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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찜질하다 환경호르몬 뒤집어쓸라 … 중금속 카드뮴까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1-17 10:13:22
  • 수정 2020-09-13 16: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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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찜질팩 일반 핫팩과 달라, 안전기준 전무 … DEHP 기준치 400배 검출, 성기능저하 등 유발
임신 또는 모유수유 기간에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에 노출된 엄마가 낳은 아들·딸은 사춘기가 빠르고 생식능력이 떨어지며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아침 기온이 0도 가까이 떨어지는 초겨울 날씨로 접어들면서 찜질팩과 온열팩 등 온열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추위에 굳은 손발을 녹이는 데에는 온열제품만한 게 없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환경호르몬 및 중금속 노출, 피부 저온화상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보통 찜질팩과 온열팩은 같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구성 및 용도 면에서 엄연히 다른 제품이다. 흔히 ‘핫팩’으로 불리는 휴대용 손난로는 온열팩을 의미한다. 자가발열이 가능하며 크기가 작고 몇 번만 흔들어줘도 금새 따뜻해져 유용하다.
반면 찜질팩은 뜨거운 물을 주입하거나 용기 자체를 가열해 사용하는 제품으로 보온용 또는 관절통 및 부기 완화에 사용한다.

온열팩은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 관리법에 따라 ‘자율 안전 확인 대상 공산품’으로 지정돼 유해물질 함량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찜질팩은 온열팩에 비해 피부에 직접 대서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 데도 법률상 정의와 독자적인 안전관리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온열팩의 안전기준을 적용해 시중에 판매하는 18개 찜질팩을 대상으로 안전 검사를 실시한 결과 8개 업체 제품에서 피부에 닿는 찜질팩 용기인 PVC 재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Di-EthylHexyl Phthalate)’가 기준치보다 400배 많이 검출됐으며, 이 중 3개 제품에선 발암물질인 카드뮴도 기준치 대비 12배 넘는 양이 나왔다. 

DEHP는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프탈레이트 계통의 인공 화학물질로 무색무취한 액체다. 장난감이나 실내장식제 등 플라스틱 제품을 유연하게 하기 위한 가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인체에선 간·심장·신장·폐·혈액에 영향을 미쳐 암과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고 생식기능도 떨어뜨려 정자 수 감소, 유산 등을 초래한다. 

국제암연구소(IARC)로부터 발암물질 1군, 세계야생보호기금(WWF)로부터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 67개 물질 중 하나로 분류됐다. 2014년 미국에선 이 물질에 임산부가 과다 노출되면 태어난 아이의 지능지수(IQ)가 또래보다 6∼7점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의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되기도 했다.

국내에선 약 20년 전 대형 식품 파동을 일으켰던 물질로도 유명하다. 당시 유아용 분유에 DEHP가 들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국을 뒤흔들었다. 요즘 산모의 모유에서 DEHP가 검출되는 게 이와 무관치 않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2012년 4∼8월 서울 등 전국 4개 도시 5개 대학병원에서 분만한지 1개월 된 산모 62명의 모유에서 환경호르몬 물질을 분석한 결과 신생아가 모유를 통해 매일 섭취하는 체중 1㎏당 0.91∼6.52㎍의 DEHP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의 몸에 축적된 DEHP는 그대로 태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계명찬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임신 기간 DEHP에 많이 노출된 생쥐에서 태어난 수컷 생쥐는 불임률이 최고 86%로 3배 가량 높아졌고, 암컷 생쥐는 난자 수정률이 20% 가량 줄었다”며 “동물실험 결과를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임신 또는 모유수유 기간에 DEHP에 노출된 엄마가 낳은 아들·딸은 사춘기가 빠르고 생식능력이 떨어지며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는 장난감에서 프탈레이트의 사용을 금지했다. 유럽연합(EU)은 프탈레이트가 사용된 완구와 어린이용 제품의 생산과 수입을 불허했다. 한국정부도 식품 용기, 플라스틱 완구, 어린이용 제품에 DEHP를 비롯해 디부틸프탈레이트(DBP)와 벤질부틸프탈레이트(BzBP) 등 프탈레이트 3종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찜질 제품은 법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찜질팩에서 환경호르몬과 함께 검출된 카드뮴은 독성이 매우 강한 중금속으로 국제암연구소가 인체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혈액내 카드뮴 수치가 높아지면 인체가 카드뮴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인 활성산소가 생겨 혈관벽이 손상되고 혈압이 상승해 심혈관질환에 걸릴 수 있다. 기준치(50㎎) 이상 카드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심혈관질환 발병위험이 매년 5%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특히 여성의 자궁건강에 치명타를 입힌다. 한 해외 연구결과 혈중 카드뮴 농도가 높은 상위 10%에 속하는 여성은 자궁근종 발병률이 2.5배, 자궁내막용종은 4.06배, 에스트로겐 의존성 종양은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열팩이나 찜질팩을 과도하게 주무르거나 눌러 터질 경우 제품 내부에서 DEHP와 디-n-옥틸프탈레이트(DNOP), 디이소노닐프탈레이트(DINP) 등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용출돼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핫팩의 경우 제품 속 철가루가 입이나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온화상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저온화상은 낮은 온도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특성상 고온에 의한 화상보다 상처 면적은 좁지만 깊이는 깊다. 상처가 작아 진단이 늦다보니 치료도 어려운 편이다. 피부는 45도의 열에 닿을 때부터 1도 화상을 입는데 85도까지 오르는 핫팩을 장시간 맨살에 대면 피부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 온열제품은 주머니 안에 두거나 옷 위에 붙여 사용해야 한다. 사용 후 피부가 붉어지고 얼룩덜룩해졌다면 곧바로 사용을 중지하고 로션을 발라 보습해주고 피부를 마사지해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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