. 완전 세포유전학적반응(CCyR, complete cytogenetic response)은 염색체검사 결과 골수 내 혈액세포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관찰되지 않는 상태(0%)를 의미한다.
분자유전학적 반응은 mRNA 유전자 검사를 통해 ABL 유전자 대비 BCR-ABL 융합 유전자 발생률로 판단된다. 주요 분자학적반응(MMR, major molecular response)은 BCR-ABL 변이 유전자/ABL 정상 유전자 비율이 0.1% 이하인 경우를 뜻한다.

참고로 1차 치료 후 12개월째에 BCR-ABL/ABL 비율이 0.1% 이하면 치료반응이 적합한 것으로 진단된다. 반면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관찰되거나 BCR-ABL/ABL 비율이 1%를 넘는 경우엔 치료 실패로 간주한다. 글리벡 1차 요법은 하루에 400~600㎎을, 2차 요법은 용량을 늘려 800㎎을 각각 1회 투여한다.

치료경험이 없는 만성 골수성백혈병 환자에 글리벡 400㎎ 1일 1회 요법을 시행한 ‘IRIS’ 임상 3상 연구결과 치료 12개월째에 완전 세포유전학적반응률 68%, 주요 분자학적반응률 38%이었다. 8년간 추적한 IRIS 연장 연구에선 글리벡으로 치료한 환자의 8년째 전체생존율은 85%였다. 만성골수성백혈병 관련 사망만 고려하면 전체생존율이 93%로 더 높았으며 가속기나 급성기로 악화되지 않은 환자 비율도 92%로 우수했다. 다만 45%의 환자는 약제 부작용(6%), 불충분한 치료 효과(16%), 동종 조혈모세포이식(3%) 등을 이유로 글리벡 투여를 중단했다.  

2세대 표적항암제의 1차 요법 임상결과

치료받은 적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스프라이셀 100㎎ 1일 1회 요법은 3상 임상 ‘DASISION’ 연구결과 글리벡 대비 약효가 빠르게 나타났으며 치료반응률도 높았다. 스프라이셀 대 글리벡의 치료 시작 후 12개월째 완전 세포유전학적반응률(연구의 1차 평가변수)은 77% 대 66%였다.
주요 분자학적반응률은 치료 후 12개월째에 46% 대 28%, 36개월째엔 68% 대 55%로 확인됐다.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스프라이셀 복용 중 가속기 및 급성기로 진행된 비율은 3%로 글리벡 투여군의 5%보다 낮았다. 두 그룹 모두 무진행생존율(PFS)은 91%, 전체생존율(OS)은 93%로 차이가 없었다.

타시그나 300㎎ 1일 2회 요법은 3상 임상 ‘ENESTnd’ 연구결과 글리벡 대비 약효가 빠르게 나타났으며 치료반응률도 높았다. 타시그나 대 글리벡의 치료 시작 후 12개월째 주요 분자학적반응률(연구의 1차 평가변수)은 55% 대 27%, 완전 세포유전학적반응률(24개월째)은 87% 대 77%로 확인됐다. 36개월째 및 48개월째의 주요 분자학적반응률은 73% 대 53%, 76% 대 56%였다.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타시그나 복용 중 가속기 및 급성기로 진행된 비율은 0.7~1.1%로 글리벡 투여군의 4.2%보다 낮았다. 타시그나군과 글리벡군의 무진행생존율은 96.1% 대 94.7%, 전체생존율은 94.3% 대  93.3%로 비슷했다.

슈펙트 300㎎ 1일 2회 요법은 임상 3상 연구결과 글리벡 대비 약효가 빠르게 나타났으며 치료반응률도 높았다. 슈펙트 대 글리벡의 치료 시작 후 12개월까지 주요 분자학적반응률(연구의 1차 평가변수)은 51.9% 대 29.6%, 완전 세포유전학적반응률은 91.1% 대 76.5%로 확인됐다. 슈펙트 치료군의 주요 분자학적반응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의 중앙값은 5.6개월로 글리벡군 8.2개월보다 짧았다. 해당 연구에서 슈펙트 300㎎ 1일 2회 요법이 400㎎ 1일 1회 요법에 비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뛰어났다.

2차 요법 임상결과

스프라이셀 70㎎ 1일 2회 요법은 글리벡에 내성(resistance)이 있어 치료반응이 좋지 않거나 불내약성(intolerance, 부작용이 발생해 투여할 수 없는 상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연구에서 글리벡 400㎎ 1일 2회 요법 대비 2차 치료제로서의 유효성이 입증됐다. 스프라이셀군 대 글리벡군의 치료 15개월째 완전 세포유전학적반응률은 40% 대 16%, 주요 분자학적반응률은 16% 대 4%였다. 주요 세포유전학적반응(MCyR, major cytogenetic response) 도달률은 52% 대 33%로 확인됐다. MCyR은 완전 세포유전학적반응을 포함, 골수 내 혈액세포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 수가 35% 이하로 감소한 상태를 뜻한다.

타시그나 400㎎ 1일 2회 요법은 글리벡에 내성이 있거나 불내약성을 보인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연구에서 2차 치료제로서의 유효성이 입증됐다. 전체 환자의 44%는 치료 24개월 후 완전 세포유전학적반응을 보였으며 이 중 56%는 주요 분자학적반응에 도달했다. 주요 세포유전학적반응률은 6개월째에 48%, 24개월 후 59%였다.

슈펙트는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환자 65명과 불내약성을 보인 환자 12명을 합한 총 7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연구에서 글리벡 400㎎ 1일 2회 요법 대비 2차 치료제로서의 유효성이 입증됐다. 슈펙트 대 글리벡의 치료 15개월째 완전 세포유전학적반응률은 40% 대 16%, 주요 세포유전학적반응률은 52% 대 33%였다. 주요 분자학적반응률은 16% 대 4%로 확인됐다.

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2세대 표적항암제인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는 임상연구 결과 기존 약인 글리벡 대비 치료효과와 부작용이 개선된 것 약임은 분명하나 세 약제를 직접 비교한 임상연구는 없어 단순 수치만으로 어느 약이 더 뛰어나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며 “이는 각 연구마다 임상병원의 치료 수준, 인종 등 환자의 특성 등이 세부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는 글리벡처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는 등 부작용이 있다”며 “만성 골수성백혈병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므로 이들 약은 5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장기간 복용 시 안전성이 입증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세대 치료제인 글리벡은 오랜기간 임상데이터가 축적돼 있으며,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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